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77) 휴가 잘 다녀오셨죠?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우린 휴가 언제 가? 8월의 어느 아침. 아내가 제게 묻습니다. 다른 집 가족들은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좋은 곳 가서 쉬는데 이놈의 남편은 휴가 날짜 잡을 생각이 없어보였는지 볼멘소리합니다.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2~3일 전에나 휴가일을 통보해버리는 제 모습이 답답했나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막상 닥쳐 휴가지를 찾다 보니 좋은 여행지나 숙박…
[뷰파인더 너머] (76) 매일 2만 마리, 한해 800만 마리가…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경북 문경의 한 국도 변. 유리창 방음벽엔 최후의 순간이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이른 아침 산속 둥지서 도로 너머 먹이터로 나서기라도 한 걸까요. 마치 활공하듯 비스듬히 나는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멧비둘기는 영문도 모른 채 충돌흔을 남기고 갔습니다. 2년 전 일이었습니다.유리 방음벽, 투명한 빌딩이 날로 늘고 있습니다
[뷰파인더 너머] (75) 대통령의 출근길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을 취재할 때는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갑니다. 차에서 내리는 모습부터 시작해서 걸어오는 모습, 취재진 앞에 서는 모습, 답변하는 모습, 집무실로 돌아서는 모습까지 사진기자는 긴장을 놓치지 않고 뷰파인더 너머 대통령의 몸짓과 표정 하나 하나에 집중합니다.윤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주말 잘 쉬셨습니까?, 몇 시쯤…
[뷰파인더 너머] (74) 모두 없어질 그 날까지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잔재 지우기가 한창입니다. 2013년부터 러시아어로 된 거리 이름 바꾸기 등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2014년 3월 크림반도 강제 합병 사태 이후 활발해졌다가 이번 전쟁이 시작되고 다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루블화까지 자취를 감췄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루블화 모습을 지웠습니다. 우크라이
[뷰파인더 너머] (73) "달라질 것 없어요"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 경연 대회인 밴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임윤찬(18한국예술종합학교)이 귀국 후 첫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수많은 카메라가 부담스러웠는지 열여덟 살 피아니스트의 시선은 갈 곳을 잃은 채 방황했습니다. 그러나 피아노 앞에 앉은 피아니스트는 돌변했습니다. 그는 카메라 셔
[뷰파인더 너머] (72) 여름날 펼쳐지는 일상의 난장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광주광역시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야외무대에 영화관이 차려졌습니다. 이름하여 ACC 빅도어시네마. 어둑해지며 바람이 선선해질 무렵, 삼삼오오 찾아든 관객들이 돗자리나 간이 의자를 펴고 치킨과 맥주 등을 가져와 먹으며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상영되는 영화는 프랑스 파리에서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 사이를 넘나드는 사랑을 주제로 한 우디 앨런 감독의…
[뷰파인더 너머] (71) 야생 복원 따오기 1호, 그 후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난생 처음 둥지를 박차고 세상으로 나온 새끼 따오기(71X). 아빠(09Y)가 앞장섰습니다. 저리도 잘 걷는데 미끄러지길 수차례, 걸음마도 쉽지 않습니다.지난해 6월 경남 창녕에서 복원중인 따오기가 야생에서 첫 부화 후 이소에 성공했습니다. 한반도에서 따오기 멸종 47년복원 13년자연 방사 3년 만에 성공한 야생 번식 1호입니다. 1박2일을 그와…
[뷰파인더 너머] (70) 4+4+2는 합당한 숫자일까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대통령실에 출입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대통령 취재는 4+4+2 풀(POOL)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영상기자 4팀, 사진기자 4명, 취재기자 2명이 대표로 취재한다. 어떨 때는 자리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영상 2팀, 사진 2명, 취재 1명을 요구한다. 이는 취재하기에 합당한 숫자일까?한미정상회담에서 일어난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
[뷰파인더 너머] (69) 다시 우크라이나로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3개월 사이에 많이 변했습니다. 여기저기 질서없이 누워있던 사람들도, 빼곡히 빈 곳 없던 멀티 콘센트도, 비어있는 동공도 이곳, 바르샤바 중앙 기차역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아졌습니다. 이곳을 가득 메웠던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이들은 지금 유럽 40여개국으로 흩어졌고 일부는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갔습니다.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지금 폴란드 동부 조
[뷰파인더 너머] (68) 슬픈 살인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대학 시절 봉사활동 중 만난 한 시각장애인의 어머니가 제게 말했습니다. 단 하루라도 좋으니 제가 아들보다 오래 살았으면.얼마 전 한 엄마가 친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딸은 뇌병변 1급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나 30년간 누워서 지냈으며, 최근 대장암 말기 판정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부모가 먼저 천륜(天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