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감사원은 4대 사정기관으로 꼽힙니다. 직전 정권이 추진해온 주요 정책에 대한 감사가 곧바로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것만 봐도 감사원이 지닌 막강한 권력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정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전 정권과 관련된 감사가 동시다발로 이뤄졌습니다. 특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의 경우 해경이 월북 시도가 있었다는 문재인 정부의 수사 결과를 뒤집은 바로 다음 날 착수됐습니다. 전 정권을 상대로 한 공개를 해오던 유병호 사무총장이 취임하고 이틀 뒤 전격적으로 이뤄진 감사라는 점도 의구심을 키웠습니다.
[이달의 기자상] 돌아오지 못한 北 억류자 6명
한국 정치에서 북한은 마법 카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이슈든 북한과 관련되기만 하면 여론이 두 쪽으로 쩍 갈라지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은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종북, 친일과 같은 색깔론을 치트키처럼 활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문제들 앞에선 진영과 상관없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가 그렇습니다. 북한에 우리 국민 6명이 10년 가까이 억류돼있는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이들의 생사마저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억류자 가족들은 숨죽인 채 살고 있습니다.기사를 준비하는 내내 무력감과 싸워야 했습니다.
[이달의 기자상] 평택 SPC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산업재해 현장에는 몇 줄 기사에 담기지 않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평소 작업장은 어떻게 운영됐는지, 직원들 처우는 어땠는지, 피해자는 어떤 사정으로 사고 현장에 나와야 했는지 등입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면 되도록 현장을 찾아 이 이야기들을 입체적으로 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평택 SPC 계열사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미흡한 안전 조치, 격무에 시달렸던 노동 환경, 덮기에 급급했던 사측의 대처. 비극의 현장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항상 비슷합니다. 그럼에도 유사한 사고
CBS '쌍방울·이화영·아태협 대북 커넥션 의혹' 보도, 언론의 권력 감시 역할 충실히 수행
제38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49편이 출품됐으며 이중 4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SBS의 영빈관 신축 등 대통령실 이전 비용 보도와 CBS의 쌍방울이화영아태협 대북 커넥션 의혹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SBS 보도는 정부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영빈관을 새로 짓기 위해 878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사실을 밝혀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부가 공론화 과정도 없이 예산을 편성하고, 불투명하게 집행하려고 한 사실을 집요하게 보도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
[이달의 기자상] 영빈관 신축 등 대통령실 이전 비용
대통령실 이전 비용 문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국가적 이슈입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의 직접적 비용은 496억원이라는 대통령실 입장과 합동참모본부 신축 같은 추가 비용 등을 포함하면 1조원도 넘을 거라는 민주당의 의혹 제기가 맞서는 상황입니다.국회는 정부 부처 예산을 검증하고 심사하는 역할을 하며, 국회 출입 기자로서 정부 예산 검증은 중요한 취잿거리입니다. 지난 8월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정부 부처 전용 예산 내역을 살펴봤고, 기획재정부 포함 각 부처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 내역 등을 찾아봤습니다.…
[이달의 기자상] 쌍방울·이화영·아태협 '대북 커넥션' 의혹
올해 초 제53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하면서 CBS는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영광스러운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까지 9개월이 걸렸습니다. 짧은 시간이 아니었지만, 좋은 선후배들과 함께였기에 포기하지 않고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이번 보도의 첫 단추는 쌍방울의 대북 사업을 주목하라는 첩보였습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첩보였지만, 다양한 분야의 다수 취재원들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인물과 자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중 쌍방울의 계열사인 나노스가 2019년…
[이달의 기자상] 저당잡힌 미래, 청년의 빚
오늘 입금하려고 했는데 월급이 밀려서 안 들어왔어요. 내일까지 드리면 안 될까요?대부업체가 고객들에게 돌리는 전화는 일반 콜센터와는 종류가 좀 다릅니다. 상담원을 괴롭히는 진상들보다도 일상에 지친 피로한 목소리를 온종일 듣는 게 일입니다. 3주간 대부업체에 잠입해 취재하면서 빚의 무게를 가장 크게 실감한 건 수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소리를 통해서였습니다. 독촉과 회피, 한숨과 염려로 가득한 청년 채무자들의 삶이 묻어나는 목소리를 기사에 왜곡 없이 담고자 고민했습니다.최근 MZ세대로 규정되는 청년들의 이미지는 솔직과 무례의 경계를 넘
[이달의 기자상] 성착취 불패의 그늘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 사람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거기에 집결지가 있었어? 혹은 집결지가 아직도 있어? 외면해왔거나 관심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기존에 성매매를 다뤄온 방식과 다른 보도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초점을 맞춘 부분은 누가 성매매를 알선매수했는가가 아닌, 누가 성매매 장소를 제공했는가였습니다. 놀랍게도 그 당사자는 업주도, 건물주도 아닌 국가였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수십 년간 불법 성매매 영업장소를 제공한 정부와 지자체의 묵인방조가 있었기에 건물주와 토지주들은 성 착취로…
[이달의 기자상]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흥미롭긴 한데 엉뚱하다. 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의령군 궁류면, 여기에서도 20가구만 사는 오지마을인 입사마을에서 심부름을 하며 마을 주민들의 삶을 기록한다는 기획안을 보고했을 때 나온 사내의 반응이었습니다. 3개월 동안 주민 삶 속으로 들어가 마을의 일부가 되려 한 시도가 어떻게 보면 급진적인 시도였을지도요.이런 시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설 곳을 점점 잃어가는 신문, 그것도 상황이 더 열악한 지역신문의 위기를 어떻게든 기회로 바꿔보고 싶은 소망 때문이었습니다. 언론환경의 변화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지역 언론이 지역과 멀
[이달의 기자상] 5·18 암매장 진실 첫 확인 등
518 암매장 보도와 관련해 가장 가슴 아픈 댓글은 도대체 언제까지 팔래?, 그리고 광주를 다 파라는 비아냥입니다. 그동안 10여 차례 발굴에서도 성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광주에서 518을 취재하다 보면 돌아오지 않은 시민들, 그리고 사라진 시신들, 또 시신을 묻었다는 군인들, 그리고 의심되는 군(軍)기록들을 볼 수 있습니다.518 행방불명자의 유골이 42년 동안 땅속에 묻혔다가 확인된 것은 왜 쏘았니, 왜 찔렀니, 트럭에 싣고 어딜 갔니(오월의 노래2)라고 통곡하듯 묻는 이 노랫말의 첫 답이 된 것입니다. 암매장의 실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