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내부 고민·긴장… "지속가능하려면 원칙 돌아가야"

[언론노조 뉴스타파지부 설립 10주년 세미나]
'김만배-신학림' 이후 보이지 않는 지향점 갈등
"후원자로부터도 독립, 탁월성 규범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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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을 사흘 앞두고 나온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와 이듬해 이어진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뉴스타파는 내부 구성원 사이 고민과 긴장이 커졌다. 수사기관을 통한 정권의 언론사 탄압은 단일대오로 거부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뉴스타파가 지켜온 탐사보도 정신이 약해지고 정파성이 자라지 않았는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뉴스타파지부가 23일 ‘비영리·비당파 탐사매체 뉴스타파의 길을 묻다’는 주제로 지부 설립 10주년 세미나를 열었다. 뉴스타파를 성원해 준 언론학자들을 통해 외부에서 보는 뉴스타파를 진단하고 내부에서 구성원들이 문제를 토론할 물꼬를 트기 위해서다. 언론탄압 위기 속에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를 꺼리는 분위기를 극복하려는 취지다.

23일 서울시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열린 언론노조 뉴스타파지부 창립 10주년 세미나에서 신우열 전남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언론노조 뉴스타파지부 제공

발제를 맡은 김창욱 한동대 교수와 신우열 전남대 교수는 2023년 3월부터 1년 동안 뉴스타파 기자 9명을 심층 인터뷰한 연구를 통해 뉴스타파가 겪는 갈등과 긴장을 설명했다. 두 교수에 따르면 뉴스타파는 암묵적으로 ‘탁월성의 규범’을 추구해 왔다. 기사가 압도적이고 결점이 없어야 뉴스타파 보도답다는 인식을 형성해 왔다는 것이다.

뉴스타파 기자들은 성실히 취재했고 진실을 담았다면 ‘지금 상황에서 이 기사가 보도되는 것이 적절한지’ 유불리를 덜 따졌다. 구성원들은 아무리 민감한 시기라도 기사가 완벽하다면 못 나갈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반대로 준비되지 않은 기사라면 아무리 시기적으로 필요하더라도 보도되면 안 된다고 믿었다.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는 취재 수준 차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뉴스타파는 외부 위원들로 자체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지난해 5월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반론취재와 검증이 부족했던 데 대해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타파는 신학림 전 전문위원을 통해 녹취록을 제보받은 지 이틀 만에, 대선을 사흘 앞두고 보도를 결정했다.

신 교수는 “새로운 유형의 뉴스로 조회수가 많이 나오거나 회원 유입이 많아지면 어떤 규범을 추구할지 경쟁 상태에 놓인다”며 “이런 때 결국 필요한 건 성찰이다. 뉴스타파가 지속하려면 탁월성 규범을 계속 실천해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다른 언론사처럼 설익은 ‘단독’ 경쟁을 벌이려는 보도 관행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중석에서 뉴스타파 기자들이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홍주환 기자는 “탁월성을 위배하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특정 정파 지지자들이 좋아할 공격적인 문장이 늘고 있다”며 “조직이 커지면 먹여 살릴 직원이 많아지고 후원자 감소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겠느냐”면서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됐을 때 우리가 비판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우열 전남대 교수와 김창욱 한동대 교수, 심석태 세명대 교수, 김동원 한예종 강사(전 언론노조 정책실장)가 발제를 맡고 토론자로 박영흠 성신여대 교수, 심인보 뉴스타파 총괄에디터, 홍여진 뉴스타파 기자가 참여했다. /언론노조 뉴스타파지부 제공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콘텐츠총괄에디터로서 사측의 관점에서 토론에 참여했다. 심 기자는 탁월성 규범에는 동의하지만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탁월한 기사는 대체로 사건이 끝난 뒤 자료를 입수하고 오랫동안 분석해 만들어진다”며 “사건이 진행 중일 때는 (부정확한 보도)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언론사로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정 정도 규범을 포기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심 기자는 뉴스타파가 정파성을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론했다. 그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엄청난 후원이 쏟아졌고 그 후원이 잠정 조직이었던 뉴스타파를 영구 조직으로 바꿨다”며 “정파성은 뉴스타파의 설립과 이후 경로의존성을 가볍게 본 평가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뉴스타파는 이 시국이 지나고도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 누가 남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며 “2019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를 비판해 후원자 10%가 빠졌을 때도 90%와 함께해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후원자는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나 올해 1월에는 처음으로 5만명을 넘어섰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도 “경로의존성은 결국 상황논리”라며 “어제 보도에 동의하는 후원자가 내일의 독자일 것이라며 더욱 그들에게 소구한다면 광고를 수주하려 그들에게 동조하는 상업주의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본질과 원칙으로 돌아가지 않고 오늘 타협하면 내일 더 타협해야 한다”며 “결국 남는 것은 어제의 영화와 조직논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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