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놓친 이슈 천착해 청취자와 공감"

라디오프로그램 전성시대 (3)SBS 박진호의 시사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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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자발적 참여 ‘쑥쑥’
물고 늘어지는 질문이 중요
사회적 약자 목소리 담을 것


“언론, 특히 공중파 방송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요. 인사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거나 수익성 때문에 자본에 영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했어요. 라디오에서는 반성과 공감이 있었고 외압도 없었던 만큼, 관련 이슈가 불거진 초반부터 세밀하게 다룰 수 있었습니다.”


SBS라디오 ‘시사전망대’의 앵커 박진호 기자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제작한 PD, 3차 대국민담화 때 대통령에 질문을 던진 서울신문 기자, 우병우 전 수석 검찰 수사 당시 팔짱 낀 모습을 찍은 조선영상비전 기자 등을 섭외해 언론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취재 후기를 자세히 전하는 방식으로 이슈를 꾸준히 끌어왔다”고 설명했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SBS 본사 사옥에서 시사라디오 프로그램 ‘박진호의 시사 전망대’ 제작진을 만났다. 이들은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보도에 힘쓰겠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박진호 앵커, 정한성 PD, 임미인 작가, 남경희 작가, 손민정 작가.(아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한성 시사전망대 PD도 “‘이슈토크’라는 코너를 통해 패널들이 박근혜·최순실 관련 이슈를 석 달 째 자세히 다루고 있다”며 “분량으로 따지면 시사 라디오프로그램 중 가장 먼저 시작해서 가장 오랫동안 다룬 셈”이라고 밝혔다.


시사전망대가 민감한 보도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 보도국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어서다. SBS 기자들은 시간이 부족해 미처 리포트로 소화하지 못한 취재물을 라디오로 내보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출연 의사를 밝힌다. 출연 시간이 최소 10분 이상인 만큼 취재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데다 전문이 기사화되기 때문에 리포트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기자는 “자기 취재에 대한 자부심이나 열정이 있는 기자들이 출연에 적극적이고 만족도도 높다”며 “라디오에서 보도된 내용이 8뉴스에 역으로 반영되는 경우도 많다. 게이트키퍼가 짚어내지 못한 게 재부각 돼 선순환 과정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유독 바쁘실 것 같다.
“아침프로다 보니 간밤의 소식이나 큰 뉴스에 노심초사하게 된다. 밤에 속보와 단독이 터지다보니 원고작업도 새벽에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굵직한 뉴스로 덮이면서 빠지는 뉴스가 생기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 보도할 자리가 없다는 게 아쉽다. 대형 이슈를 다뤄줘야 하지만 한편으론 다양한 사건을 다루지 못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다.”(정한성 PD)


-인터뷰할 때 대상에 따라 화법이 다른 것 같다.
“정치인들은 자기가 준비된 얘기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앵커는 청취자들의 수요가 있는 부분을 물어봐야 한다. 물론 답변을 하기도, 무시하기도 한다. 시간 제약에 맞춰서 물고 늘어지는 게 중요하다. 또 사전에 듣는 사람들이 다 안다는 생각으로 질문하면 거리감 있는 방송이 되는 만큼, 청취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질문하고자 한다.”(박진호 기자)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다면.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당시에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과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방송 경험이 없는 분이라 투박했지만 현장의 절박감과 의사로서 느끼는 부당함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람 냄새나는 인터뷰였다.”(박진호 기자)


“전세버스 사고 당시 기사들이 굉장히 비난을 받았다. 우리는 오히려 그 기사들을 인터뷰해서 불합리한 제도를 들춰냈다. 이 인터뷰가 나간 뒤 다른 언론사에서도 후속 보도가 이어졌고, 청취자들의 반응도 좋았다.”(정한성 PD)


-‘박진호의 시사전망대’만의 장점이 있다면.
“진보든 보수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청취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이슈토크’ 코너가 자랑거리다. 패널끼리 의견이 엇갈려서 긴장감을 올리는 것, 그리고 정확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질문을 통해 청취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게 장점이다.”(정한성 PD)


“클로징 멘트는 주요 사안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을 보거나 신문 칼럼 등으로 여론의 방향을 보고, 상식적으로 가장 공분을 일으키거나 공감하는 내용으로 만들어진다. 감성주의나 대중 심리에 영합하는 클로징은 지양해야 하는 만큼, 근거와 논리에 따라 비판할 수 있는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박진호 기자)


-시사라디오 제작진으로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가치가 있다면.
“상식과 논리, 그리고 자기 검증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도는 늘 상식과 논리에 따라 해야 한다. 또 기자나 PD들이 제때 공부해서 파헤치고 보도해야 하는데 못하다보니 놓치는 게 많은 만큼, 자기 검증도 필수다.”(정한성 PD)


“소수나 사회적 약자를 위해 균형 있는 보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결국 다수의 문제기 때문이다. 또 청취자들이 자기 의견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인만큼, 시대정신에 맞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박진호 기자)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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