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제414회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을 열었다. 414회 기자상엔 10개 부문에 60편이 출품돼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박종현 회장은 “우리 사회를 바람직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갈망이 반영된 듯 계엄 관련, 탄핵 관련 보도에 명태균 게이트, 길게는 1년 넘게 현장에 동참했던 작품들도 있다”면서 “언론이 우리 사회에서 온전히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아래는 수상 내역과 소감 전문이다.
◇취재보도1부문
<노상원 수첩 전문>
-MBC 이재욱·고병찬·이해선·송정훈·이승지 기자 /수상소감 이재욱 기자
대한민국 사회는 노상원 수첩만큼 비현실적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노상원 수첩에 대해서 노상원 개인의 어떤 망상을 표현한 메모라고 평가하시는 분들도 있으시더라고요.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노상원 수첩만큼이나 지금 대한민국 사회가 비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3일 대통령이 계엄 선포문을 읽었을 때 저도 그랬지만 많은 분들이 실제 장면이 아닌 딥페이크 영상이 아닌가는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그 이후 벌어지는 상황들은 비현실을 넘어서 초현실을 향해 가는 거 같았습니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니까 물리력에 의해 법원은 짓밟혔고 대통령이 구속 취소 결정을 받고 구치소에서 빠져나왔을 때 국민들에게 사죄라는 어떤 마음을 보이기보다는 지지자들을 향해 미소를 띠며 손을 흔드는 그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회에서 계엄을 준비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요즘 시대에 계엄이 가당하기나 하냐고 대답한 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당치도 않은 계엄을 선포한 이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며 망상을 현실로 실현한 그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만약 계엄이 지속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은 노상원 수첩에 가 닿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함께 결과물을 내준 후배들에게 감사합니다. 늘 부족하지만 이끌어 주신 이세옥 부장, 조윤정·엄지인 데스크, 손병산 캡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무엇보다 이 수첩을 세상에 알릴 수 있게끔 결단을 내려주신 그리고 큰 용기를 내주신 취재원에게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디 오늘의 시상식이 계엄 이후 비현실적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개최된 마지막 시상식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수상작 보기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682763_36799.html
<707 단체대화방에 드러난 ‘의원 차단 지시’ 등>
-SBS 김태훈·최재영·김수영·배준우·조윤하 기자 / 수상소감 김태훈 기자
SBS 김태훈입니다. 제가 사실 좀 오래된 기자입니다. 만 26년, 1999년 입사했습니다. 참 이런 데 와서 상 받는 게 좀 미안하긴 한데, 그래도 이제 고령화 사회 기자들도 오래오래 취재 활동하면서 사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SBS 외교팀이 계엄 관련 기사를 참 많이 썼습니다. 작년 12월부터 시작해서 김용현과 텔레그램 해서 계엄의 목적, 부정선거라는 단어도 우리가 제일 처음 김용현 입으로 드러냈고,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이유가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한 그런 것도 우리가 처음으로 김용현한테서 드러냈고, 노상원과 한 사나흘 통화해서 계엄 사전 준비했던 과정들도 면밀히 취재를 했고 이번에는 707 특임단의 텔레그램 대화방을 찾아서 보도하기까지 했는데 기자상을 안 주더라고요(웃음).
다행이었던 게 헌법재판소에서 증거 채택을 아주 많이 해줬어요. 저희 기사를.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공소장에 저희 기사 내용이 그대로 실렸고 그러니까 계엄의 재판과 수사에 기여한 것 같아 적지 않은 위안이었는데….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계엄군 뿌리 뽑을 때까지 한번 써보자 하는 생각도 했고 살짝 기자협회에서 상 줄 때까지 한번 써보자 생각했던 것 같아요(웃음). 오늘 마침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상작 보기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991119
<김건희·윤석열-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통화 육성 및 문자 메시지 공개 등 명태균 게이트>
-시사IN 주진우·김은지·전혜원·문상현 기자 /수상소감 전혜원 기자
시사IN 전혜원 기자입니다. 주진우 선배가 오늘 시상식에 못 오셔서 제가 대신 말씀드리겠습니다. 명태균 게이트라는 게 오랜 시간 지지부진했었잖아요. 저도 기자로서 좀 답답했던 것 같아요.
도대체 김건희 육성은 언제 나오는 건가. 카카오톡·텔레그램이 많이 있다는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건가 답답했었는데 결국 저희가 입수해서 보도한 통화 녹음 파일 그리고 카카오톡·텔레그램을 통해서 작년 11월7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했던 말들은 거짓말이었다는 거 그리고 공천개입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을 입증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거기에 우리 보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구요.
지금도 비상계엄 관련해서 수많은 거짓말이 쏟아지고 있잖아요. 저희 직업이 그냥 부딪치는 말들을 그저 중계하는 게 아니라 검증하는 일이라는 것을 한 번 더 마음에 새기고 조금 더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울러서 헌법재판소도 좀 더 힘을 내서 빠른 파면 선고를 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귀한 상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취재하고 보도하겠습니다.
☞수상작 보기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101
◇취재보도2부문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 2명 인터뷰>
-조선일보 정철환 기자 /대리 수상 김신영 국제부장
수상소감 전문이 실릴 줄 알았으면 정철환 특파원한테 미리 받았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서 제가 그냥 준비한 거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정말 영광이구요. 정철환 특파원이 북한군 포로 인터뷰를 하게 될 것 같다고 저한테 연락한 날을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서 휴대폰을 두고 모처로 오라고 했다고. 그래서 제가 그때 처음 한 말이 “혹시 가짜 아니냐?”, “납치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걱정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걱정이 되기도 했고, 정말 가능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특종은 정철환 특파원이 우리 모든 기자들이 하는 그런 방법, 아는 사람 수소문하고 여기저기 섭외 방법 논의하고 또 피 말리면서 답 기다리고 하는, 우리 기자들이 매일같이 해온 일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열심히 뛰고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5/02/19/2BJNO4FH2RGNDHZZDGW2NSGUC4/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암장, 이주노동자의 감춰진 죽음>
-한겨레 암장기획팀(김가윤, 박고은, 이지혜, 임재희, 장현은, 김채운 기자) /수상소감 이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한겨레 이지혜입니다. 저희는 이주노동자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것을 대하는 한국의 무례하고 무책임한 시스템에 대해 기사를 썼습니다. 이번 기획을 하면서 저희에게 목표가 하나 있었는데요. 독자들이 이번 기사를 읽고 이주노동자들 삶의 어떤 역동성과 복잡성을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이 사회 문제의 어떤 대상, 피해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살아서는 굉장히 도전적인 꿈을 꾸고, 숨져서는 굉장히 애틋한 자기만의 애도를 받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조명하고 싶었고요. 그래도 그게 좀 이루어졌으니 상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기획이 가능했던 이유를 좀 생각을 해봤는데 서울대 김승섭 교수님의 도움이 컸고 두 번째로는 한겨레를 믿고 그 아픈 이야기, 되게 어려운 이야기 나눠주신 이주노동자분들 그리고 유족분들의 도움이 굉장히 컸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삼 느낀 건데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많은 기자들이 많아요. 한겨레 안에 그 모든 관심들, 평소의 노력들이 모여서 이번 기획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구요.
이번 기사는 또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잘 읽히거든요. 약간 데스킹의 승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희 기사에 가장 정확하고 간절한 문장 꺼내주신 방준호 팀장께 크게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저희 기획이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원래 12월2일 비상계엄 전날에 1회가 나가고 비상계엄 탓에 두 달을 쉬다가 2회, 3회가 나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또 든 생각은, 이렇게 정세가 어려울 때에도 힘든 사람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눈 떼지 않는 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미 있는 상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상작 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70160.html
<전광훈 유니버스>
-한국일보 조소진·강지수·김태연·최현빈·문지수 기자 /수상소감 조소진 기자
한국일보 조소진입니다. 저희 후배들이 같이 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전원 다 산불 취재하러 가서 혼자 외롭게 왔는데 다음번에는 꼭 같이 올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저는 강지수 기자가 적어준 소감을 대독하겠습니다.
이렇게 큰 상을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기획이 시작된 건 한남동 현장이었습니다. 애국하러 왔다고 말하는 70대 남성을 만났는데 그분은 매주 토요일에 광화문에 나간다고 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대부분 ‘자유마을’, ‘자유일보’, ‘광화문온’ 같은 단어를 입에 올리는 모습을 저희 사건팀 기자들이 포착했고 그리고 이들이 결국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로 통한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자유마을’에 직접 가입해서 2주 넘는 기간 동안 모든 행사에 참여해 보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각종 회계 자료를 보면서 두 달 동안 전광훈과 그가 말하는 애국시민, 애국자금이 무엇인지 추적했습니다.
결국 전광훈 목사가 광화문에서 애국 시민이라고 추켜 올리며 벌어들인 돈들은 전광훈 최측근이 임원으로 있는 회사로 흘러간다는 점을 포착했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전광훈 유니버스를 추적하고 글로 옮긴 5명은 모두 사건팀 기자입니다. 매일 사건 사고를 챙겨야 하는 사건팀에서 긴 호흡의 기사를 쓰려면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이번 취재에 이름을 올린 건 저와 강지수, 김태연, 최현빈, 문지수 5명이지만 저희 사건팀 전원이 받은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유진, 전유진, 김나연, 허유정 기자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전유진 기자는 처음 아이디어를 구성했던 시작을 같이 했었고 허유정, 김나연, 이유진은 현장 취재를 돕거나 기획 방향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저희를 믿어주신 강철원 사회부장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촘촘한 검증을 도와주신 저희의 정신적 지주, 사건 데스크 윤태석 차장께도 정말 감사드리고 손현성 캡, 이외에도 오며 가며 핫팩을 손에 쥐어준 선배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전광훈 유니버스는 성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관심 끄지 않고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오늘도 현장에서 매 순간 치열히 취재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수상작 보기 https://www.hankookilbo.com/Collect/9733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
-경기일보 김경희·오민주·이진 기자 /수상소감 김경희 기자
경기일보 김경희 기자입니다. 이 상은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이라는 주제로 받게 됐지만 경기알파팀이라는 경기일보 기획보도팀에서 받은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알파팀은 지난해 초에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지역 신문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자 2명을 온전하게 기획취재에 투입하고 1명의 데스크가 붙어서 관리하는 형태로 저희로서는 처음 시도해 보는 팀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민도 많았고 첫 주제를 선정하는 데도 상당한 고민을 했었는데.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은 경기알파팀의 첫 번째 주제였고 경기알파팀이라는 이름을 만들게 된 기자들과 함께 이렇게 상을 받게 돼서 정말 영광스럽다는 생각이 들고요.
무엇보다 저희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해주신 데는 이용성 편집이사를 비롯해 박정임 정치부 국장님 그리고 나머지 데스크 분들이 본인들 부서 기자들이 나와서 부서 업무를 전혀 하지 않는 현실을 다 이해해 주셨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연말에 경기도에서 희귀 질환자에 대한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첫 번째 지원사업 예산이 잡혔을 때 이 소식을 전달하는 저도 그랬지만 전달받았던 후배들도 본인들에게 마치 그 돈이 주어진 것처럼 기뻐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오늘 이 상은 밥도 안 먹고 일을 하는 바람에 제가 맨날 쫓아다니면서 밥을 사 먹여야 했던 그 정도로 열심히 했던 이진, 오민주 기자 덕분에 받은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좋은 상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상작 보기 https://www.kyeonggi.com/seriesList/002596
◇전문보도부문
<1022마리 산양, 그 겨울의 마지막 기록>
-YTN 함형건·장아영 기자 /수상소감 장아영 기자
‘1022마리 산양, 그 겨울의 마지막 기록’은 1년 동안 이어진 프로젝트였는데요. 1년 프로젝트를 하면서 초반에는 이렇게 많은 산양이 떼죽음을 당했는데, 폭설 때문이기만 한 건지 울타리의 원인도 있는 건지 객관적인 원인을 한번 분석해 보자는 차원에서 데이터를 모아서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떼죽음 지도와 사냥 울타리 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했고요.
후반부에는 저희가 인터랙티브 소설이라는 새로운 기법의 기사를 썼습니다. 설악산에 살고 있는 사냥이 1000마리 넘게 죽었다는 건 사실은 전체가 죽었을 수도 있고 왜냐하면 그 개체 수가 지금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최소 3분의 1이 사망을 했는데, 그럼 우리가 한번 산양 입장에서 설악산을 한번 거닐어 보자는 차원에서 기획한 소설이었습니다.
YTN 데이터랩이 원맨팀입니다. 함형건 선배 혼자 이끌고 계십니다.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기자도 리서처도 없는 상태에서 선배 혼자 기획부터 시작해서 아이디어, 최종 결과물, 개발까지 전부 다 해주셨고 다른 부서에서 다른 업무를 하면서 외인구단처럼 모여서 함께 사이트 제작해 준 김병욱씨, 정혜련씨. 같이 이 자리에 있어야 했는데 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 그분들과 함께 상을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상작 보기 https://storymaps.arcgis.com/stories/3f7376d6dafe4373b499a66c3b3a3b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