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황제노역' 회장, 1400억대 채권 횡령 의혹
궁금했습니다. 개인 자산이 한 푼도 없다는 이유로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을 자처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지금까지도 뉴질랜드에서 호화생활을 해올 수 있던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서였습니다. 허 전 회장이 대주그룹을 공중분해하고, 전 계열사들에 남은 자금을 비자금화했다는 제보는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게 해줬습니다. 취재 결과, 허 전 회장이 차명회사에 대주그룹 계열사들의 채권을 헐값에 넘긴 뒤 이를 현금화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채권을 통한 비자금 조성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방식입니다. 채권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실체…
[이달의 기자상] 포스코 성폭력 및 2차 피해
회사의 방관 속에 한 여성이 수년간 성폭력에 노출됐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참담한 민낯이었습니다. 포스코는 부랴부랴 사과문을 냈습니다. 하지만 사과문이 발표된 시각, 정작 피해 여성은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고위직 관계자들이 집 앞에 찾아와 원하는 게 뭐냐고 물은 겁니다.여성이 원하는 것. 회사 측은 난제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정답은 단순했습니다. 여성은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폐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포스코는 결국 쇄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성 윤리 위반
[이달의 기자상] 비뚤어진 욕망, 아이비 캐슬
한국식으로 매일 책상 앞에서 달달 외우게 하느니, 논문 쓰고 외부 활동 시키는 게 훨씬 창의적인 교육 아닌가요?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와 처조카들의 스펙 논란이 처음 불거진 5월. 한 장관 자녀가 재학 중인 인천 송도의 국제학교를 찾았습니다. 교문 앞에서 만난 학부모는 대체 뭐가 문제냐며 기자를 당황케 했습니다. 의혹투성이인 각종 논문과 외부활동은 선진 교육의 산물일 뿐이라는 확신. 취재 자체가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 논란의 본질을 교묘히 비껴간 답변이었지만, 반박할 말을 곧장 찾지 못했습니다.시간이 지날수록 편법 스펙 의혹은 눈덩
[이달의 기자상] '무법지대' 법원
사실, 끌리는 소재는 아니었다. 위법과 편법을 통해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을 몰아준다는 기사는 언제든, 어디에든 차고 넘친다. 물론, 언제가 됐든, 어디에서든 근절해야 마땅한 비위다. 허나, 연락을 취해온 가구 업계 관계자가 수의계약과 관련한 내용이라고 입을 뗐을 때, 솔직히 또와 함께 아, 안 끌리는데라고 생각했다.아무리 그래도와 함께, 커피나 한잔 마시지라는 마음으로 가구 업계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한 지방법원의 법원장실에 들어가는 가구의 납품 계약서와 견적서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는 쪼개기 수의계약, 판로지원법의 위반 문제…
[이달의 기자상] 영업비밀에 가려진 화학물질 독성
지난 2월 경남에서 잇따라 발생한 급성 간중독 사건 이후 몇 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사건이 세상의 관심에서 잊히고 있을 시점이었다. 그때 보도국 선배가 물었다. 이거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비슷한 거 아냐? 사실 그랬다. 약 1800여명이 가습기 살균제가 어떤 성분인지 모르고 사용하다 목숨을 잃었다. 급성 간 중독 사건도 마찬가지다. 창원 두성산업 노동자 16명과 김해 대흥알앤티 노동자 13명도 자신들이 사용하는 세척제가 어떤 성분인지 모르고 쓰다 간중독 판정을 받았다.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첫 직업성 질병인 경남 급성…
채널A '창신동 모자 사건' 보도, 취재 벽 부닥쳤을 때 집요하게 사실 확인
제381회(2022년 5월)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9개 부문에 총 66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5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모두 18편이 출품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MBC의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 논문 표절, 방석집 심사 논란 등 검증 보도와 한겨레신문의 한동훈 법무부장관 딸 논문 대필 등 허위 스펙 의혹 보도, 채널A의 창신동 모자 사건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MBC 보도는 가족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의혹이 불거진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부적절한 장소에서 제자의 논문 심사를 진행한 사실을 밝혀내
[이달의 기자상] 한동훈 장관 딸 논문대필 등 허위 스펙 의혹
선후배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검증보도는 늘 맨땅에 헤딩입니다. 어디에 어떻게 머리를 박아야 할지 거기서 뭐가 나올지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동훈 장관 검증은 가장 힘든 취재 중 하나였습니다. 청문자료에서 어떠한 단서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딸이 국제학교에 다니면서 짧은 기간 다수의 책과 논문을 쓴 사실과 한국쓰리엠으로부터 부모찬스로 연계 복지관에 노트북을 기부한 의혹을 밝혀냈습니다. 케냐 대필 작가의 진술을 이끌어내고 미국입시 전문컨설턴트인 이모가 딸과 조카들을 비슷한 패턴으로 준비시켰던 사실 또한 보도했
[이달의 기자상] 김인철 장관 후보자 '방석집 심사 논란' 검증
김인철 교수가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학자로서 김 후보자의 윤리 의식과 교육관, 그리고 가족이 관련된 의혹에 대해 검증하기로 했습니다. 오래전에 작성한 논문들이 많아 접근조차 쉽지 않았지만 국회의원실과의 공조를 통해 논문들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제자 논문을 그대로 짜깁기한 것으로 의심되는 논문을 찾아냈습니다. 학자들이 보는 표절의 잣대는 다를 수 있기에 여러 대학 교수들의 자문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더욱 놀라웠습니다.해당 제자가 최근 출간한 책을 확인했더니 다소 충격적인 목차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달의 기자상] 창신동 모자 사건
무너져 내린 싱크대, 곰팡이와 쓰레기로 가득한 집. 고립된 삶을 그대로 담은 모습이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 탈락이란 사실을 취재진이 납득할 수 없던 이유입니다. 분노가 끝없는 질문을 만들어냈습니다. 어쩌다 이들이 방치됐는가, 그토록 외쳤던 사각지대 발굴은 어디에 닿은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2주 간 창신동을 매일 같이 찾았습니다.인기척 없는 집의 현관을 두드릴 때마다 후각을 곤두세웠습니다. 혹여나 방치된 죽음을 놓칠까 한 집 한 집 모든 힘을 쏟아 방문했습니다. 위급 상황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심폐소
[이달의 기자상] 북한 코로나19 중대 비상사태 관련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궁금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남북한 관련 기사를 왜 일본이나 서양 언론사들이 앞서가는 경우가 많은가 하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사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중국 베이징에서 취재를 시작하게 되면서 그 이유를 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베이징에 주재하는 로이터나, 교도, NHK 등은 우리나라 언론사보다 특파원 수가 훨씬 많다. 아마 2~3배는 될 것이다. 이들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취재 경력도 길다. 10년은 보통이다. 교도통신은 평양지국장이라는 직함도 있다. 인원도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