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민의 반영되는 정치체제 작동에 기여해야

[언론 다시보기]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7일 오전 8시 즈음 자유한국당(180만38명)과 더불어민주당(31만408명) 정당해산청원 참여인원이 2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정당이 민의를 반영하는 채널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적인 여론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 규모가 ‘역대급’이고 참여인원의 크기가 정당에 따라 큰 격차를 보여 그런지 지상파방송, 종이신문, 인터넷언론은 너나할 것 없이 사설과 의견기사 그리고 사실보도를 통해 관련소식을 다룬다. 그런데 보도내용이 영 마뜩잖다. 청원인 숫자, 예상되는 청와대 답변, 정당 청원에 대한 보수언론의 비판, ‘여론’ 혹은 ‘조작된 여론’이라는 정치인들의 상반된 해석, 특정 정치인을 공격하고 조롱하는 청원 등 ‘최고’를 내세우고 ‘갈등’과 ‘전략’을 중시하는 게임 프레임에 매몰된 기사를 연일 쏟아낸다.


게임 프레임에 집착하는 정치 기사 작성 관행은 유권자가 정치 현실을 인식 과정에서 그(그녀)의 정치 성향이 과도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유도한다. 다시 말해, 뉴스 이용자는 취재원인 정치 엘리트들의 수사에서 정보적 단서를 얻고 이를 정치적 현실 지각에 활용하는데, 원내대표와 대변인 발언을 인용하여 정치적 국면을 게임으로 묘사하는 뉴스는 독자에게 ‘니편과 내편’이라는 심리적 장벽 내에서 쟁점을 해석하고 평가하기를 강요한다.


뉴스를 꼼꼼히 읽는 대신 제목만 보고 기사의 내용을 판단하는 이들은 게임 프레임의 영향을 더 받는다. 가령, 기사 본문에서 한쪽 입장을 주로 다루지만 양쪽의 발언 내용 중 핵심 단어만을 발췌해 대립적으로 제시한 기사 제목만 읽은 이들이 정치적 편견을 배제한 채 기사의 내용을 제대로 해석하고 평가한다고 기대할 수 없다. 권력 취재원의 발언을 중심으로 정치 현실을 묘사하는 언론의 관행이 엘리트들의 정치적 선동을 부추기고 이러한 선동이 효과를 발휘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언론 스스로 정치 엘리트들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선전도구임을 자처하는 셈이다.


여론이 정당과 정치인에 대해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체제는 민주주의 이상에 부합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여론이 형성되려면 ‘나라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데, 언론을 통해서만 이를 얻을 수 있다. 시민이 생각하는 정보의 정확성 정도는 언론에 대한 기대 혹은 신뢰의 수준과 비례한다. 자신의 이익에 조응하는 뉴스를 전달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독자는 언론을 신뢰하게 되고, 그때가 돼서야 비로소 뉴스를 통해 정치를 학습한다.


게임 프레임 뉴스는 사안의 본질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는 매우 부적절한 관행이다. 정치인의 편향된 시각이 아닌 시민의 목소리를 뉴스에 담아야 언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바람직한 여론 형성을 통해 민의가 반영되는 정치 체제 작동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언론은 존립근거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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