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반세기만에 드러난 '미군 사격장'
경남 창원 도심 한복판에 팔룡산이라는 야산이 있다. 주거지와 가깝고 작은 산책로와 공원도 있어 지역민들이 즐겨 찾는다. 서울로 치면, 남산과 비슷한 곳이다. 그런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숲으로 울창했던 이곳이 갑자기 민둥산이 됐다. 산비탈에 있던 나무 수백 그루가 잘려, 텅 비어버린 것이다. 벌목 규모만 어림잡아 1만5000여㎡! 주민들은 당황했지만, 누구도 수상한 벌목 공사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취재진은 곧바로 취재에 나섰고,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주한미군 전용 사격장 조성을 위한 공사를 벌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가볍게 넘길 일이…
[이달의 기자상] '와르르' 국가항만, 총체적 부실 보고서
돌 장사한다는 인물이 찾아왔습니다. 석산 업자는 국가항만 건설에 가짜 돌이 쓰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바다에 이미 쌓아 올린 수십만 톤을 싹 갈아야 한다고, 새 돌은 지역 업체가 대야 옳다고 말했습니다. 수조 원짜리 국가사업에 가짜 돌이라, 사뭇 구미가 당겼으나 의도가 빤해 경계를 풀지 못했습니다.나쁜 감이 들어맞는 건 늘 안타깝습니다. 항만 구조물에 쓰인 돌, 사석은 적당한 절차를 거쳤습니다. 품질 검사 성적서를 떼봤고, 그것도 못 미더워 시료를 떠와 대학 연구팀에 보냈습니다. 이 작업에 쓰인 보름의 수고가 헛되이 매몰될 무렵,…
[이달의 기자상] 무법지대 코인 리포트
암호화폐는 어렵습니다. 블록체인, 작업증명 방식, 탈중앙화 등 온통 낯선 단어들 투성입니다. 코인 전문매체 기자들이면 몰라도 중앙지 기자들이 느끼는 진입장벽은 분명합니다. 특히 경제부도 아닌 사회부 기자 둘이서 암호화폐에 대한 심층 취재에 나서려니 엄두가 서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뤄두고 피하고 싶었던 아이템입니다.그러나 마냥 손 놓고만 있을 순 없었습니다. 무법지대다 보니 코인업계는 온통 사기판이었습니다. 암호화폐가 어려워서인지, 한탕 심리 때문인지 본인이 투자하는 코인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 코인이
JTBC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 정치권 치부 구체적으로 드러낸 특종
제39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1개 부문 63편이 출품돼 이 중 4개 부문에서 5편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12편이 경쟁한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와 JTBC의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가 수상작이 됐다.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는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변호사들의 불성실하고 나태한 변론 논란을 구체적 사실 제시를 통해 정면으로 고발함으로써 법조계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변호사들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소송에서…
[이달의 기자상]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소송 패소
유족에게 법원은 그저 승리를 위한 결투장이 아니었습니다. 혹여나 지더라도 따져보지 못한 진실이 있을까. 억울하게 풀지 못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을까. 그러나 그 모든 기록을 판결문이란 공개적인 문서에 적으려고 했던 유족의 8년간 노력은 담당 변호사가 재판에 무려 3번이나 나가지 않아 물거품이 됐습니다. 안타깝게도 다시 되돌릴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것이 법이었기 때문입니다. 법 앞의 평등한 정의란 말도 대리인의 불성실 앞에선 그저 공허한 문구에 불과했습니다.변호사는 왜 세 번이나 주어진 기회를 저버렸을까요. 보도에선 이 질문
[이달의 기자상]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가조작
처음 제보를 들었을 때는 이런 대규모 경제범죄가 수년 간 누구에게도 적발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1조가 넘는 거래 규모에 온갖 사회 지도층, 연예인들이 연관돼 있고, 이들이 다단계 방식으로 또 다시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직원 100여명을 고용해 실제 기업들을 사들이거나 세워서 배분하는 수수료 정산방식까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기엔 믿기 어려웠습니다.취재팀은 제보를 받은 뒤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관련자들을 접촉해 파편적인 정보들을 모았습니다. 수수료 정산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업체 명단을 받
[이달의 기자상]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아들의 심장이 점점 느리게 뛰는데 구급차는 멈춰 서 있습니다. 남편의 부러진 다리가 썩어 가는데 받아주는 병원이 없습니다.지독한 악몽 같지만, 지난해 이준규군(14)의 어머니와 박종열씨(40)의 아내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지금도 누군가 겪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생사의 경계를 떠돌다 시리즈는 이들처럼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떠돈 응급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은 동아일보가 2020년 창간 100주년을 맞아 출범했습니다. 취재 기간과 주제,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참신한 콘텐츠를 독자에
[이달의 기자상]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관련자들은 돈 봉투를 거마비라고 불렀습니다. 영호남 지역구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올라왔던 걸까요. 아니면 글자 그대로 말이라도 빌려 타고 왔던 걸까요. 뭐든 적절치 않은 금액입니다. 그런가 하면 원외 본부장들은 의원님들보다 한참이나 얇은 봉투를 받아갔습니다. 여의도의 금배지는 기름값도, 택시비도 6배쯤 올려버리는 걸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마케팅은 네이밍이 반이라고 합니다. 돈 봉투를 거마비라고 부르면서 의원님들의 부담은 크게 줄었던 것 같습니다. 20명은 부주의한 소수나 일탈로 볼 수 없는 수입니다. 무려 20명의 현역 국회의원
[이달의 기자상] 故 황예서 양 死因은 '행정실패'
아직도 변한 게 없네요. 고(故) 황예서양 아버지는 지난 5월23일 영도구청장과 만난 후 기자에게 이같이 전했다. 4월28일 청동초 참변으로 딸을 잃고, 다음날인 29일 빈소에서 본 후 구청장과 두 번째 만남이었다.첫 번째 만남은 유족의 화를 돋우었다. 사고 다음 날 예서의 빈소를 찾은 영도구청장은 사고 원인과 재발대책을 묻는 예서양 아버지의 애끊는 물음에 어쩌다 보니 사고가 발생했다며 책임을 부정했다. 동석한 국회의원과 트레일러 문이 내리막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열려 있었더라면 사고가 없었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는 이야기에 갑자기…
MBC '깡통전세 감별기' 보도, 데이터 2700만건 실체적 분석 노력
제391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 69편이 출품됐으며, 이 가운데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경제보도부문에서는 모두 10편이 출품된 가운데 경향신문의 비계덩어리 삼겹살 눈속임 종지부-고기와 지방 비중 법제화 끌어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비계덩어리 삼겹살보도는 전형적인 생활밀착형 기사로서 뉴스 이용자들에게 소구력이 높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로 평가받았다. 나아가 주어진 현상을 단편적으로 폭로하고 비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기와 비계 비중에 대한 객관적 기준조차 없는 제도적 미비점을 찾아내고 농식품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