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로 먹는 물 안전이 화두였던 지난 6월, 수도계량기 업체에서 근무했다는 한 제보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납 함량이 납품기준을 초과한 수도계량기가 수자원 공사에 납품돼 아무렇지 않게 시중에 공급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각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이 통과하는 수도계량기입니다.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면 당연히 납품 과정에서 걸러졌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증이 필요했습니다.
취재 과정은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수자원 공사를 설득해 업체에서 납품된 수도계량기 표본을 확보했고 직접 시험 기관에 재질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보름을 기다려 받아본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업체 3곳 가운데 2곳의 납 함량이 수자원 공사 납품기준을 3배가량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실을 수자원 공사에 알리자 납품업체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체 16개 납품업체 가운데 6곳이 납 함량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여기에 추가 취재로 일부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수도계량기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납품했고, 당국은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취재에 꼬박 두 달이 걸렸습니다.
하루 단위로 발제와 제작이 이어지는 지역 여건 속에서도 장기간 취재를 이어갔던 건 우리 삶에 무엇보다 밀접한 먹는 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붉은 수돗물, 우라늄 수돗물 사태가 이어지며 먹는 물 안전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취재가 수도계량기 업계의 부도덕한 관행과 당국의 관리 부실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