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습니다. 개인 자산이 한 푼도 없다는 이유로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을 자처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지금까지도 뉴질랜드에서 호화생활을 해올 수 있던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서였습니다. 허 전 회장이 대주그룹을 공중분해하고, 전 계열사들에 남은 자금을 비자금화했다는 제보는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게 해줬습니다.
취재 결과, 허 전 회장이 차명회사에 대주그룹 계열사들의 채권을 헐값에 넘긴 뒤 이를 현금화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채권을 통한 비자금 조성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방식입니다. 채권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실체 파악이 어려운 숨겨진 자산입니다. 허 전 회장의 은닉재산을 찾기 위한 검찰과 국세청, 세관, 광주광역시 등의 공조 노력 대부분이 허사로 돌아간 배경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허 전 회장의 일탈 행위로 인한 피해는 대주그룹 하청업체들과 대주 피오레 분양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습니다. 계열사에 남은 자금이 없어 공사대금과 분양대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부 하청업체와 분양자들은 지금까지도 허 전 회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이들이 피해를 보전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