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끌리는 소재는 아니었다. 위법과 편법을 통해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을 몰아준다는 기사는 언제든, 어디에든 차고 넘친다. 물론, 언제가 됐든, 어디에서든 근절해야 마땅한 비위다. 허나, 연락을 취해온 가구 업계 관계자가 ‘수의계약과 관련한 내용’이라고 입을 뗐을 때, 솔직히 ‘또…’와 함께 ‘아…’, ‘안 끌리는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와 함께, ‘커피나 한잔 마시지’라는 마음으로 가구 업계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한 지방법원의 법원장실에 들어가는 가구의 납품 계약서와 견적서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는 ‘쪼개기’ 수의계약, 판로지원법의 위반 문제 등을 설명했다. 결국, 수의계약 과정에 위법과 편법이 자행되고 있다는 말이었다.
‘수의계약’이라는 단어에 피로감을 느끼며 외면할 소재가 아니었다. 강력한 이유가 있다. 일단 위법과 편법을 저지르는 주체가 다름 아닌 ‘법원’이다. ‘법 어기는 법원’이나 ‘무법지대 법원’ 등등 속칭 기사의 제목을 간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분명, 끌리는 소재였다.
커피숍을 나와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후의 일은 여느 취재 과정과 다르지 않았다. 가구 업계 관계자가 건네준 케이스를 둘러싼 내용부터 철저히 스터디했다. 수의계약 절차, 계약과 관련한 법률, 또 해당 법에 근거해 생산해야 하는 공공 기록은 무엇이 있는지 등등을 빠짐없이 살폈다.
다음으로 조사 범위를 전국의 법원과 법원 기관으로 넓혔다. 정보공개청구, 국회의원실과의 협업 등을 통해 가구 계약과 관련해 법원에서 생산한 공공 기록을 최대한도로 확보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치였다. 10만 건에 이르는 데이터를 씨줄, 날줄로 엮어가며 샅샅이 분석했다.
전수조사를 통해 확인된 바 역시 간단하고 명료했다. 특정, 혹은 몇몇의 ‘일탈’이 아니라, 전국의 법원이 위법과 편법을 ‘현상’처럼 저질러왔다는 사실이다. 이 현상을 등에 업고 수의계약을 따내 막대한 세금을 지급받는 업체가 좁혀졌다. 각 현장들을 취재했고, 이로써 데이터와 데이터 사이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행간을 채워나갔다. 전국 법원의 위법과 편법은 누가 보더라도 ‘이상한’ 수준이 아니라 ‘수상’했다. 취재를 넘어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었다.
그렇게 중편 분량의 기사 두 편을 냈다. 미약하지만 수의계약 관련 정보에 대한 전면공개라는 법원의 변화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수상한’ 사안에 대해 수사할 길이 열렸다. 감사원에서 감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에 배당된 상태다.
수상을 하고 취재후기를 쓰고 있자니 ‘별 것 아닌 기사’와 ‘별 것 같은 기사’ 사이에서 망설이고 서성였던 스스로가 진심으로 부끄럽다. 앞으로는 누구에게나 덜 부끄러운 기자, 아니,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과 더불어 취재 과정에서 함께 고생한 신영철 기자, 데스크 박중석 기자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