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K street, 공공 외교
미국 워싱턴 백악관 북쪽으로 세 블록을 더 올라가면 ‘케이 스트리트(K street)’가 나온다. 유명한 싱크탱크 사무실이 이 거리 주변에 포진해 있어서 ‘케이 스트리트’는 워싱턴 싱크탱크 여론을 통칭하는 대명사로 사용하기도 한다. 새해 벽두부터 진행된 남북 대화에 대해서도 ‘케이 스트리트’는 열띤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80% 이상 대다수 논의는 우려와 경계를 강조하는 것이고, 환영과 기대감 표명은 소수 의견일 뿐이다. 경계론은 북한의 평화공세가 한미 동맹을 이간하거나, 제재를 완화하거나, 또는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포스코·KT와 ‘블랙리스트’ 논란
최근 포스코·KT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시민단체들은 8일 황창규 KT회장의 비리의혹 수사와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해 말에는 한 시민단체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선임과 관련한 권력개입 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경제계의 뒷얘기를 모은 이른바 ‘지라시’에는 두 총수가 곧 물러날 것이라는 소식이 단골메뉴로 오르고 있다. 포스코와 KT가 정권 교체기마다 몸살을 앓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로 집권한 권력의 압력으로 최고경영자가 임기 중간에 하차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권력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으면…
금융시장을 뒤덮는 신 관치의 그림자
금융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금융이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이끌어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경쟁력 보고서 2017~2018’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경쟁력 순위는 137개국 가운데 74위. 네팔 라오스 레바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한국 금융 경쟁력이 후진국 수준에 머무는 배경에는 ‘관치(官治)’가 자리 잡고 있다. 경제학자이자 정치이론가인 앨버트 허쉬만은 “경제발전은 주어진 재원과 생산요소의 최적 분배와 조합보다는, 활용되지 못한 채 흩어져 있는 재원과 능력을 발굴하고 동원
망중립성 공방 유감
지난 주 IT 쪽 최대 이슈는 미국 망중립성 폐기 소식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들을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1(정보서비스)으로 재분류한 사건이다. 2015년 이후 미국에선 인터넷사업자에 대해 통신서비스에 준하는 의무를 부여해 왔다. 망을 오가는 콘텐츠에 대해 차별금지와 차단금지 의무를 부과받았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이 의무를 면하게 됐다. 대신 앞으론 연방거래위원회(FTC)를 통한 사후 규제를 받게 된다. 통신의 특수성을 감안한 망중립성이란 사전 규제 대신 시장의 보편적인 경쟁법의…
‘러빙 빈센트’, 95분짜리 그림을 만나다
지독한 편도선염으로 초겨울 몇 주를 꼼짝 못하고 지냈다. 누군가 온 몸을 쿡쿡 찌르는 것처럼 아프기 시작하더니 이내 침을 삼키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 찾아왔다. 전염성은 없다지만 선약도 모두 취소한 채 집안에 박혀있으니 좀 낫는 듯 했다. 그런데 글을 쓰는 지금도 콜록거리고 있는 건 순전히 이 영화 때문이라고 하겠다. ‘러빙 빈센트’라는 영화가 극장에서 내릴까 전전긍긍하다가 기어이 밖으로 나가고 말았다. 고백하건데 나는 그림을 잘 모른다. 영화를 보는 데에는 아낌없이 시간을 쓰고, 어떤 영화든 일단 보고 나서 자유롭게 감상평을 나누는
동인문학상 시상식장의 어떤 축사
문학 담당을 지낸 탓에, 알고 지내는 소설가가 좀 있다. 그 중 마흔여덟 동갑내기 A와는 말 놓고 지낸지도 20년 가까운 사이. 지난주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동인문학상 시상식이 있었다. 수상자는 열 살 아래 김애란씨. 축사는 A의 몫이었다. 5시에 시작하는 시상식이었는데, 그는 몇 분 뒤에 쭈뼛거리며 지각 입장했다.축사 역시 특유의 머뭇거림으로 시작했는데, 세 가지 사례를 들었다. 처음 든 예가 시인 백석(1912~1996). 백석의 나이 마흔여덟 때의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주석님’께 충성을 바치는 시를 쓰지 않은 죄로, 이데
문재인 외교, 2단계 목표와 과제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나는 시점에서 외교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혼란이 수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외교 공백이 시작하고, 외교 분야 사면초가 현상이 심각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북핵 문제는 지난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소강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 국면은 북한이 9월 중순 이후 도발을 유보한 것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현상인지 불투명하다. 그러나 도발과 맞대응의 악순환 흐름을 중단시킬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한미 관계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재벌 성역’이 정말 무너지려면
재벌들이 비상이다. 비리혐의로 잇달아 수사를 받고 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회삿돈 30억원을 자택 공사대금으로 유용한 혐의(배임)다. 김준기 전 동부 회장은 여비서 상습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뒤 경찰의 출석 요구에 계속 블응하다가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계열사 부당내부거래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자택과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일부에선 검경 수사권 분리를 노리는 경찰이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재벌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실제 한진과 동부는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이 정치적 계산을 하든 말든,
음모론적 굿판에 춤을 춘 한국 언론
미디어는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니다. 고유의 의제 설정(agenda-setting), 틀짓기(framing), 점화(priming) 기능 등을 통해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의제 설정은 언론의 본분이자 여론 형성 과정의 시발탄이다. 미디어는 의제 설정 기능 자체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대중 매체가 중요하게 다룬 이슈는 독자들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프레임은 상황이나 이슈를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적 틀이다. 뉴스 프레임은 뉴스 소비자가 사회적 이슈나 상황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식, 즉 ‘공중의 프레임’에 작용한
뉴스는 브랜드다
요즘 미국 젊은이들이 부쩍 뉴스에 깊은 애정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들의 뉴스 유료 구독 비율이 부쩍 늘었다. ‘뉴요커’ 같은 잡지는 18~34세 구독자 수가 최근 1년 사이에 106% 증가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같은 전통 매체들 역시 젊은층 유료 구독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젊은 구독자들이 올드미디어로 몰려가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전해준 소식이다. 이 기사에서 더 중요한 건 ‘왜?’란 질문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첫째, 트럼프 효과. 미국 미디어업계에선 트럼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