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유니온파크 견학 코스 이면에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인권과 건강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지하 4층에서 불이라도 나면 피할 길조차 없었던 그들은 스스로를 가리켜 ‘죽음 앞에 사는 노동자’라 칭하기도 했습니다.
2026년 수도권, 2030년부터 비수도권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전국 지자체들은 부랴부랴 신규 폐기물처리시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들은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상에 타워와 편의시설을 겸비한 ‘하남 유니온파크’ 사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남 순천시도 그중에 하납니다. 이웃한 광주광역시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폐기물시설이 지상에 있든 지하에 있든 배출되는 유해물질 양은 똑같다는 점입니다. 다만 눈앞에 보이지 않을 뿐. 외국의 경우 주민들과의 오랜 소통과 객관적 자료 공개를 통해 폐기물처리시설을 지상에 두고 있습니다.
“기자님, 여벌 옷 가져 오셨죠? 그대로 가면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줘요.” 취재를 마치고 떠나려는 기자에게 노동자들이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신설될 폐기물 처리장 역시 이대로 지하화하도록 묵인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우리가 함께 고민해 볼 대목입니다.
끝으로 저를 아낌없이 도와주는 소민정 보도제작국장, 응원해준 선후배들에게 감사하며, 무엇보다 이번 수상을 통해 자칫 놓치고 간과될 수 있었던 지하 폐기물시설 노동자들의 환경이 관심을 받게 되어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