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억센 손을 가진 그는 곧잘 흥분했고, 두서없이 말을 쏟아냈다. 그가 내려놓은 두꺼운 서류를 앞에 두고, 의심과 확신, 주장과 사실들이 한꺼번에 뒤엉킨 채 귀를 때렸다. 하루아침에 GRP관과 레진관을 구별해내고, 하수관을 묻는 각종 공법을 깨쳐야 하는 신입 기자는 연신 시계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버거울 만했다. 처음에 그는 선배 기자에게 중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물었다고 한다. 5년간의 취재가 시작됐다. 도면과 다른 공법을 쓰고, 새 관로가 있어야 할 자리에 기존 관로를 그대로 썼다는 정황이 쏟아졌다. 공사비를 부풀리고 부실하게 시공했다는 의혹이 차곡차곡 쌓였다. 8년 전 완성됐어야 할 묵직한 준공도면은 수차례 다시 그려져 산을 이뤘다. 온갖 숫자와 전문 용어들이 뒤덮인 서류뭉치 앞에서 그간 있었던 일들의 규모를 짐작할 뿐이었다.
군산 시내에 검게 똬리를 튼 114km의 하수관은, 한 번 땅속에 묻히고 나자 제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부실시공이라는 경찰의 결론에도 검찰은 군산시와 시행사에 면죄부를 줬고, 공무원들은 시행사를 대변했다. 하지만 기자들은 도면을 더듬으며 끊임없이 맨홀 뚜껑을 땄고, 시민들은 어깨를 걸었다. 검찰과 군산시가 외면한 진실은 그렇게 끌려나왔다.
군산시장은 잘못이 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검찰은 시한부 기소중지를 풀고 수사를 재개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이미 2차례 무혐의 처분한 전력이 있는 데다, 일부 공무원들은 여전히 부실시공을 인정하지 않는다. 취재는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