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비계덩어리 삼겹살' 눈속임 종지부
고물가시대 삼겹살 데이(3월3일) 반값 할인행사는 서민들에게 고마운 기회였다. 그러나 소비자의 제보는 참담했다. 사진 속 삼겹살은 절반 이상 비계덩어리였고, 유통사는 반품환불을 거절했다. 먹지도 못할 비계를 밑바닥에 깔아 사실상 가격을 속이는 그릇된 상술이다.대형마트, 삼겹살데이=비계데이 첫 기사를 보도했다. 곧바로 유명 커뮤니티와 SNS에는 비계 덩어리 삼겹살 인증샷이 넘쳐났다. 업체들은 수백, 수천개의 공감 댓글과 비판이 쏟아지자 반품환불과 재발 방지를 악속했다. 경험상 업체들은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할 것이고 근본적…
[이달의 기자상] '질병산재' 황유미들의 733년
떨어지고, 찢어지고, 부서지는 사고 산재는 세간의 주목을 받습니다. 사고 현장이 참혹하고 자극적이기에 언론도 사고 경위와 원인을 세세히 취재해 보도합니다.문제는 질병 산재입니다. 작년 질병 산재 사망자는 1349명으로 사고 산재 사망자(874명)의 1.5배를 넘어섰습니다. 최근 5년간 질병 산재 사망자는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습니다. 특히 직업성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은 10~15년 동안 잠복하다 갑자기 발병해 서서히 재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질병과 직업 간 의학과학적 인과관계가 역학조사를 통해 명확하게 규
[이달의 기자상] 작전명 '모차르트'… SK의 수상한 파트너
아들~ 그런 거 자꾸 취재하면 나중에 안 좋은 거 아니니? 올해까지만 그 부서 한다고 해, 응? 이번 보도를 통해 노모에게 또 하나 걱정거리를 안겨드린 모양입니다. 오랜만에 TV에 나온 아들이 반가웠는데, 아들 어깨너머로 거대 자본 권력이 보이셨나 봅니다. 걱정의 종류는 조금씩 달랐지만, 이번 보도 내내 우리 부서를 바라보는 회사 안팎의 시선은 딱 걱정 반, 응원 반이었습니다.여러 걱정들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뿐이었습니다. 찾아내고, 분석하고, 묻고, 토론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했습니다. 서로를 지키기
[이달의 기자상] 700억 전남도청 사무관리비 예산, 은밀한 관행
내가 내 돈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과연 19%의 웃돈을 얹어주며 거래할 수 있을까.예산 201-01. 흔히 사무관리비로 불리는 예산이 쌈짓돈으로 쓰이는 일은 공직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소모성 물품 구입에 쓸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사적인 물품을 끼워서 함께 결제하는 방식으로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었다. 올해에만 전남도청이 편성한 사무관리비는 769억원에 이르렀다.전남도청 모 부서의 예산 집행 과정에서 공적 물품에 사적 물품을 끼워서 구매하다 한 공무원이 적발됐고 감사가 이뤄졌다는 소문을 접하자마자 취재에 나섰다. 사적 물
[이달의 기자상] 깡통전세 감별기
지난해 가을 주거 기본권에 대해 취재를 하던 중 깡통전세 문제가 1년 후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데이터를 확인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깡통전세 문제가 더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사실과 다른 발표에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문제점에 대한 지적뿐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역할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해자들이 간단한 정보조차 얻기 어려워하는 점을 확인하고 쉽게 자신이 이사할 집의 전세가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깡통전세 감별기를 기획하게 됐습니다.오
[이달의 기자상]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사건
구급차를 탔는데도 병원을 못 찾아서 결국 죽었다던데?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보도는 퉁명스러운 말 한마디로 시작됐습니다. 알고 보니 응급실 뺑뺑이는 지금껏 비일비재한 일이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환자는 병원에 가기 위해 구급차에 올라타지만 정작 병원 응급실은 병상과 인력이 부족해 그 환자를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10대 환자의 죽음을 시작으로 현 응급의료체계의 모순을 지적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취재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환자가 거쳐 갔던 병원들은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
KBS '정순신 자녀 학폭 소송전' 보도, 언론의 권력 감시 역할 재확인
제39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9개 부문에 66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6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수상작 7편 중 4편이 기획보도 부문에서 나오는 등 전반적으로 기획보도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취재보도1부문에는 지난달과 같은 11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그중에서 KBS의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소송전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KBS는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과거 자체 취재 보도 내용과 연결해 보강 취재하고 권력을 감시함으로써 정 변호사의 사임을 끌어냈다는 점
[이달의 기자상]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소송전
이 사람 그 사람이잖아. 2018년, KBS가 단독 보도했던 민사고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 아버지 이름이 다시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미 5년 전 언론 보도까지 됐던 사안인 만큼, 정 변호사에 대한 인사검증을 맡았던 경찰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대통령실의 인사검증 실패를 지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무엇보다도 학교폭력 피해자를 또 한 번 고통으로 내몰았던 잔인한 소송전 문제를 충실하게 짚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판결문에는 검사 아버지가 자신의 영향력과 법 기술을 동원해…
[이달의 기자상]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실태
콜 몰아주기? 편하게 택시 타고 있는데 이게 뭐가 문제야, 독과점이라니 너무 앞서 나간 거 아닌가?제보를 받고 처음 들었던 생각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택시 호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한 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택시 기사들의 승차 거부, 불친절한 응대, 난폭 운전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편리하고 신속하고 친절한 이미지로 막 바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왜 기사님들은 문제라고 하는 걸까,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대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 수수료 인상 등 결국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걸까 현장을 제대로 확
[이달의 기자상] 전국 지자체장 관용차 보고서
기획의 출발은 예산 검증이었습니다. 지출 규모로 한 해 800조원대의 재정 가운데 절반 이상을 지방정부가 씁니다. 적잖은 돈입니다. 보통 예산은 숫자로만 접하게 되는데 어떻게 쓰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대통령이 쓰는 100만원이나 군수가 쓰는 100만원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우리가 낸 세금입니다. 하지만 두 돈을 다르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쪽은 감시가 소홀합니다. 보기에 따라 별것 아닌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지자체장 집무실 예산에 이어 관용차 예산을 주의 깊게 본 건 금액을 떠나 지자체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