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무법지대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상공인들은 다 망하는 것 아니에요?얼마 전 노동 인권 교육을 하러 간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최저임금에 대해 설명하자 한 학생이 대뜸 반문한 내용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자 기사를 봤다고 한다. 최근 최저임금 관련 소식을 전한 뉴스, 그 중에서 소상공인 입장을 드러낸 기사들을 찾아봤다. 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 가게 문 닫으란 소리, 벼랑 끝 소상공인, 소상공인 앉아 죽기를 기다리라는 것 등의 제목이 쉽게 눈에 띈다.요즘 학생들, 또는 시민들은 어떻게 뉴스를 접하고, 읽을까. 대다수가 스치듯 제목을 훑어
이들은 왜 'MZ노조'가 아닌가
이곳 청주에 반도체 전기검사 전문업체 테스트테크라는 사업장이 있다. 현장 노동자 대부분은 여기가 첫 직장인 20~30대 청년인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시작해 입사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근 테스트테크 청년 노동자들이 관리자들에 의해 발생한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고발했다. 그 내용이 얼마나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지 2023년에 벌어진 일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들은 또한 사측이 노사협의회 운영을 위법하게 진행하고, 관리자들이 복수노조를 만들어 단체교섭을 하는 등 노조탄압을 했다는 내용도 함께 알렸다.지난달 26일에…
지역을 위한 다양성이 없다
뉴스이용자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종이신문부터 휴대전화를 통한 기사 읽기와 동영상 보기까지. 흔히 말하는 시장에서 공급되는 상품의 다양성과 이용자의 선택 다양성은 넘쳐난다. 종이신문의 경우, 복수의 경쟁지만 남아있는 강원과 부산을 제외하면, 적어도 광역별로 6개에서 21개까지 발행되고 있다. 여기에 각 시군에 있는 지역주간신문을 합치면, 상표 다양성은 가히 최고 수준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정수준 공급하기 위해 독자적인 기사생산체계를 갖춘 일간신문이 1~2곳 정도 존재했다.
언론윤리 규범을 만들어 나가야 할 언론의 책임
한 50대 시민이 출근길에 방송사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광역버스 입석 금지로 인한 불편을 얘기했다. 그런데 막상 인터뷰가 방송되자 초상권 침해라며 언론중재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방송에 내보내지 않기로 하고 인터뷰한 것을 방송했다는 것이다. 새벽같이 취재를 간 기자가 방송하지 않기로 하고 인터뷰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질까? 놀랍게도 언론중재위는 그 주장을 받아들였다. 신청인에 대한 사과, 150만원 배상, 동영상 삭제라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른바 직권조정이다.방송사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수긍하기 어
김남국과 태영호 기사 할당제를 제안한다
지난 한 달간 한국 정치에서 가장 뜨거운 두 인물을 꼽자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다.먼저 뉴스 인물이 된 태영호 의원은 제주 43을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말한 뒤에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이용당했다고 폄하했다. 몰지각한 역사 인식만으론 부족했을까. 공천 받으려면 대통령이 챙기는 의제를 잘 받들라는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메시지를 태 의원이 보좌관에게 전하는 상황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나면서 논란은 정점을 찍었다. 물론 이 정무수석은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없
환상 속의 독립언론
언론 신뢰성을 이야기할 때 비영리독립언론이 대안처럼 이야기되곤 한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언론을 표방한다는 독립언론은 언론이 지향해야 할 모습처럼 보인다. 독립언론 기자는 세상을 바꾸는 데에 더 기여할 수 있는 기사를 씀으로써 높은 직업 효용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정말 그럴까. 현재 존재하는 독립언론의 모습을 보자. 비마이너가 바로 그 독립언론이다. 2010년 1월 만들어진 비마이너는 현재 기자 세 명(편집장 포함)에 운영담당자 한 명이 일하고 있다. 최저임금에 달하는 네…
기자회견 대신 언론에 맥주 권하는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419혁명 기념사는 놀라웠다. 그 일부를 그대로 옮기자면 허위선동, 가짜뉴스, 협박, 폭력 선동, 이런 것들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거짓 선동과 날조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한다면 이런 거짓과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는 당부까지 덧붙였다.이는 탈진실의 시대 중 병리적 증상 중 하나로, 탈진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나 세력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세력을 오히려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 현상이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뉴스의 가격
브로콜리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내 돈을 주고 사고 싶지는 않다. 뉴스도 브로콜리와 같다. 과거에는 뉴스 기사를 단품으로 구매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든 독자는 신문이라는 코스 요리를 주문했고 브로콜리가 포함된 요리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이후 다양한 단품 요리가 등장했다. 정치인의 유튜브, 독서토론 팟캐스트, 연예인의 인스타그램 같은 단품 요리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보기에 언론사의 코스 요리는 너무 비쌌다. 언론사는 더 이상 코스 요리를 판매할 수 없게 되면서 수익이
언론사 포괄임금제의 진짜 문제점
하긴 이렇게 질문하는 저도 포괄임금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네요.포괄임금제에 대해 취재하고자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가 통화를 마무리하며 건넨 말이다. 20분가량 이 제도에 대한 문답 과정에서 포괄임금제가 정말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정작 본인도 이 제도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는, 자조적인 목소리다.정부의 노동시간 개악을 둘러싼 핵심 쟁점 중 하나인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사업장에서 사용자의 임금 계산 편의를 위해 법이 아닌 대법원 판례를 통해 허용되기 시작한 편법적인 제도다. 연장, 휴일 근로 등이
기후정의와 언론
벌써 여름이 왔나 싶다가도 얼마 못 가 외투를 집어 든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한파, 폭우 등으로 우리는 전에 없던 생소한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 사회의 변화와 현상에 늘 촉수를 세우고 있는 기자들은 기후 문제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기후는 사람을 죽이고 살린다. 2017년 수습기자 시절, 연이은 폭염으로 거리에서 폐지 줍던 어르신이 길가에 쓰러져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그때는 지병이나 연령 같은 개인의 특성을 알아보는 데 집중했다.안타깝게도 그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비닐하우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