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학생노동자 '꿈'사다리 흔들리지 않도록…
언론은 매년 연말이면 그해의 주요 사건과 이슈에 주목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취지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갖자는 다짐의 의미일 겁니다.지난 기사를 뒤적여보니 4년 전 제주에서 현장실습생인 고 이민호군이 숨졌을 때도, 16년 전 광주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19살 홍정운군이 지난해 10월6일 차디찬 바닷속에서 숨진 사건은 그래서 더 아픕니다. 잊지 말자던 일을 어느새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해서 다시 되풀이된 것 같아 죄스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광주일보의 기획물은 그런 고민
[이달의 기자상] 강원도교육청 예산 낭비 논란
이달의 기자상이라는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강원도교육청 예산 낭비 논란은 한 제보 전화에서 시작됐다. 비슷한 이름으로 예산이 계속 내려와 일선 학교에서 소화하기 버겁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강원도교육청이 교육부 예산을 대거 확보해 홍보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다.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 현장의 간극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취재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폐쇄적인 교육계 특성상 학교 내부의 일을 쉽게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이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익명을 보장받은 뒤에야 교육청에서 내려보낸 공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달의 기자상] 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 사건
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은 전후부터 1980년대까지 동서해안의 우리 해역에서 조업 중인 어민들이 해상경계선을 넘어 남하한 북한의 경비정에 납북돼 고초를 겪고 돌아왔으나 우리 정부의 공권력에 의해 고문폭력에 시달리며 간첩으로 조작된 일이다.매일 생계의 터전인 거친 바다로 내몰렸던 어민들은 현대사의 비극인 남북대립에 휘말려 2차3차에 걸친 피해를 입었다. 전국의 피해자는 3600여명, 강원도 동해안의 경우 1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재심 등을 통해 명예를 회복한 경우는 46명에 불과하다.어민들은 납북과 끔찍한 국가폭력의 피해
[이달의 기자상] JTBC '대장동 핵심 당사자 연속 인터뷰', 게이트 실체 추적
제374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은 총 7편이다. 취재보도1부문에서 대장동 특혜 개발 실체 추적 및 핵심 당사자 연속 인터뷰(JTBC 정치부 박창규이윤석고승혁정해성하혜빈 기자), 화천대유 100억원 둘러싼 수상한 자금 추적기(CBS 사회부 홍영선윤준호김구연김태헌서민선 기자), 관광객 안내한다더니잠수작업하다 숨진 고3실습생(경향신문 전국사회부 강현석 기자) 세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JTBC의 대장동 특혜 개발 추적 보도는 대장동 게이트의 실체 추적을 선도한 보도라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정영학 녹취록 내용
[이달의 기자상] 대장동 핵심 당사자 연속 인터뷰
대장동 사건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다른 가지를 쳐내고 한줄 핵심만 남긴다면 수천억원 이익을 소수가 가져가는 구조를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일 겁니다. 이 질문에 대답은 아직 확정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어찌 보면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모두가 답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말로 할 수 없었을 뿐. 사건 초반 민간 업자와 특정 정치인 측 해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즉 민간 업자가 큰 위험을 졌으니 큰 이익을 가져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공이 토지 수용을 해주고 인허가 리스크는 없었습니다. 공공이 리스크를 다 맡아주는…
[이달의 기자상] 화천대유 100억원 둘러싼 수상한 자금 추적
Follow the money. 돈의 흐름을 쫓다 보면 진실이 보인다는 탐사보도의 유명한 격언입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서 자금 흐름에 주목하며 취재에 나선 이유입니다.시작은 금융정보분석원의 자료였습니다. 대장동 핵심 인물들 사이 100억원의 돈 흐름을 포착했습니다. 취재는 발 빠르게 이뤄졌습니다. 돈에 연루된 인물들을 수소문하며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수사권이 없는 언론으로서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그렇게 지쳐갈 때쯤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돈의 종착지가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오랜 팩
[이달의 기자상] 관광 안내한다더니 잠수작업하다 숨진 고3
고(故) 홍정운군의 명복을 빕니다. 홍군을 떠올릴 때마다 면목이 없습니다. 홍군 죽음의 진실을 끄집어냈지만, 고백하건대 끝까지 끈기 있게 다루지 못했습니다.18살 어린 학생의 죽음이 들춰낸 건 바뀌지 않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었습니다. 물을 무서워해 잠수교육 현장을 벗어나기까지 했다는 홍군은 잠수자격증이 없었습니다. 장비를 다루는 데도 서툴렀습니다. 이런 홍군을 배 밑 바닥 청소를 하라며 물속으로 밀어 넣는 게 선진국이 됐다는 한국의 노동현장입니다.홍군처럼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가 된 학생들이 숨지는 사
[이달의 기자상] 국세청 '세정협의회' 비리 추적
국세청 세정협의회는 1971년 출범했습니다. 휴대폰과 이메일 등 개인 연락수단이 변변치 않던 그 시절엔 일선 세무서가 조세정책을 홍보하고 민간과 소통하려면 일정한 창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세무서가 민간 기업, 법인들과 원활한 소통을 하려고 세무조사 등에서 약간의 편의를 제공했을 것이고, 기업과 법인 등은 소소한 답례를 하면서 관계가 이어졌을 겁니다. 하지만 50년이 지나자 편의와 답례라는 관행은 세무조사 봐주기와 뇌물이라는 적폐가 됐습니다.이번 취재는 사소한 한마디의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김두관 민주당 의원
[이달의 기자상] 요소수 품귀… 화물트럭 멈춘다
화물차 운전기사 분들은 한번 주유시 10~20만원 가량의 많은 기름을 넣습니다. 많이 넣다보니 단골 주유소에서는 서비스로 요소수를 넣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리터당 1000원도 하지 않는 값싼 제품이다 보니 그동안 누구도 요소수를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일반 디젤 승용차 역시 2000cc 미만 차량은 요소수가 필요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삶을 흔들 만큼 중요한 존재로 여기지 않았습니다.처음 제보를 받았을 때도 설마 했습니다. 1kg에 1000원도 하지 않던 요소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이달의 기자상] Mr. 병원왕을 찾아라
병원이 돈벌이 수단이 되는 게 뭐가 문제죠? 넉 달 동안 취재하면서 취재진이 직면한 현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병원은, 의사는, 의대는 돈벌이가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사무장병원 문제를 탐사 취재한다는 것은 병원이 투자의 대상이 되고, 병원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집요하게 설득해내고 카메라에 담기 위한 노력 그 자체였습니다.아직 보상받지 못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피해 유가족들과 제주 치과 휴업사태의 피해 환자들, 그리고 열악한 의료환경을 호소하는 청도대남병원 앞 주민들을 만났을 때 취재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