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공공재개발 '도심복합사업' 문제점
정확하지 않은 정책은 왜곡을 초래합니다. 장관에게는 임기 내에 한 번 발표하고 안 되면 그만일 수 있는 정책일 수 있지만, 정책에 휘말리는 개인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그게 하물며 부동산처럼 삶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정책이라면, 더더욱 무게감을 갖고 신중해야 합니다.205만 호 아파트 물량을 확보했다. 가늠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물량대비 이를 지지하는 근거는 한없이 부실했습니다.토지 강제 수용이라는 위헌 요소가 다분한 정책이었지만, 제대로 된 설명은 없었습니다.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정책이었기에 더더욱 정밀해야 했
[이달의 기자상] 2천만원짜리 욕망의 기획자들
2천만원짜리 욕망의 기획자들은 가난한 투기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가난과 투기. 함께 묶여서 사용되긴 어려운 두 단어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만큼은 달랐습니다. 가난하거나 평범한 사람들마저 투기로 내모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고자 취재를 시작했습니다.한겨레가 1년여 만에 재신설한 탐사기획팀 더 탐사는 언론사 최초로 기획부동산에 취업했습니다. 수사기관에 의해 건조하게 전달되는 기존 언론 보도로는 기획부동산은 왜 없어지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기획부동산 2곳에서 일하며 믿을 건 땅뿐이라는…
[이달의 기자상] 공존: 그들과 우리가 되려면
히어로콘텐츠팀은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 5월 출범시킨 조직이다. 동아일보가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취재, 참신한 전달방식 등을 통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콘텐츠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취재 기간, 주제, 형식, 무엇에도 제한이 없는, 완전한 자유가 기자들에게 주어진다.지난해 8월 모인 4기 팀은 경기 안산시 이주민들을 통해 인구절벽 시대 과연 한국이 이주민과 공존할 준비가 돼 있는가를 질문했다. 인구문제는 한국의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손꼽히고, 이주정책은 현 상황에서 내놓을 수 있는…
[이달의 기자상] 전북지방의회 이해충돌 보고서
오얏나무에선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왕조를 상징하는 오얏(李) 아래에선 오해 살만한 행동은 무엇이든 피하라는 속담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선 이 오얏나무가 곳곳에서 자라납니다. 전라북도를 취재권역으로 하는 저희는 전북 지방의원들이 느슨하기만 한 감시망을 틈타 오얏나무 아래에서 벌인 이해충돌 행태를 취재했습니다.취재로 드러난 의원들의 이해충돌은 노골적이었고 동시에 은밀했습니다. 본인 또는 배우자 업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공사를 수주하는가 하면, 수억원어치 주식을 들고 버젓이 관련된 의정활동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공무원에게 공사…
연합 '수능 출제 오류', 당국의 부실검증 파헤쳐
제376회 이달의 기자상은 당초 총 9개 부문 87편의 출품작 중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에는 취재 접근 방식이나 내용, 방향 등에서 참신하고 우수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돼 그 어느 때보다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경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면에서나 취재과정, 사회적 파급력 등에서 수준 높은 뛰어난 작품들이 많아 심사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다.취재보도1부문에서는 17편의 출품작 중에서 경합 끝에 연합뉴스의 2022 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와 부실검증 의혹 보도와 YTN의 김건
[이달의 기자상] 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와 부실검증 의혹
법원이 출제 오류를 인정하고 정답 취소를 결정한 날, 한 수험생에게 이번 사태를 겪으며 무엇을 느꼈는지 물었습니다. 이 수험생은 잘못된 일을 가만히 넘어가지 않고 권리를 찾으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또 앞으로 후배 수험생들이 나아진 환경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도 했습니다.시대가 바뀌었습니다. 평가원은 문제의 조건이 불완전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답은 고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청년들은 이제 어른들의 잘못된 결정에 그대로 운명을 맡기지 않습니다. 결과만 도출된다면 과정에서 만나는 오류는 어물
[이달의 기자상]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후보 유력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일본 후보로 유력이라는 기사를 송고하면서 마음 한구석에는 오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후기를 작성하기 불과 몇 시간 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사도(佐渡) 광산을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유네스코(UNESCO)에 추천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기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지만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습니다.2015년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이후 일본의 행태에 거듭 실망했습니다. 사토 구니(佐藤地) 당시 유네스코 주재 일본…
[이달의 기자상] 시세차익 노린 한일간 암호화폐 환치기 실태
공공이든 민간이든 내부 비리는 꼭꼭 숨긴다. 내부 제보가 없는 한 외부에서 알 길이 없다. 한일 간 암호화폐 환치기 창구로 전락한 NH농협은행이 딱 그랬다.농협은 지난해 5월14일 체크카드 해외 현금자동지급기(ATM) 인출 한도를 카드당 월 2만달러에서 1만달러(약 1197만원)로 제한한다고 공언했다. 김치 프리미엄(한국 시세가 해외 시세보다 높은 현상)을 노린 암호화폐 환치기 우려가 제기돼서다.하지만 한도 축소를 발표한 해당 달부터 농협 체크카드의 일본 ATM 현금인출액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카드당 월평균 인출액이 1억6700만
[이달의 기자상] 김건희 허위 이력 확인 및 인터뷰
김건희 허위 이력 취재는 예상치 못한 취재원과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시작됐습니다. 얼떨결에 얻게 된 김씨의 수원여대 겸임교원 채용 지원서와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허위란 게 명확했기에 사실 관계 취재는 막힘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씨 입장 확인은 온종일 진척이 없었습니다. 기사 말미에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하지 않았습니다란 문장을 습관적으로 적고 나니, 딱 한 번만 더 전화해보자는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김씨의 컬러링을 들으며 이 음악 제목은 뭘까 딴생각까지 하던 그 순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제가 문자…
[이달의 기자상]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폐기물 문제는 기후환경 이슈 중에서도 언론에서 가장 자주 다룬 주제입니다. 하지만 이만큼 평면적으로 다뤄진 주제도 드뭅니다. 폐기물 증가로 쓰레기 산이 생겼다는 이슈의 결말은 배달에 의존하는 소비자들을 탓하는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분리배출한 폐기물도 재활용이 어렵다는 보도 역시 줄곧 시민들에게 올바른 재활용 방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났지요.이 많은 쓰레기가 어디서 올까라는 질문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안전과 브랜드이미지를 핑계로 과대포장을 정당화하는 기업들이 보였습니다. 잘 깨지지 않는 과자에 굳이 플라스틱 트레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