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준공영제 버스 삼킨 사모펀드

[제394회 이달의 기자상] 장필수 한겨레신문 탐사1팀 기자 / 경제보도부문

장필수 한겨레신문 기자

1200원. 서울 시내버스 이용 금액입니다. 우리나라 시내버스는 요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 품질도 우수합니다. 전용 차로를 타고 달리는 시내버스는 ‘서민의 발’이자, 모두가 평등하게 이용하는 필수 공공재입니다. 물론 우수한 공공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는 대가가 따릅니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버스 회사의 적자를 전액 보전해주고 적정 이윤까지 보장합니다. 탑승객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돈 안 되는 노선’을 폐지하지 않도록, 지자체는 버스 회사에 수천억원의 재정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가 투입한 버스 회사 재정 지원금은 8114억원입니다.


이렇게 적자를 안고 달리는 버스에 사모펀드 운용사가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업과 금융 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는 버스 회사를 무더기로 사들여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버스 10대 중 1대, 인천 시내버스 3대 중 1대가 이미 사모펀드 운용사에 넘어갔습니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이윤 극대화를 위해 차고지를 개발하거나 매각할 계획을 수립했고, 쥐어짜기식 경영으로 버스 정비직들의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타는 버스, ‘이윤 극대화’가 지상 최대 과제인 이들의 손에 계속 맡겨둬도 될까요. 1500원. 서울시는 8월부터 버스 요금을 300원 인상합니다. 요금 인상분 중 일부는 사모펀드 운용사로 흘러가고, 투자금을 댄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챙길 배당금에 녹아들어 갈 것입니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타는 버스, 시민들이 감시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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