'저질 뉴스' 넘쳐나도… 네이버 순위권에만 들면 성공?

[네이버 '많이 본 뉴스' 빅데이터 분석]
②공동체에 필요한 뉴스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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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많이 읽히는 뉴스를 생산하고 그로써 높은 점유율을 얻는다면 ‘장땡’인 것일까. 지난 11일자 기자협회보는 네이버 ‘많이 본 뉴스’ 언론사별 점유율 현황을 전하면서 이 현실의 근간이 된 최다 PV 뉴스 목록을 통해 전반적인 ‘연성화’ ‘저질화’ 경향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특히 네이버 ‘많이 본 뉴스’에서 3번 이상 순위권에 올린 기사 면면을 살펴보면 ‘공동체에 필요한 뉴스’가 덜 읽히고 상대적으로 배제되는 문제는 더욱 도드라진다.

기자협회보가 올해 1월1일부터 10월19일까지 293일간 네이버 ‘많이 본 뉴스’ 내 ‘정치’ ‘경제’ ‘사회’ ‘생활문화’ ‘세계’ ‘IT과학’ 6개 카테고리 각 분야 30위에 든 뉴스 총 5만2740개를 수집해 수일에 걸쳐 네 차례 순위권에 오른 기사 1건, 세 차례 오른 기사 51건을 분석했더니 연성화 경향이 뚜렷했다.

조사기간 네이버에서 가장 오래, 여러 차례 순위권에 오른 기사는 <[전문] ‘주진모 장동건 카톡’ 주장 캡처 이미지 유포...소속사 강력대응>이었다. 해당 뉴스는 매일신문이 지난 1월10일 포털에 송고해 3일 간 4번 ‘많이 본 뉴스’ 순위권에 올라 총 93만PV(11월16일 오후 3시 현재 댓글 수 3677개)를 기록했다. 연예인이 휴대전화 해킹 피해를 입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특정 연예인이라 주장되는 캡처 이미지가 돌아 논란이란 뉴스다. 이런 상황을 전하고 기사 말미 소속사 입장 전문을 붙인 전형적인 연예인 논란기사다. 3일간 순위권에 오른 연합뉴스의 <슈주 김희철·트와이스 모모, 열애 인정...13살차이 한일 커플>(1월2일~4일, 41만PV), 조선일보의 <또 원정도박 의혹, 탁재훈 “그럴 돈 없다” 이종원 “20만원 수준”>(9월28일~30일, 47만PV) 기사도 유사한 사례다.

국민일보의 <“포방터 돈가스, 비싸서 잡내 나” 댓글 전쟁터 된 후기글> 뉴스처럼 온라인 커뮤니티 발 뉴스도 이런 부류에 포함됐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지지로 유명세를 얻은 가게 음식에 대한 블로거 후기로 네티즌들이 댓글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는 3일간 3번 ‘생활문화’ 부문 순위에 들어 총 60만에 육박하는 PV를 거뒀다.

네이버에서 3번 이상 순위권에 오른 기사들은 여러 이유로 댓글란이 왕성하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우선 ‘반일’ ‘반중’ 감정 등 ‘특정 국가에 대한 편견’을 자극하거나 ‘사회적 공분을 야기할 사건·사고’ 등을 다룬 경우가 상당수였다. <중국 샨샤댐 변형? “끄떡없다” 해명에도 계속되는 붕괴 우려>(한국경제TV), <모리셔스 기름유출 일본선박 ‘두동강’...“완전한 비상사태”>(MBC, 연합뉴스), <인도 결혼식 비극...신랑사망, 하객 100여명 코로나 확진>(중앙일보>, <9살 의붓아들 욕조 속 찬물 한 시간 방치해 사망>(KBS) 등은 대표적이다. 아울러 <400℃ 금성에 생명체 존재?...대기서 ‘생명체 가스’>(YTN)나 <지구선 희귀한 다이아몬드가 널려 있는 외계행성 존재 가능성>(노컷뉴스, 연합뉴스)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뉴스도 한 축을 담당했다. 이용자의 일상과 직결되는 이슈를 다룬 뉴스들도 여러 차례 순위권에 올랐다. <소문의 ‘아이폰SE’ 나왔다>(블로터), <‘폰이야 디카야?’...역대급 카메라 ‘갤럭시S20’ 써보니>(ZDNet Korea), <3.8조 규모 근로·자녀장려금, ‘이렇게’ 하면 못 받습니다>(뉴시스) 같은 IT, 정책뉴스가 사례다. <건강수명 10년 늘려주는 생활습관 5가지>(한겨레)처럼 건강뉴스 역시 오래 읽히는 뉴스에 들어갔다.

이 같은 뉴스가 뉴스로서 갖는 의미를 폄훼할 이유는 없다. 다만 언론의 역할에 걸맞은,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인가’ 등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 기사들이 국내 최대 뉴스유통 플랫폼에서 ‘많이 본 뉴스’ 목록 대다수를 채운다는 점은 우려를 낳는다. 이용자는 관심 있는 뉴스를 클릭했고, 언론사는 그런 뉴스를 좇아 내놨다. 그 결과 공동체에 더 중요한 이슈가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 단일 보도를 내는 데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 주·월간 단위 매체의 뉴스는 점유율 순위권 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재다. ‘많이 본 뉴스’에 1건 이상 기사를 올린 신동아, 주간동아, 시사IN, 뉴스타파, 한겨레21, 주간조선을 합쳐도 점유율은 0.06%(33건)에 불과했다.

네이버가 지난 수년 간 여러 차례 개편을 거치며 만들어 놓은 ‘게임의 룰’, 그 결과는 이렇다. 기자협회보가 이번에 수집한 데이터와 이에 따른 분석은 최근 2~3년 새 네이버에서 이뤄진 뉴스 개편이 도달한 가장 마지막 형태의 뉴스시장 질서가 어떤 것인지를 드러낸다. 최근 ‘많이 본 뉴스’ 등 랭킹뉴스 폐지 후 네이버가 준비 중인 신규 개편은 이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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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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