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부동산 재산 검증
김홍걸 의원의 강남 아파트 주소를 겨우 찾아내,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게 7월 16일이었습니다. ‘소유권 이전으로 등기가 변경 중’이라고 나왔습니다. 김 의원이 ‘집을 내놨다’고 언론에 말한 뒤였으니, 당연히 ‘집을 팔았구나’ 했습니다. 다주택 처분 약속 지켰구나, 한 겁니다.2주 뒤에 다시 등기부등본을 열람했습니다. 선연히 [7월14일, ‘증여’]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습니다. 모두 속았습니다.그런데 저희가 이를 보도한 8월 말까지, 증여 사실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기자로선 ‘다른 데서 보도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다행이기도 했지만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 방역 방해 의혹
“예배드리면 죽인다고 칼이 들어올 때, 목숨을 걸고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러나 예배 모임이 칼이 되어 이웃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입니다.”지난 8월21일, 천안 안서교회 고태진 담임목사가 교회 건물에 붙인 공지문입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기승을 부릴 무렵, 가정 예배 전환을 알리며 올린 글이었습니다. 이 글은 ‘한 목사의 반전 공지’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됐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예배, 그리고 신앙에 대한 신념을 놓지 않으면서도 이웃을 배려하는 진정한 종교인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일
일본 대기업 후지주택 '혐한 문서' 사건
후지주택이라는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재일한국인 여성이 사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는 소식이 일본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민족을 차별하는 문서가 직장에 배포된 것에 맞선 소송이며 이에 대해 재판부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요지였다. 대기업이 혐한 문서를 배포한 사건이었다. 일본은 혐한 시위를 근절하는 법을 만들었고 일부 지자체는 형사 처벌 조례도 만들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놀라웠다. 여성이 왜 5년이나 법정 투쟁을 벌였는지, 후지주택은 어떤 회사인지 꼬리를 무는 의문에 후속 취재에 나섰다.…
짧은 숨의 기록
회사 개인 메일함에 한 통 독자 편지가 왔다. “저출생 대책만 세울 일이 아니네요.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지킬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각도에서 볼 수도 있구나’,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지난 7월23일 ‘관악구 영아 살해’ 용의자 남녀가 체포됐다는 단독 기사를 쓴 뒤 짧은 숨의 기록을 구상했다. ‘천륜을 저버린 부모의 행동에도 이유는 있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 구청은 이들과 경제적 어려움 등 이유로 총 29건 상담·사례관리하며 만났다. 학대 정황을 발견한 이는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던가.취재를 하며 처음 알았다. 영아
故 최숙현 사태, 그 후 60일
기자를 시작하고 강산이 한번 바뀐 시간, 대체 몇 번의 스포츠 (성)폭력을 목격한 걸까. 경기력 향상을 빙자한 군기 잡기나 욕설·손찌검, 단체 합숙소 생활에서 불거진 성폭력과 가혹행위 등 대서특필된 사건만도 열 손가락에 꼽기 어렵다. 그때마다 여론은 들끓고, 체육 기관들은 고개 숙이고, 얼렁뚱땅 급조한 대책들을 쏟아냈다. 스포츠 폭력이 훑고 간 자리엔, 구별도 어려운 비슷한 이름의 기관이 우후죽순 생겼다. 스포츠인권센터, 스포츠 4대악(惡) 신고센터, 클린스포츠센터…. 반짝 태어난 기관들은 용두사미, 어김없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고
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분석
“기자님, 아직도 하세요? 정말 징하네요” 한 기초의회 사무처 직원의 불만 섞인 농담이 기억납니다. 시작은 기억나지 않지만 3년 전부터 분기마다 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정보공개청구로 감시해오고 있습니다. ‘왜 하필 국회도 아니고 기초의회를 감시하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국회의원은 이미 언론과 시민단체로부터 업무추진비, 정책개발비, 정치후원금 등 대부분의 예산 집행을 감시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기초의회는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기초의회는 감시의 사각지대에 숨어서 혈세인 업무추진비를
돌고 도는 폐기물… '불법의 고리' 추적
지금, 포털에 ‘불법 폐기물’을 검색하니 6만5000개 넘는 기사가 쏟아집니다. 이 중엔 제가 쓴 것도 꽤 있습니다. 사실 불법 폐기물은 어디나 널려있고, 대충 규모가 된다 치면 그때마다 부단히 쓰레기 산에 기어올랐습니다.‘불법 폐기물에 불이 나고, 투기범은 달아나고.’ 문득 든 기시감에 처음엔 사건을 낮잡았습니다. 거기서 거기인 폐기물 기사가 떠올라, 참고하려, 예전 쓴 기사들을 죽 훑었는데 어쩐지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화면 속에서 저는 한껏 찌푸리고 쓰레기를 들어 올렸으나, 늘 그러고는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작정하고 ‘김…
고적과 식민지 관광
취재는 ‘왜 우리 성은 사라져가고 왜성은 살아남았을까’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자신들의 전승지 위주로 고적(古蹟)을 지정해 문화재로 보호했고,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우리의 많은 성들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혼란기에 사실상 거의 다 파괴됐습니다. 이번 방송은 광복절을 맞아 우리 문화재 속 일제 침략 유산을 주제로 마련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문화재 체계의 근간이 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고적 지정 과정을 쫓았습니다. 더불어 식민지 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성찰과 연구 없이 관광자원화라는 근시안적…
JTBC '이스타항공 이상직 일가' 보도… 편법증여 의혹, 배임 등 문제점 입체적으로 보여줘…
359회 이달의 기자상은 근래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언론사간, 중앙과 중앙, 지방과 중앙, 지방과 지방간 수상 경합이 치열했다. 코로나 2차 팬데믹 조짐과 그로부터 파생된 정치·경제·사회 이슈들, 잇따른 수도권의 수돗물 파동, 늘 문제로 대두되는 비리 의혹 사건 같은 기본적인 이슈들 외에도 일선 기자들의 이슈에 대한 속보 취재와 언론사로 날아드는 제보들, 신선하면서도 밀도 있는 기획취재까지 더해져 지면과 방송전파를 통해 다뤄지는 기사량이 어느 때보다 풍성했던 탓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취재보도와 기획보도 등 이달의 기자
검찰·국세청 고발 이끈 '이상직 일가 의혹'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 순간에도, 노동자들은 국회 앞에 모였습니다. 나 몰라라 하던 이상직 의원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습니다. 상식의 문제입니다. 2015년 말, 당시 10대와 20대였던 이 의원 아들딸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습니다. 직후 사모펀드 등에서 약 100억원을 빌려 이스타항공 경영권을 인수했습니다. 누가 한 걸까요.이스타항공 2대 주주 역시 페이퍼컴퍼니였습니다. 회사 대표는 이 의원의 형입니다. 그는 자신이 대표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