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구독 모델의 목표

[언론 다시보기]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나는 미디어 연구자다. 연구자로서 다양한 미디어들을 연구하려면 직접 경험을 해야 한다. 또한, 제값 주고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나부터 제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월 1만5000원. 실시간 TV 시청을 위해 IPTV를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까지 결합상품으로 월 3만7200원. 여기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최신 영화 등 VOD 비용으로 1만원 가량이 더해진다.


나는 잘 듣지 않지만 고등학생 딸을 위해 무제한 내려 받기가 가능한 음원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 월 1만1900원. 놓친 TV 프로그램 다시보기를 위한 동영상 서비스 구독 비용으로 월 9900원, ‘하우스 오브 카드’ 때문에 가입했다가 도저히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동영상 서비스 구독 비용으로 월 1만2000원을 지불하고 있다. 나를 위한 선물로 가입한 콘솔 게임 서비스 월 3500원. 가족 평균 한 달에 영화 5편 관람 비용 약 5만원도 있다. 연구자로서 다양한 서비스들을 시험해 보기 위해 한 번씩 가입해 지불하는 비용도 월 2만원 가량이다. 여기에 두 아이와 나, 아내의 휴대전화 통신비용 월 18만원 가량이 더해진다.


다 더해보니 콘텐츠와 통신을 위한 월 미디어 비용이 약 35만원이다. 큰 변수가 없는 한 고정비용이다. 참고로 휴대전화 할부 비용은 제외했다. 돈을 내고 있으니 뉴스도 봐야 하고 게임도 해야 하고 드라마, 예능도 봐야한다. 연구자니 관련 동향 자료, 연구 논문, 책 등도 봐야 한다. 그러한 가운데 연구자로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처럼 써야 한다. 직장인이니 회사가 부여하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하며, 가족으로서 의무도 다해야 한다. 저녁에는 술도 자주 마신다. 항상 시간이 없다. 금액으로나 시간으로나 월 35만원은 나에게 최대 비용이다.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광고 수익 모델이 위축되면서 구독 모델이 다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스 미디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좋은 뉴스를 만들고, 독자를 제대로 분석하고, 잃어버린 신뢰를 찾는다는 전제 조건이 제시된다.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등 성공했다는 사례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책정하든 대부분의 구독료는 이용자의 지불의사보다 높다. 여기저기 돈을 내라는 곳은 많지만, 휴대전화, 인터넷 등을 포함한 전체 구독료는 항상 나의 임금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독 모델 설계자들은 이용자의 월 소득에서 차지하는 1000원의 비중을 고려하지만, 이용자들은 스스로 설정한 전체 구독료 내에서 1000원의 비중을 고려한다.


뉴스 구독 모델의 경쟁 상대는 타사 뉴스가 아니다. 이용자가 구독하는 다른 미디어들의 비용과 시간이다. 뉴스 구독 모델을 통해 새로운 가입자를 확보하려는 목표는 다음과 같이 대체되어야 한다. 이용자들이 새로운 뉴스 구독 모델을 통해 다른 미디어 구독을 대체함으로써, 더 많은 시간을 이용하더라도 기존 전체 구독료 비용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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