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객 실화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시와 청송군, 영양군을 지나 영덕군까지 번지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특히 안동시는 불길이 삼면에서 들이닥치며 25일 전 시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지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짙은 연기를 비롯해 곳곳에서 단전·단수, 통신 장애까지 발생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서도 안동 지역 기자들은 재난 현장을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안동시엔 대구경북 지역 언론사들의 경북본부, 안동지사 사무실이 몰려 있다. 한때 전 시민에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언론사 사무실은 대부분 안동 도심에 위치해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황이다. 피재윤 영남일보 기자는 “안동은 낙동강을 기준으로 강남과 강북이 나뉜다”며 “강남 지역은 의성에서 올라온 불길이 위협해 위험도가 높은 반면 강북은 안전한 편이다. 낙동강이 사실상 산불 저지선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2020년 안동에 큰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불길은 낙동강을 넘지 못했다. 피재윤 기자는 “강 바로 아래쪽인 남후면까지 불길이 올라왔지만 낙동강 저지선을 넘진 못했다”며 “낙동강 폭이 700m는 되고 여기에 강바람이 맞바람처럼 분다. 시내 중심부는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쪽과 서쪽, 남쪽 세 방향에서 동시에 접근하는 불길로 인해 안동시의 피해 규모는 5년 전 산불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 산불이 부채꼴 형태로 올라오며 안동 외곽을 불바다로 만들고 있고, 피해 면적 역시 2020년을 훌쩍 넘어섰다. 인명 피해가 없었던 당시 산불과 달리 이번엔 26일 기준 사망자만 4명이 나왔다.
지현기 대구신문 기자는 “2020년 산불보다 지금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피해 면적이나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안동 시내 역시 산불 연기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이라고 말했다. 오종명 경북일보 기자도 “5년 전엔 산불이 한 군데서 집중적으로 났고, 연기도 이 정도로 심하지 않았다”며 “이번엔 여러 군데서 불길이 안동 시내 쪽으로 오고 있다. 연기 역시 2020년과 비교해 매우 짙다”고 했다.
이 가운데 기자들은 산불 현장을 누비며 재난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직접 눈으로 봐야 기사를 쓸 수” 있어서다. 대구경북 지역 언론사들 역시 안동주재기자는 물론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을 총동원해 안동, 의성 등 산불 현장에 속속 파견하고 있다. 다만 안전을 위해 가급적 진화된 지역이나 불길이 미치지 못한 마을을 위주로 현장 취재를 지시하는 상황이다. 기자들도 마스크와 불에 덜 타는 복장을 착용하고, 만일에 대비해 차량에 소화기 등을 구비하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취재에 임하고 있다.
다만 안동 외곽을 중심으로 단수, 단전은 물론 통신 장애까지 발생해 취재 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유상현 경북도민일보 기자는 “산불 현장 쪽으로 가면 통신 장애가 많이 일어난다”며 “일단 취재를 한 뒤 현장을 벗어나 기사를 쓰고 송고하고 있다. 현장이 워낙 참혹해 피해 주민들께 말을 걸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불 확산은 밤낮을 가리지 않기에 새벽까지 일하는 기자들도 많다. 유상현 기자는 “야간에 불이 어디 있는지 제일 잘 보인다”며 “낮에는 연무 때문에 불이 어디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산불 상황을 취재하기엔 야간이 좋아 계속 새벽까지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 산불 진화율은 이날 오전 5시 기준 52%다. 전체 화선은 82.5km로, 40.2km를 진화 중에 있다. 안동시는 이날 오전 10시29분 “남후면에서 시내 방면으로 산불이 확산 중”이라며 시민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를 또 한 번 발송했다. 피재윤 기자는 안동 지역 산불이 좀체 잡히지 않는 데 대해 “안동은 골이 많아 골바람이 불면 감당이 안 된다. 살랑바람도 골에 들어오면 회오리바람이 돼버린다”며 “공무원, 소방, 경찰, 군부대 인력이 게을러서도, 장비가 적게 투입돼서도 아니다. 지형 자체가 산불이 잡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자협회는 26일 현장 취재로 고생하는 기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대구경북기자협회에 300만원, 경남울산기자협회에 200만원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