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뒤집는 기사였다. 지난해 12월26일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고, 1월5일 조간으로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 열흘간 국방부와 군은 일관되게 ‘북 무인기는 용산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했다. ‘침투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군은 단칼에 부인했다. 너무 완강해 더는 다른 이야기를 감히 꺼낼 수 없는 상태였다. 군은 ‘그런 주장은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군의 발표는 틀린 것이었다. 이걸 알아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기존에 알려진 ‘사실’이 ‘실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부담스럽다. 특히 그것이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것이었기에 더 조심스러웠다. 내가 착각해서 잘못 안 것은 아닐까, 취재 내용이 틀린 건 아닐까 걱정도 됐다. 집에 들어와 노트북 앞에 앉아 자정 무렵까지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해야 했다. 아내는 방문을 열고 들어와 뭔 일 있느냐고 물었다.
기사가 안 나갔으면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 심정을 이해한다. 그러나 기사가 나간 날 아침 국방부와 군은 여전히 북 무인기의 용산 비행금지구역(P-73) 침투 사실을 애매한 태도로 부인했다. ‘용산구(區)까지는 못 들어왔다’ ‘P-73에 살짝 스쳤을 뿐이다’는 식으로 설명하며 실책을 모면하려는, 군인답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기사를 써도 이랬는데 아예 안 썼으면 어땠을까? 다시 그날 밤으로 돌아가도 나의 선택은 ‘쓴다’다. 나의 기사가 우리 대한민국 군의 기강과 전투 대비태세의 나사를 바짝 조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물어온 기사를 지면에 실어준 데스크 선배들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