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대선정국에 다시 생각하는 가짜뉴스

[스페셜리스트 | IT·뉴미디어]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언론학 박사

박근혜 대통령 파면으로 탄핵정국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 91일 만이다. 그 기간 동안 우리는 뉴스의 홍수 속에 살았다. 팽팽한 긴장과 갈등의 틈새를 파고 든 가짜뉴스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탄핵정국은 끝났지만, 긴장과 갈등이 마무리된 건 아니다. 앞으로 60일 동안의 대통령 선거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대통령 선거는 1년간 계속된 장거리 경주였다. 하지만 탄핵 정국으로 단거리 경주로 바뀌어버렸다. 그만큼 경쟁의 강도는 더 강해졌다. 파면된 대통령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감도 클 것 같다.


스포츠에선 경기 시간이 짧고, 승부를 빨리 내야 할 경우엔 ‘결정적인 한 방’을 노리는 경향이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전이 딱 그런 상황이다. 본격 시작될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가짜뉴스’가 걱정되는 건 이런 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짜뉴스는 대체 뭘까? 난 가짜뉴스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믿는 편이다. ‘의도된 가짜’와 ‘매개된 가짜’ 뉴스다. 의도된 가짜는 말 그대로 작정하고 만들어낸 가짜뉴스다. 지난해말부터 우리가 숱하게 봐 왔던 가짜뉴스들이다. 반면 매개된 가짜는 조금 다르다. 난 기성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엉터리 주장이나 사실들이 무차별 유포되는 현상을 ‘매개된 가짜’라고 부르고자 한다.


난 의도된 가짜보다는 매개된 가짜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의도된 가짜는, 언론의 호들갑만큼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믿고 싶은 것을 더 확고하게 해주는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반면 매개된 가짜는 조금 다르다. 가짜 정보나 추측성 주장들이 유력 매체를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 매체들이 그 동안 쌓아온 신뢰가 가짜뉴스 유포에 이용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에 미치는 영향도 의도된 가짜보다는 훨씬 더 크다.


이런 사례는 역사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1952년 4월22일자 뉴욕타임스를 한번 보자. 그날 그 신문엔 “의회와 정부 기관에 공산주의자가 침투해 있다”는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주장을 전해주는 기사가 실렸다. 순식간에 미국 전역은 공산주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조금만 비판적인 발언을 하면 공산주의자란 딱지를 붙이는 분위기가 계속됐다. 미국의 언론학자 미첼 스티븐스는 <비욘드 뉴스-지혜의 저널리즘>에서 매카시 사례를 소개하면서 “사실에 굶주린 언론은 이용당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종 경쟁, 폭로 경쟁에 매몰된 언론이 가짜뉴스 유통 통로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무서운 경고인 셈이다.


그 동안 언론들은 ‘의도된’ 가짜뉴스의 폐해에 대해 경고해 왔다. 물론 무차별 유포되는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건 중요한 일이다. 정체불명의 뉴스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엄청난 속도로 유포되면서 만들어내는 폐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언론이 사실 확인 없이 폭로성 주장을 마구 전달해주면서 발생하는 ‘매개된 가짜뉴스’다.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가짜주장’과 ‘억지 논평’이 엄청나게 쏟아질 것이다. 물론 형식은 완벽하다. 공인이 공개된 장소에서 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주장이 거짓이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객관보도란 미명 하에 가짜뉴스를 전해준 격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 보도에선 ‘매개된 가짜’에도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사실 확인은 언론의 기본 소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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