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및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취재진은 밀정이란 주제로 특별 기획을 준비했다. 이미 알려진 친일파를 다루는 것보다 영화 ‘밀정’으로 친숙할 뿐 아니라 은밀히 암약하는 밀정의 속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고, 관련 논문이 몇 편 없을 정도로 학계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라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일본 방위성, 국회도서관 등 관련 기관을 수없이 방문해 자료를 모았다. 예상보다 밀정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문서에 보면 대부분 밀정 이름이 나와 있지 않거나 가명을 사용했다. 정보들이 조각조각 흩어져 있었다.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소모됐다. 다행히 이 부분을 회사에서 감당해줬고, 8개월여의 취재 끝에 조각들을 맞출 수 있었다.
일본과 중국 문서 5만여장을 분석해 밀정 혐의자 895명의 명단을 작성했다. 특히 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들의 밀정 혐의를 고발할 수 있었다. 밀정은 동지를 팔았을 뿐 아니라 민족을 안에서부터 분열시켰다는 점에서 친일파보다 더 악랄하다고 평가받는다. 밀정들의 암약을 취재할수록 변절하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가 더욱 깊게 다가왔다.
국가보훈처는 별도의 위원회를 꾸려 서훈을 받은 독립운동가들의 공훈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취재진이 고발한 인물에 대해서도 우선으로 조사 중이라고 전해왔다. 학자들은 일제강점기 활동한 밀정의 수를 수만 명 규모로 예측한다.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밀정은 수십 명 남짓이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밀정 분야 연구가 물꼬를 트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