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한파에 지구대서 쫒겨난 할머니

[제389회 이달의 기자상] 박상호 MBN 부산취재본부 기자 / 취재보도1부문

박상호 MBN 기자

“경찰이 조금만, 아주 조금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추위에 떨다 몸을 녹이러 찾아간 지구대에서 쫓겨난 할머니의 긴 한숨 속에 섞여 나온 말입니다. 억울하게 쫓겨나 한파에 내몰렸지만, 할머니가 원한 건 해당 경찰관의 처벌도 징계도 아닌 경찰의 작은 변화였습니다. 인권 경찰을 바라는 거창한 바람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할머니가 쫓겨난 날은 전국에 한파가 몰아쳐 따뜻한 남쪽 부산도 영하권 날씨였습니다. 만약 할머니가 그날 저체온증으로 불의의 사고라도 당했다면 어땠을까요? 할머니의 이전 행적을 역추적해도 지구대 경찰관들이 한 부적절한 행동은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취재진마저 할머니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사회적 약자인 할머니는 우리 사회에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갈까요? 항상 약자 편에 서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구대 CCTV를 확보하기까지 한 달하고도 보름이 걸렸지만, 취재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구대에서 쫓겨난 할머니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그야말로 국민적 공분이 일었습니다. 대형사건 사고 못지않은 관심과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주민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민 절반 이상은 제도를 모르거나 변화를 못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번 기사가 인권 경찰을 표방하는 경찰에 작지만 큰 울림이 되었길 마지막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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