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운동에 대한 오해와 진실
얼마 전 어설프게 날 아는 기자가 뒷말로 내가 기성언론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는 말을 했단다. 언론인들이 우리 단체 후원을 잘 안 하는 걸 보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꽤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입에서 나가는 말이 쓴소리라고 해서 속마음까지 그렇지는 않다. 그런 논리라면 기자는 사회에 반감이 있어서 비판 기사를 쓰는 것이 된다.사회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기사를 쓰듯 민언련 운동도 마찬가지다. 언론에 애정이 없으면 이 척박한 운동판에서 최저임금도 못 받고 미움만 받는 일을 자처할 이유가 없다. 언론인 입장에서 듣기 싫은
'가짜뉴스' 처벌이라는 위험한 칼
가짜뉴스로 시끄럽다. 가짜뉴스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다중적 의미가 있다. 보도과정에서 부실한 취재로 발생한 오보에서부터 사실관계를 악의적으로 이용한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 허위정보유포까지 모두 포함한다. 심지어 정치인에 대한 풍자와 해학마저도 가짜뉴스라 부르기도 한다. 명확한 것은 허위정보를 유포하거나 사실관계를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폐해를 유발하는 행위는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그러나 언론에 의한 정치비판은 악의적 목적으로 생산한 허위정보가 아니라면 정당한 환경비판으로 수용해야 한다. 지난 2021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언
녹취록에 대한 몇 가지 생각
김만배 녹취록 보도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와 뉴스타파를 인용 보도했던 방송사들에 대한 무더기 중징계까지, 당국의 대응은 무척 거칠다. 등록 취소 운운하는 정부와 여권 인사들의 언사도 마찬가지다. 보도에 문제가 있으면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지금 보고 있는 것들은 상궤를 한참 벗어난다.하지만 당국의 대응 문제만을 따질 일은 아니다. 문제의 출발점이었던 보도 자체에 대한 제대로 된 성찰도 필요하다. 지금의 광풍이야 어떻게든 지나가겠지만 언론은 앞으로도 보도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녹취록에는 사람을 현혹하는 힘이…
정책과 사회 문제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현장에선 이게 문제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바뀌지 않다가 그 문제로 사람이 죽고 나면 화제가 되곤 합니다. 그때 지원이 늘어나고 체계가 조금씩 갖춰지죠. 그렇게 관심을 받는 기간도 짧습니다. 다시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반향이 없는 시기가 오죠. 그러다 다시 사람이 죽으면 조금씩 진전이 있어요. 얼마나 더 죽어야 하죠? 사람이 죽기 전에 필요한 일을 해야 하지 않나요?2014년 4월 한겨레 기자로서 아동학대 사건을 취재하며 만난 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인터뷰 답변이었다. 이 발언을 접하고 그날로 기자로서 평생의 출입처를…
비마이너, 뉴스민, 그리고 참세상
지난 14일,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뉴스타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전국 67개 검찰청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뉴스타파에서 열리는 날이었다. 뉴스타파에 대한 정부의 압박 수위는 높아져 이제는 폐간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와 기업 광고 없이 시민 후원으로 운영되는 뉴스타파를 돈으로 겁박할 수 없으니 언론사 지위를 박탈하려는 것이다.그러나 정부가 굳이 무너뜨리려고 하지 않아도 독립언론은 제 스스로 무너져 왔다. 18년을 버텨온 민중언론 참세상(월간지 워커스
개소리로 거짓말을 때려잡겠다는 시대?
고민정 의원님, 제가 이건 국무위원으로서 말씀드리는 건데, 이동관씨가 뭡니까. 지난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한 말이다. 이 보도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내 지식을 의심했다.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방송통신위원장이 국무위원이란 사실은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다.우리 헌법 88조 2항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각 부처의 장관들이 국무위원의 역할을 맡고 있다. 국무위원만이 행정 각 부의 장관이 될 수 있을…
포스트 포털을 위한 제3의 길
캐나다 정부는 9월1일 온라인 뉴스법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기술 기업이 플랫폼에 공유된 뉴스 콘텐츠 비용을 언론사에 지급하는 것이다. 구글은 법안을 링크세라고 비판하며 규정이 발효되면 자사 플랫폼에서 뉴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 메타는 이미 지난달부터 플랫폼에서 뉴스 링크와 공유를 적극 차단하고 있다. 이런 결과로 캐나다 소셜 미디어는 국내 및 해외 모든 뉴스 링크가 차단된 뉴스 사막 상태다.기술 기업들이 뉴스를 차단하겠다는 주장이 허풍에 불과하고 머지않아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우리가 함께 써 나갈 '엔딩 크레딧'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앉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아주 오래된 이 가요를 요즘 자주 흥얼거린다. 오는 9월1일 출범할 어떤 노동인권단체를 함께 준비하고 있어서다.이 단체에 모이게 될 이들은 각자 하는 업무와 일하는 장소가 다르고,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다. 노동조건도 천차만별이다. 다만 이들은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리고 방송 제작 현장에서 수시로 맞닥뜨린 억압과 차별, 부당한 현실을 더디더라도 바로잡겠다는 하나의 목표 아래 뭉쳤다.이 단체 이름은 방송을 만드는 이들의…
돌아올 '실세'에 시계는 거꾸로 간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동관이라니, 기억을 끄집어냈다. 이 후보는 MB정부 시기에 청와대 홍보수석과 언론특보 등으로 활약하면서 언론 탄압과 장악을 주도해 언론공작 기술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18일 이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지명 철회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 민언련도 함께 투쟁 의지를 밝히고 있다.이 후보에 대해서는 자녀 학교폭력 문제까지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그게 아니라도 그가 임명돼선 안 되는 이유가 차고 넘친다. 이 후보는 MB정부 선봉
정부광고 지표 공백시대
또다시 정부 광고 집행기준으로 시끄럽다. 지난 2020년 ABC부수공사 조작 폭로 후 2022년 도입된 대체기준이 채 2년도 되지 않아서 활용 중지되었다. 예견된 사태지만, 정부 광고 집행기준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매체 영향력을 TV와 라디오, 인터넷에서는 시청률과 청취율, 접속률을 활용하고, 신문이나 잡지는 구독률과 도달률, 열독률을 활용한다. 도달률은 신문 구독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과 해당 매체를 돌려 읽었는가를 측정하고, 열독률은 국민 가운데 지난 1년간 어떤 제호의 신문을 읽었는지 묻는다.대표적 지표인 ABC부수공사는 인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