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경선 불법 무더기 구속’
“경선 결과에 승복합니다. 하지만, 저의 정치 인생은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자유한국당 이재만 전 최고위원은 결연해 보였다. 대구시장 경선에서 패배한 실망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다음 목표는 총선이었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여론조사에 대한 의혹도 모두의 관심에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대구 정치가 왜 이 지경이 되었던가. 생각해보면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보수 정권이 들어섰을 때는 늘 집토끼 취급을 당했고, 정권을 내준 뒤에는 산토끼 취급을 받았다. 다른 선택지도 없었다. 불법으로 선거판을 어지럽혀도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니
‘난개발 그늘, 해안의 역습’
“오지도 않은 ‘해양 재난’으로 공포심만 조장하는 거 아닙니까.”이번 보도의 최대의 벽은 그동안 쌓여온 ‘재난 불감증’이었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부산 해안엔 100~200년 급 해일 발생 가능성이 예상됐다. 지난 50년간 태풍 각도, 빈도, 시기 등 모든 데이터가 ‘초대형 매미’ 발생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국립해양조사원, 부산시 등은 ‘주민 불안’만 조장할 수 있다며 침수예상도 공개를 꺼렸다. 그 이면엔 해안에 줄줄이 서 있는 초고층 빌딩의 집값 하락 우려도 숨어 있었다. 부동산업자, 주민 반발도 심하니 괜한 보도로 분란을…
‘정신병원 끌려간 고아소녀들의 눈물’
취재의 시작은 지난 9월17일 광주일보에 들어온 한통의 제보전화였다. 민주·평화·인권 도시인 광주에서 다른 보육시설도 아닌 가장 전통 있고 영향력 있는 대표 시민단체인 YWCA 산하 성빈여사의 보육생들이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추석 연휴기간 중에 만난 보육생은 여느 여대생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 내용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광주의 어머니 조아라 여사가 6·25 전쟁고아들을 수용하기 위해 ‘가난하지만 성스러운 여자아이들이 사는 집’이라는 설립운영 취지로 세운 성빈여사에서 어린 고아소녀들이…
‘인강학교 장애학생 폭행 의혹’
지난 6월 다급한 제보 하나를 받았다. 서울 인강학교에서 근무하는 일부 사회복무요원들이 장애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폭행한다는 내용이었다. 가해자들은 의사 전달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화장실이나 사회복무요원실 등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폭행을 가했다. 은밀하고도 교묘한 이들의 폭행에 증거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폭행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건이 무마되곤 했다. 제보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취재는 난항을 겪었을 것이다. 증거를 찾기까지 3개월의 시간 끝에 음지에서
‘삼성 차명부동산, 흔들린 조세정의’
삼성 일가 차명부동산과 흔들린 조세정의 특종 보도는 ‘공정한 집행인’이어야 할 국가기관이 재벌 앞에서 흔들린 실태를 끈질기게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지난 3월 ‘끝까지 판다’팀이 에버랜드의 수상한 공시지가와 삼성합병 문제를 보도한 이후 취재팀은 수상한 거래를 포착했고, 7달에 걸쳐 이 거래를 추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찾아낸 수상한 회사, 그 회사와 에버랜드의 대규모 땅 거래 배경을 심층 취재하면서 삼성일가의 차명부동산 실체를 하나씩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국세청 등 국가기관이 삼성 일가를 위해 어떻게 조세정의를 내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어떤 현상은 사건이다.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입국하자 한국 사회엔 기다렸다는 듯 ‘혐오’가 창궐했다. 한 번도 난민 문제를 ‘우리 안의 문제’로 인식해보지 못했던 입장에서 뜻밖이었다. 어떤 이들은 왜 분노하는 것인가, 무슨 공포로 공동체의 밑동이 흔들리는 것인가. 그 전쟁을 주도한 건 ‘가짜뉴스’였다.후배들과 함께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시작은 지지부진했고, 과정은 쉽지 않았다. 회로 안에 들어서지 못하고 입구인지 출구인지 모를 지점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렇게 ‘3단 연결망 분석’이라고 이름 붙인 ‘가짜뉴스 생산-유포-
‘공정이란 무엇인가’
전·현직 주요간부 12명이 무더기로 재판 받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과연 퇴직자 채용 압박 문제뿐일까 싶었다. 이름에 ‘공정’이라는 가치를 포함시킨 유일한 국가기관인 공정위, 본연의 업무에선 공정한가?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데이터 저널리즘팀에서 보니 새삼 그렇구나 싶던 속담이다. 다 공개돼 있었지만 14년 치 의결서를 정리해 분석해 보니 안 보이던 사실이 드러났다. 과징금 평균 52% 감면, 특히 위원 재량이 큰 3차에서만 47%를 깎아줬다. 1년에 최대 8번까지 과징금을 부과 받았던 기업들…
‘한국 7개 은행에 대북제재 경고’
동아일보 정치부의 미 재무부, 한국 7개 은행에 대북제재 경고 보도는 ‘정보는 준비된 자에게 다가온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였습니다. 취재팀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과속’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점을 이미 8월 북한산 석탄 수입 논란을 깊이 취재할 때부터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술자리의 전언으로 흘러가는 얘기를 전언이 아닌 제보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를 신속히 확인, 기사화해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도 한미 관계에 대한 배경 지식과 사전 취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정보는 역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가족·친척 정규직 전환자 108명 명단’. 이 명단을 입수한 순간, 최악의 청년실업률 속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떠올랐다. 좀 더 공정한 사회를 위해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었다. 최초 보도 이후 의혹을 키우는 일들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청년들은 분노했다. 대학 캠퍼스들에는 대자보가 붙었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국민들의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최초 보도부터 취재 과정이 쉽지 않았다. 자료 한 장, 증언 하나를 모으기까지 피를 말리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팩트 한 줄 한 줄을 써 내려가기 위해 밤낮, 주말…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
취재 과정 내내 안타까웠습니다. 처음엔 ‘도대체, 두 학생의 성적이 얼마나 급상승했기에 학부모들이 이렇게까지 의혹을 제기하나’ 확인하고 싶었는데, 교육청의 감사와 경찰 수사 결과로 밝혀진 시험문제 유출 과정은 다분히 계획되고 의도된 ‘반칙’이었습니다. 그 반칙을 바로잡겠다며 매일 저녁 거리집회에 나선 학부모들은 “지금 드러난 사안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다른 학교의 내신비리까지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현 입시 제도를 향한 분노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내신도, 수행평가도, 학교생활기록부도 모두 공정하지 못하다면 학생들은 과연 학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