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뉴스쇼는 외압에 굴하지 않는다"

라디오프로그램 전성시대 (1) CBS 김현정의 뉴스쇼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뉴스 소비가 늘며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고 있다. 청취자들의 문자, SNS를 통한 소통이 평소보다 훌쩍 뛰는 등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며, 라디오 제작진은 빠르게 요동치는 이슈를 이끌기 위해 숨 가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릴레이 기획을 통해 주요 방송사의 대표적인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이 사회 의제 설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제작 전반의 과정과 비전, 고민 등을 조명한다.

 

 

▲뉴스쇼 제작진인 민경남PD, 이선주작가, 문효선PD, 박철PD, 정다솜작가, 권민철기자, 손근필PD, 김현정앵커, 이진성PD(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묻고 싶은 게 코인데 볼을 긁으면 안 된다는 게 원칙이에요. 철저하게 당사자주의로 가야한다는 거죠. 목격자를 불러서 가장 쉬운 언어로 청취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걸 돌직구로 던지는 게 핵심입니다.”

 

김현정 CBS PD방송은 공공재기 때문에 11초도 허투루 쓸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PD정치인, 교수 등 전문가도 좋지만 그보다 직접 사건을 목격한 시민이나 억울한 일을 당한 유가족을 설득해 나오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1CBS에 라디오PD로 입사해 음악방송 제작을 줄곧 맡아왔다. 3년 후 시사프로그램 이슈와 사람의 진행자가 휴가로 자리를 비운 사이 대타로 마이크를 잡게 됐고, 그렇게 눌러앉게 됐다.

 

4년간 능숙한 진행을 선보인 김 PD는 새 프로그램인 뉴스쇼에 투입됐다. 당시 뉴스쇼를 아는 청취자는 거의 없었다. 현재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진행하던 MBC시선집중이 아침시간대를 완전히 점령할 때였기 때문이다.

 

밤낮없이 진행자와 PD 역할을 동시에 해온 덕에 뉴스쇼는 차츰 입소문을 탔고 아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간판이 됐다. 송곳 같은 질문으로 정치인을 후벼 팠고, 단독 인터뷰는 타사 매체에 인용되기 이르렀다.

 

PD10년 넘게 호흡을 맞추며 뉴스쇼를 이어온 손근필 PD는 김 PD방송을 사랑하는 후배라고 표현했다. PD대충 준비한 걸 내놓는 건 청취자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직접 현장을 가서 목격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소통을 하는 게 뉴스쇼의 원칙이라고 소개했다.

 

▲김현정 CBS 뉴스쇼 앵커가 패널로 나온 변상욱 CBS 대기자에 질문을 하고 있다.

1. 최근 SNS나 댓글 등으로 반응이 많이 올 것 같다.

김현정PD=청취자들의 문자가 500~800개 정도 왔었는데 지금은 2000개 가까이 온다. 세 배 이상 뛴 것이다. 그만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관심과 분노를 생생하게 체감하고 있다. 청취자가 보낸 문자를 보고 실시간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나 또한 배우게 된다. 문자가 많을수록 양질의 방송이 되는 셈이다.

손근필PD=요즘에는 처음으로 문자를 보내는 분들이 많다. 그만큼 화가 많이 나고 간절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깨어있으면서 업데이트된 뉴스를 청취자에게 제공해드리는 게 방송인의 몫, 의무라고 생각해서 늦게까지 치열하게 회의하다 잠드는데, 종종 꿈에도 나올 정도다.

 

2. 이번 사안이 어떻게 해결되길 바라시나.

김현정PD=국민 다수가 생각하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치지 않고 동력을 가지고 이 문제를 끝까지 끌고 나가는 게 관건이다.

손근필PD=탄핵이든 사퇴든, 대선이 언제 이뤄지든 촛불 민심에 의해 해결이 돼야 한다. 현재 새로운 리더를 찾다가 민생경제가 파탄이 나는 소용돌이에 놓여있는데 이후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3. 직설적이면서도 쉬운, 핵심을 찌르는 질문으로 호응이 높다. 인터뷰 대상자가 사회적 약자일 경우와 정치인일 경우 등 대상에 따라 화법이 다른 것 같다.

김현정PD=상대가 누구든 간에 진행자는 판소리판의 고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추임새를 넣고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다만 일반인들에게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무조건 편하게 가고, 정치인들에게는 감추려고 하는 사안을 벗겨내기 위해 반론을 돌직구로 물어보는 차이가 있다.

 

4.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다면.

김현정PD=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당시 인터뷰에서 검찰 후배들에게 "목숨 내놓고 수사하라고 한 말이 가장 남는다. 진정성이 있었고 청취자들의 심금을 울려 반응이 뜨거웠다.

손근필PD=선정성 보다는 갈등 속에서 사회 의제를 끌어가려고 노력한다. 채동욱 총장 인터뷰같은 게 그런 거였다.

 

5. 이런 인터뷰는 나도 어렵다?

김현정PD=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뭔가를 끌어낼 때가 가장 어렵다. 예를 들어 오원춘 사건의 경우 단순히 유가족의 슬픈 심경뿐만 아니라 경찰의 무능력한 대처 등을 다뤘는데, 처음에는 섭외가 어려웠다. 방송이 나가고 오히려 인터뷰를 더 하고 싶다고 의견을 전해와 감사했다.

손근필PD=방송을 하다보면 신뢰가 쌓여서 믿고 스스로 찾아오는 분들이 계신다. 자신의 뜻이 왜곡되지 않고 잘 나가고 있단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6. 권력의 압박도 있을 것 같은데.

김현정PD=방심위에서 무언의 압박은 있다. 우리 프로그램만 일부러 모니터를 하는 방식이다. 회사에서는 밖에서 압력이 들어오면 오히려 소송을 불사해도 끝까지 가자고 하면서 지지해주는 분위기라 큰 힘이 된다.

손근필PD=압박이 들어오면 그대로 까발린다. 거기에 굴하면 방송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7. 뉴스쇼를 제작, 진행한지 10년이 넘는다.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김현정PD=결과와 상관없이 열정만으로는 100점을 주고 싶다. 하면 할수록 부족한 게 보이고, 더 욕심이 생긴다.

손근필PD=항상 마지막 방송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절실하고 간절하다. 방송과 나를 떼어놓는 건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과 같다. 은퇴할 때 지금의 시절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로 기억되길 바란다. 저 친구 인생, 참 방송인으로서 잘 살았어와 같은 좋은 점수를 받고 싶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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