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알고리즘 변경과 낚시 제목
페이스북이 지난 8월 초 뉴스피드에서 낚시 제목을 추방하겠다고 선언했다. 본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지 않거나, 본문에 담긴 내용을 과장하는 제목 등이 제재 대상이라고 밝혔다. 낚시 제목을 많이 사용하는 매체에 대해 노출 알고리즘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게 핵심 골자다. 이런 조치가 처음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2014년에도 낚시 제목과 관련한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당시엔 ‘읽는 시간’이 기준이었다. 제목을 누른 뒤 곧바로 떠나는 사람이 많거나 ‘좋아요’를 누른 뒤 곧바로 취소하는 사례가 많을 경우 낚시제목일 가능성이…
글 잘쓰는 의사를 편애하는 이유
고백해야 할 일이 있다. 글 잘 쓰는 의사들을 편애한다. 아마 시작은 아툴 가완디였을 것이다. 지난해 봄, 그가 쓴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국내에 번역됐다. 가완디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철학자이자 의사. 그의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제목 그대로 ‘인간다운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를 기품있는 문장으로 말한다. ‘기품있는 문장’이라고 했다. 사실 세상에는 의사가 쓴 에세이도 차고 넘치고, 죽음에 관한 책들도 넘쳐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책들은 단지 의사가 썼을 뿐
살찐 고양이를 잡는 法
상장사들의 올 상반기 보고서가 제출되면서 주요 기업들의 CEO 연봉이 공개됐다. 이 중에는 회사가 막대한 적자를 봤는데도 연봉을 올려 수십억 원의 보수를 받아간 사장들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적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경영자 보수 원칙은 실종됐다. 구조조정이나 검찰수사로 몸살을 앓은 대기업 오너 경영인들도 버젓이 고액 보수 상위권에 올랐다. 미국에선 경영인 고액 연봉이 정치적 문제로 떠올랐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CEO의 평균 연봉이 일반 직원의 300배나 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하며 주요 선거 이슈로 부
한국과 미국의 부자증세론
“세금을 올리는 공약으로는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정치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는 이에 상반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증세론을 펴는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감세론을 펴는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앞서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은 소득 최상위층에 대해 부유세를 부과하는 대신 중산층 세율은 현행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공약을 내놨다. 반면 트럼프는 최상위 부자들에게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최고 35%에 달하는 법인세율도 15%로 내리는 부자감세 공약을 내놨다. 클린턴은 부자증세를 통해 경제적 약자를 돕겠다는…
외교안보 정책 결정의 슬픈 자화상
전격적인 기습작전에 가깝다.사전 예고나 설득같은 것은 사치일 뿐이다. 은밀히 결정해 공표하면 그만이다. 반대나 불만의 목소리에 어떻게 대응할 지 세밀한 계획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국가를 믿고 따라오라는 식의 강변만 할 뿐이다.다름아닌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의 슬픈 자화상이다.멀리갈 것도 없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만 봐도 명백하다. 외교안보 주무부처인 외교부와 국방부, 통일부가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벌인 일련의 행태를 보라. 지난달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미군과 공동 발표하더니 불과 닷새
한국전 참전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
“이건 이제 과거의 일이죠. 우리에겐 삶을 축복해야 할 우선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우리는 ‘현재’를 살아야 하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삶을 축복해야 하는 거예요.” (“It’s in the past now. And I help my peoples also to understand, one of the priorities of living is to celebrate life. We have to be in the present and celebrate life as much as you can.”)잊지 못할 인터뷰
4차산업혁명, 기자들은 안전할까
요즘 4차산업혁명이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유비쿼터스와 모바일 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이 몰고 올 엄청난 변화에 다들 긴장하고 있다. 급기야 국회에서도 3당 비례대표 1번 의원을 중심으로 4차산업혁명 포럼을 결성했다. 엄청난 속도와 범위로 우리 사회를 강타할 4차산업혁명 파고에 제대로 대응해보자는 취지일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4차산업의 특징 중 하나로 ‘플랫폼 효과’를 꼽는다. 시장을 지배하는 몇몇 소수 플랫폼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구글, 페이스북
혁명을 팝니다
유머 없는 진지함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최근 다녀온 쿠바 출장에서 풍자로 승부하려는 풍경 하나를 만났다. 아바나 혁명기념관의 한 전시조형물. 실물 크기의 초상을 만화 스타일로 그린 뒤, 촌철살인의 한 줄을 적어 놓고 있었다. 우선 1959년 쿠바 혁명의 실질적 화인(火因)이었던 쿠바의 독재자 바티스타 대통령. “우리가 혁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그 옆에는 카우보이 복장을 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있다. “우리가 혁명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다음 차례는 지쳐 보이는 줄리어스 시저
브렉시트, 성장이 멈춘 사회의 묵시록
성장이 멈추는 순간 ‘분열’과 ‘갈등’이 폭발한다. 세계경제를 ‘패닉’으로 몰아넣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그 전조다. “EU를 떠나는 것은 미친 짓“이란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EU에 남아 있으면 점점 더 많은 비(非) 영국인이 삶터와 일자리를 점령할 것”이란 영국 국민의 피해의식에 묻혀버렸다. 세계의 성장 엔진이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제로 성장’에 이어 디플레이션으로 대변되는 ‘역성장(degrowth)’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성장이 멈추면 ‘제로섬(zero-sum) 사회’가 된다. 제로섬 사회에서 한
롯데 수사와 검찰의 언론플레이
“어, 안보이네!”월요일인 지난 20일 아침 기자실에서 만난 동료 기자가 신문들을 살펴보다가 놀란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검찰의 롯데 비리수사 관련 기사들이 신문과 방송의 헤드라인을 요란하게 장식했다. 하지만 이번 주초에는 롯데를 다룬 헤드라인 기사를 거의 찾기 힘들다. 다른 주요한 이슈들이 새롭게 등장했다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롯데가 뉴스 헤드라인에서 사라진 이유는 역으로 지난주 롯데 기사가 쏟아진 배경을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최근 롯데의 이미지는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