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
'MBC·JTBC·경향·한겨레 봉쇄 지시' 공소장 담겨
보도검열 넘어 언론사 통제... 헌법21조 위반
이상민 전 장관 증인채택… 5차 기일 이진우 "지시 기억 안 나"
12·3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MBC를 비롯해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 네 곳을 봉쇄하고 수도와 전기를 끊으라 지시했다고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국회와 윤 대통령 양측은 이 지시를 받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 대통령을 1월26일 재판에 넘긴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을 보면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집무실에서 이 전 장관을 만나 “자정쯤 MBC와 JTBC,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하라”는 지시가 적힌 문건을 보여줬다. 이른바 ‘이상민 문건’이다. 검찰은 101쪽 분량 공소장 끝에 한 쪽을 할애해 윤 대통령의 언론사 통제 계획을 적었다.
공소 사실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이후 밤 11시37분쯤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언론사 등 5곳에 경찰이 투입될 것”이라며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 줘라”고 지시했다. 허 청장은 이영팔 소방청 차장에게, 이 차장은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로 지시를 전달했다. 11시50분쯤 허 청장은 직접 황 본부장에게 전화해 경찰청에서 협조 요청을 실제로 받았는지 확인해 보기도 했다.
계엄 상황에서라도 계엄법에 근거가 있는 보도 검열을 넘어 아예 언론사 자체를 통제하거나 폐간하면 헌법 21조의 언론 자유를 부정한 헌법 위반 행위가 된다. 이 전 장관은 앞서 1월22일 국회 내란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언론사 등의 단전·단수를 지시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증언하지 않겠다”고 답을 피했고, 4일 청문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4일 진행된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서는 계엄군이 국회를 장악하려 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문을 부수고서라도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등 전화 지시를 세 차례 받지 않았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자신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고 당시 통화를 워낙 많이 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관련한 질문 모두에 증언하지 않았다.
이 전 사령관은 직접 대통령 전화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면서도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전화한 상황에서 체포, 총 등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지시를 했는데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국회 측이 윤 대통령과 사이에 가림막 설치를 제안했지만 “군인의 직책과 명예심을 가지고 말씀드리고 있다”면서 불필요하다며 거부했다.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 측 신문에는 계엄 당일 저녁 “관사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며 계엄 관련 지시를 미리 받지 않았고 윤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에게서 누군가를 체포하라거나 국회에서 계엄 해제 의결을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로 부대원을 투입한 이유에는 국가시설인 국회 전체를 보호할 만큼 병력이 없어 핵심 건물인 의사당을 보호하려 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재판이 시작된 직후부터 증인신문이 이뤄지는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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