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뉴스타파 빼라", 네이버는 침묵… 새 제평위 어디로

여당 '포털 불공정 개혁 TF'
제평위 재출범 앞두고 포털 압박
기자협회보 놓고도 "좌편향 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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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의 편향성 문제를 줄곧 제기해 온 국민의힘이 콘텐츠제휴(CP) 심사를 담당할 뉴스 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재출범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좌편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시정하라며 사실상 특정 매체를 네이버 뉴스에서 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네이버가 어떤 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거론된 매체는 물론 뉴스 서비스 전반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포털 불공정 개혁 TF’ 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포털TF’(위원장 김장겸),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휘) 등을 만들어 포털과 언론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던 국민의힘이 이번엔 ‘포털 불공정 개혁 TF’(위원장 강민국)를 출범시키며 “거대 포털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 등을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TF는 지난 12일 첫 회의에서 “네이버 등 대형 포털뉴스 제휴시스템의 편향성 문제” 개선을 첫 과제로 제시하고 바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지난 14일 ‘독과점적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성 강화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16일엔 ‘뉴스 플랫폼 공적책임 강화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19일 네이버 현장방문으로 압박 강도를 높였다. TF는 이날 네이버의 최수연 대표,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 유봉석 정책·위기관리 대표 등을 만나 한 시간여 동안 면담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모두발언에서 TF 위원인 강명구 의원은 “포털뉴스가 좌편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평가를 받아왔고, 네이버는 방관하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받는다”면서 “뉴스 노출 알고리즘에 대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봉석 대표는 “국민에게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본의 아니게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편이나 우려를 드리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저희도 책무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비공개 면담 내용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는데, 국민의힘 TF 위원들이 네이버 제평위의 편향성과 불공정성 문제를 지적하고, 네이버 측은 자문기구 뉴스혁신포럼을 통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날 국민의힘이 다녀간 뒤 바로 이틀 뒤로 예정돼 있었던 뉴스혁신포럼 회의가 취소됐다. 네이버가 올 1월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뉴스혁신포럼은 지난 4월 제평위 활동 재개를 위한 논의를 시작, 이달 말쯤 정리된 안을 내놓고 기자간담회도 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의힘 방문 이후 21일 열기로 한 회의가 네이버 측 요구로 연기됐다. 다음 회의는 9월 첫주에야 열린다. 국민의힘에서 포럼이 내놓은 제평위 구성 잠정안에 반대 뜻을 표했고, 이를 네이버가 내부적으로 논의·검토하는 단계로 추정된다.


국민의힘은 앞서 지난 7일 미디어특위 명의로 낸 성명에서 “(포럼이) 네이버 뉴스 제휴평가위원회 심사위원을 다수의 ‘풀단’으로 구성해 이들 중에 랜덤으로 뽑힌 심사위원이 네이버뉴스 제휴평가심사를 하는 방식으로 개혁안을 발표하고 활동을 종료한다고 한다”며 이를 “개악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네이버 CP사’의 뉴스 편집 권한은 뉴스타파에 있다면서 네이버상에 명백한 오보인 ‘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그대로 올려놓고 있다면 네이버가 스스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이어진 성명에서도 뉴스타파를 비롯해 기자협회보,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을 “좌편향 CP사”로, 데일리안을 “유일한 우편향 매체”로 분류하며 “좌편향 미디어 제국”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를 CP사로 두는 한 어떤 개편안도 의미 없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인 셈인데, 현행 약관법상 네이버가 임의로 뉴스타파를 퇴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난 2021년 기사형 광고로 제평위 평가에서 탈락해 네이버·카카오와 계약이 해지됐던 연합뉴스가 다시 네이버에 복귀한 것도 “뉴스제휴 계약은 약관법상 불공정약관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정치적 ‘외풍’에 예민하게 반응해온 전례를 고려할 때 의외의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네이버의 조치가 충분치 않으면 올해 국정조사에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를 증인으로 부를 수 있다고 압박했고, 방송통신위원회 차원에서도 네이버 현장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민의힘 TF 토론회에선 “여론독점을 통제하고 포털사 개혁을 지원 감독하기 위해” 방통위 산하에 한국포털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분위기는 제평위 구성이나 향후 네이버 뉴스 서비스 전반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방통위가 ‘가짜뉴스 근절’을 추진하는 와중, 뉴스 서비스의 위법 사항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정정 보도 기사 모음 페이지를 개편했고, 총선 직전인 지난 3월엔 뉴스 검색결과에 ‘정정보도 청구 중’ 문구 표기를 추진했다가 비판 여론에 철회한 일도 있었다. SNU팩트체크센터 지원 중단도 정부·여당의 ‘좌편향’ 공세와 무관치 않다. 네이버는 2018년 SNU팩트체크 출범 이후 5년 넘게 재정지원을 해왔으나, 지난해 8월 ‘계약만료’를 사유로 지원을 중단했고, 재정이 고갈된 SNU팩트체크는 지난 18일 무기한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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