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평기자 요구에 응답할까

노조, 사측 사과 미흡 성명
진상조사기구 구성 등 촉구
사측 "시간 달라" 뜻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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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지난 2일 사측에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독립적인 조사기구 구성 등을 촉구했다. 또 감찰과 조사기능을 갖춘 윤리위원회나 감사실 신설, 간부 사원에 대한 다면평가제 도입도 요구했다.


노조는 사측이 지난달 31일자 지면을 통해 밝힌 사과 수위가 미흡하다고 판단, 긴급 총대의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9일과 30일 노조 대의원과 조합원 등의 의견 수렴해 이번 파문에 깊이 실망한 독자와 국민에 대한 사과 표명을 최고경영진에 요구했다.


노조는 우선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사측에 독립적인 조사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이번 파문이 단순히 한 고위간부의 비위로 치부하기엔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은 데다 사내 안팎으로 또 다른 인사의 연루설 등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기된 의혹을 제대로 풀지 않고선 ‘등 돌린 독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지난 2일 사측에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독립적인 조사기구 구성 등을 촉구한 가운데 사측 역시 노조 요구 조건 등을 포함한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재발 방지를 위해 감찰과 조사기능을 갖춘 윤리위원회나 감사실 신설 등의 방안 마련도 요구했다. 기자윤리강령 등이 있지만 사실상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윤리위원회나 감사실 등과 같은 상설 감독기구를 만들어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경우 즉각 조사하기 위해서다.


세 번째 다면평가제 도입을 요구했는데 위계질서에 따라 기자들을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하향식 근무평가제도’가 경직된 조직문화를 만들고 내부비판 등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돼 왔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현장을 뛰는 평기자들의 목소리가 경영진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이유다.


노조의 요구에 대해 사측도 공감하면서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노조 요구사항 등을 포함해 얼마만큼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지 여부다. 조선 내부에선 이미 방상훈 사장의 결단은 정해졌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실제로 방상훈 사장은 지난 2일 노보 발행과 비슷한 시점에서 나온 사보에서 “그동안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당국에서 엄정하게 수사해주길 바란다. 조선일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그 역시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이어졌던 취재 방식, 취재원과의 만남 등을 근본적으로 바꿔야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해외출장을 포함해 취재·업무 경비 모두를 회사에서 지원하겠다’는 발표는 이번 사태의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지적도 있지만, 노조 요구 사항 등을 비롯해 그간 사회에서 통용됐던 ‘관행’마저 뛰어넘는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조선 관계자는 “사보를 통해 관행이란 이름으로 통인 되고 묵인돼 왔던 것까지 손 대겠다는 것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내부 준비기간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심이 어려운 것이지 후속 조치 마련은 어렵지 않은 과정”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조선일보 한 기자는 “송희영 전 주필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지면 등을 통한 입장 표명보다는 후속대책 마련에 주안점을 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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