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59명이 목숨을 잃게 됐을까. 왜 예방하지 못했을까, 왜 112 신고를 놓쳤을까. 또 피해는 왜 이렇게 커졌나. 파행으로 진행된 국정조사로도 의문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형사기록에 어떤 ‘팩트’가 담겨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일찌감치 팀원들과 사건 관계자들을 접촉했습니다. 대다수는 MBC 기자에 대한 잇단 수사로 자신이 노출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다행히 보도 취지에 호응해준 의로운 취재원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사기관은 강제 수사로 방대한 물증을 확보합니다. 대신 형사 처벌을 목적으로 ‘팩트’를 재구성합니다. 팀원들과 상의한 원칙은 이렇습니다. 기록에 압도되지 말고 우리가 질문한 답을 찾는 것에 집중하자. 그리고 언론의 시각으로 수사기관이 놓친 부분을 발견하자. 할 수 있다면 기록의 ‘여백’을 취재로 메워보자. 그러려면 공들여 꼼꼼히 기록을 살피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신고자 진술 조서를, 신고처리 문건과 일일이 대조해 새로운 팩트를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영향도 밝혔습니다. 특히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주요 책임자의 면피성 진술은 반향이 컸습니다. 기록엔 112에 신고해 “헬프미”를 외친 외국인들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외국인 생존자와 유가족을 수소문했고 그간 카메라 앞에 나서지 않던 이들을 어렵게 만났습니다. 왜 참사가 발생했는지, 인파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우리와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보도를 이어가던 중 취재 기자가 다른 보도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부당한 일입니다. 열악한 취재 환경과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동료 기자들 덕에 좋은 보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남은 의문들, 계속해서 함께 취재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