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슬기로운 물만골 탐구생활

[제395회 이달의 기자상] 송진영 국제신문 기획탐사팀 기자 /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송진영 국제신문 기자

부산 연제구 연산2동 황령산 기슭에는 ‘물이 많은 골짜기’라고 이름 붙은 물만골이 있다. 국제신문은 부산의 대표 빈민촌인 이곳에서 가난을 동정하거나 원주민의 생활상을 그저 흥밋거리로 다루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지금은 누가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고 있고, 왜 이들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지를 살펴보는 생활 취재를 두 달 동안 진행했다.


취재진은 가난과 불편에 익숙한 주민의 체념과 이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 저변의 혐오 정서를 목도했다. 특히 주민을 위한 교통안전 및 주거환경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기사에 대한 거칠고 공격적인 반응은 취재진을 괴롭혔다. 여기에 취재진의 제언마다 “무허가 건축물이라서 안 된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한 당국의 반응에서 물만골 주민의 상대적 박탈감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의 어려움에는 개인 사정과 함께 사회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언제부터 우리 사회는 ‘공정’을 내세운 능력주의의 잣대로 약자 보호를 위한 국가와 사회의 안전망 구축을 대단히 거추장스럽고, 형평에 어긋나는 ‘불공정’이라고 여긴다. 국가와 사회는 사적 영역에서의 경쟁 구도에 끼어들 여력이 없는 사회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며 공동선을 이루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이 우리 사회가 합의한 국가의 최소한 역할이자 의무다. ‘물만골에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묻는다’는 기획이 물만골 주민, 나아가 부산지역 사회적 약자를 위해 국가와 사회가 튼튼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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