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테슬라의 AI논쟁이 주는 교훈
“인간문명을 위협하는 존재다. 지금부터라도 규제해야 한다.”“기술은 중립적이다. 인간이 쓰기 나름이다.”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간의 ‘인공지능(AI) 논쟁’이 화제다. 테슬라와 페이스북을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경영자들이다. 이들이 요즘 가장 뜨거운 키워드인 AI를 놓고 완전히 다른 의견을 보여 많은 관심을 모았다. 먼저 화두를 던진 건 머스크였다. 그는 지난 7월 초 열린 한 행사에서 “AI는 인간의 문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런 비극을 막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규제를 시작해야…
영화 '택시운전사'와 송강호의 '마음의 빚'
어린 시절의 기억은 강한 힘을 지닌다. 시간과 함께 머릿속에서 흐릿해지는 사건들이 있는가하면,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그때 느꼈던 기분, 분위기가 어떻게 그렇게 생생하고 또렷하게 기억되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따금씩 불쑥 튀어나오곤 하는 기억, 내 마음에 딱 자리를 잡고 있는 어떤 사건들이 하나쯤은 모두에게 있으리라. 내게는 광주 망월동 5·18 옛묘역이 그런 곳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찾은 그곳에서 마주했던 흑백사진 속 한 여성을 기억한다. ‘임신 8개월에 공수부대원의 사격에 맞아 아이
“베이브는 정말 귀여웠지만, 옥자는…너무 커요”…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영화 ‘옥자’를 관람했다. 보는 동안 저녁 메뉴가 살짝 걱정됐다. TV에서 20년 전 할리우드영화 ‘꼬마돼지 베이브’를 보고도 한 달 가까이 육식을 거부했던 녀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영화는 영화고, 식사는 식사란다. 아들의 설명은 이랬다. “베이브는 정말 귀여웠지만, 옥자는…너무 커요.”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반성과 동물학대 및 공장식 기계도축에 대한 반대를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런 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관객의 죄책감과 허영심을 동시에 건
장사정포와 순방, 1.5 트랙의 공통점은?
한반도는 남북 분단과 정전 체제 모순이 동시에 작동하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외교, 안보 분야에서 민감한 사건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이에 따라 복잡다단한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새로운 용어를 만들거나 기존 용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그런데 기존 용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가하는 경우는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자주 사용한 용어 중에서도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던 사례를 지적할 수 있다. 장사정포(長射程砲)는 북한이 휴전선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야포를 지칭한다. 문제는 장사정포가 특정한 종
방미 경제사절단 선정의 ‘옥에 티’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에 참여할 경제인 52명이 발표됐다. 이번 경제사절단 선정 방식은 과거 박근혜 정부 때의 관주도에서 벗어나 경제단체 대표격인 대한상의가 주도하고,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스크린(신원조회)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난 정부의 경제사절단은 방문국과의 사업연관성도 없으면서 대통령과의 친분 과시용으로 참여하는 몇몇 ‘단골기업들’ 때문에 정작 참여해야 할 기업이 배제되는 등 폐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제 기업들이 대부분 배제되고, 기업내용 위주로 참여자가 선정돼 경제계에서는…
시험대에 오른 대한민국 집단역량
자본주의 경제는 태생적으로 민주성을 결핍하고 있다.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기반으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추종해서다. 민주주의도 경제적이진 않다. 민주주의가 다수결 원칙에 따라 다수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선거는 1인 1표로 동등하지만, 기업 의결권은 1주 1표로 주식을 많이 소유한 주주가 의사결정을 지배한다. 서로 다른 원리로 돌아가는 정치와 경제 분야의 두 주류적 질서가 긴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독일 수정주의 이론가인 베른슈타인은 “근대사회에서 민주주의는 불가피하게 모든 자본주의적 성격의 제
“기자들이여, 숫자와 데이터를 이해하라”
‘AP 스타일북’은 AP통신 뿐 아니라 미국 언론들의 기사쓰기 교본으로 통한다. 1953년 첫 발간된 ‘AP 스타일북’엔 맞춤법을 비롯해 기사 쓸 때 참고할 각종 사항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AP는 매년 스타일북을 업데이트하면서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엔 “인터넷을 더 이상 대문자로 쓰지 않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모았다. “인터넷도 전기나 전화기처럼 일반적인 명칭이 됐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후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많은 언론들도 ‘인터넷’이란 단어를 소문자로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올해는 더 흥미로운 내용이 추가됐다
SNS의 딜레마
스타들을 둘러싼 논란의 끝엔 축구 감독 퍼거슨이 남겼다는 명언이 따라붙는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한 순간 대중들로부터 외면받거나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만드는 ‘한 줄’, ‘사진 한 장의 힘’은 실로 대단해졌다. 공인에겐 너무도 조심스러운 도구가 됐고,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스타는 소속사 차원에서 관리자를 붙여야 할 정도로 정통 미디어 이상의 파워를 갖게 된 지 오래다. 이 같은 사실을 스타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SNS가 결정적 순간 발목을 잡는 사건들 역시 갈수록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칸 영화제에 초
하라리의 묵시록을 읽는 이유
지난 주말 조선일보 Books의 ‘세계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핀란드 순서였다. 1위는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세계적 베스트셀러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특이한 건 핀란드어 번역서가 아니라 영어본이었다는 점이다. 아직 번역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지만, 이 역사학자·문명비평가에게 쏟아지는 이례적 열풍의 북유럽적 사례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에서 하라리에게 ‘문명비평가’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스스로도 자처하고 있는 바다. 지난 3월 이스라엘 자택에서 가졌던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하라리는 옥스퍼드 출신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 성공을 위한 제언
2017년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 이후 나라 안팎의 다양한 불안 상황이 상쾌하게 정상화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숙한 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갑고 감격스런 일이다. 다만 북한이나 미국, 중국, 일본과의 각종 외교 갈등 속에서 발생한 사면초가의 함정이 너무 깊어서 기대감보다는 우려감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년 가까이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추진 양상을 관찰해온 기자로서 민족의 과제인 분단 해소와 통일 달성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 정부 대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