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물품이 한국을 통해 북한에 반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일본의 주장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매년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와 회원국의 제재 이행 동향을 안보리에 보고합니다. 보고서가 나오면 언론들은 북한의 제재 위반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데 거꾸로 한국과 일본의 제재 이행 여부를 검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재 위반은 북한에 금지 품목을 수출하는 국가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안보리에 제출된 총 10건의 영문 보고서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자잘한 건을 제외하더라도 일본의 대북제재 품목 반입 및 의심 사례 27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 군함의 레이더, 화성-12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옮길 때 사용한 기중기, 북한 무인기의 카메라, 평양정보센터에 넘어간 컴퓨터 7196대, 북한 정권이 애용한 벤츠 자동차, 화장품, 담배 등이 일본에서 수출된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은 위반 사례가 사실상 없었습니다.
기사가 나가자 ‘일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었구나’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이행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여론이 일부 있었는데 이 기사는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시켜 일본의 수출규제 앞에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막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