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는 아이템 아닌 관점... 모든 영역 '기후 렌즈'로 바라봐야"
[2025 세계기자대회 / 컨퍼런스] 기후변화 주제 토론
탐사보도 기법 공유 등 기후변화 글로벌 협력 필요
“어린 시절, 특히 겨울이 오면 이탈리아 중부의 아브루초 지역을 자주 찾았습니다. 그때는 눈이 두텁게 쌓여 자주 스키를 탔는데요.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겨울은 너무 따뜻해졌고 눈은 드물게 내리며 차가운 날씨도 불과 몇 주밖에 지속되지 않습니다.”
31일 개막한 ‘2025 세계기자대회’ 두 번째 컨퍼런스에서 이탈리아 아젠지아 노바의 지안마르코 볼프 글로벌 데스크 책임자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뿐만 아니다. ‘기후환경 변화와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이날 컨퍼런스에서 기자들은 각국의 심각한 기후변화 상황을 공유하며 언론이 이 국제적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심도 깊게 토론했다.
볼프 책임자는 “밀라노의 공기는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고 지난해 여름엔 시칠리아에서 산불이 발생해 수천명이 대피했다”며 “다룰 이야기는 많지만 사람들은 계속되는 부정적인 뉴스에 피로감을 느낀다. 우리는 이를 ‘기후 피로’라고 부르는데, 아무도 아침을 먹으며 우울한 기사를 읽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 27개국이 저마다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고 우리는 이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고 싶지만 아브루초의 농부는 스웨덴의 빙하에 관심이 없고, 그리스의 어부는 네덜란드의 해수면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기후변화는 계속되기에 기자들은 이 문제를 계속 조명해야 한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스토리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CBC(캐나방송공사)의 머레이 브루스터 수석 국방 및 외교 특파원도 언론이 좀 더 적극적으로 기후 관련 보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브루스터 특파원은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기자들도 근시안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좀처럼 연결 고리를 찾지 않는다. 과학, 정책, 시위, 정치라는 몇 가지 틀 안에서만 기후 문제를 다루고 있고, 각국의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거의 논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기후변화가 국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캐나다에선 군이 산불 진화에 투입돼 정작 본래 임무를 위한 훈련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 왔다. 이것이야말로 기후변화가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변화는 지정학적 구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그린란드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과연 놀라운 일일까. 과거에는 얼음과 빙하에 막혀 있던 해상 항로가 열리면서 강대국들 간의 자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토론자들은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기후변화를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로 사단법인 넥스트 수석은 “기후는 전문기자나 특정 부처를 담당하는 기자가 생산하는 특별한 아이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기후는 아이템이 아니라 관점이다. 우리가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기까지 마주하는 모든 영역을 기후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각 영역에 기후라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전문적인 지식을 요한다”며 “(탄소) 배출과 저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려면 전문 지식과 관점을 나눠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그 일을 뒷받침해줄 자원은 의외로 각국에 많이 있기에 부디 그 자원을 잘 꿰어 기후가 아이템을 넘어 주류의 관점이 되도록 힘써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여한 각국 기자들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에티오피아 NBC TV의 츠가훈 아세팟 시메킷 선임 뉴스 에디터는 “기후변화는 전 세계가 직면한 공동의 문제이며 어느 한 국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라며 “각국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기자들이 협력해야 한다. 탐사 보도 기법을 공유하고 주목받지 못한 환경 위기를 알리고, 강대국들이 책임을 다하도록 국경을 초월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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