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우리에게 주어졌던 질문, ‘한국의 불평등과 불안은 어디서 비롯했는가’는 너무 추상적이고 거대한 것이어서 종일, 매일 짓눌린 기분이었습니다. 어떻게든 가련한 기자들에게 손 내밀어 주고 싶어 하셨던 훌륭한 선생님들 덕분에 ‘일하는 평범한 사람의 가치를 배제해 온 성장의 궤적 때문’이라는 역시 어려운 답을 구해 놓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또 고민은 시작됐습니다. 이런 얘기를 기사로 쓸 수 있을까? 그렇게 취재의 꽤 긴 시간을 우리는 불행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는 데 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1987년 전설적인 노동 운동의 복판에 있던 공장에 입사해 정년을 맞게 된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왔고 그것이 일하는 사람을 어떤 존재로 만들었는지, 되짚고 후회하다가 애써 기운 차리며 청년을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염려했던 2023년 공장의 청년들 또한 만났습니다. SF가 현실인 양 현란한 단어로 무장한 세상에서 기계의 보조자로 일하다 입은 두 손의 생채기를 내보였습니다. 우리는 평범하고, 평범해서 불행한 이야기만 잔뜩 나누고 말았습니다. 그런 기사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무심하고 소심한 탓에 오랜 시간 밥 먹고 술 먹고 믹스 커피 나눠 마시며, 일하며 사는 일의 아픔, 고민, 초라함을 꺼내 보여줬던 취재원들에게 먼저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먼저 알고 전화해 주었습니다. “내 꽃이라도 보내야 할낀데.” 문득 행복했습니다.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전하기 위해, 불행에 짓눌린 채 참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은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참 아이러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