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45) 한 해 동안 애쓰셨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비행기 창밖으로 계절의 선물 같은 운해가 펼쳐졌습니다. 안개와 구름이 겹겹의 산들을 실루엣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지우고 또 지워 최소한의 것만 드러내 이런 아름다움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 자연의 위대함이겠지요. 창에 렌즈를 바짝 갖다 대고 비행 내내 셔터를 눌렀습니다. 한 컷 한 컷 찍을 때마다 그만큼의 위로를 받는 듯했습니다.올 한 해 동안 참여했
[뷰파인더 너머] (44) 출렁이는 욕망의 행렬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명승지마다 유행처럼 번지는 출렁다리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빼어난 풍경이 있는 곳이라면 산이든 강이든 가리지 않고 지어지는 이 구조물은 전국적으로 200여개에 이른다. 지난해 6월 말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새로운 출렁다리 25개가 생겼다. 한 달에 2개씩 늘어난 셈이다. 잔도, 부교, 케이블카 등 출렁다리와 동일한 원리로 재현된 관광 시설물
[뷰파인더 너머] (43) 두 계절의 조화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올해 가을은 예년에 비해 유난히 늦게 와서 길게 가고 있습니다.그래서 두 계절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갑작스러운 한파로 강원 산간지역에 함박눈이 내리자 단풍과 어우러진 이색적인 풍경이 관광객들을 매료시킵니다. 무채색의 하얀 함박눈과 채도 높은 붉은 단풍이 서로를 돋보이게 합니다. 흔히 말하는 윈-윈입니다.우리도 각자가 고유한 색을 가지고
[뷰파인더 너머] (42) 난 오늘도 '기레기'가 됐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기레기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일상적 용어가 된 건지 이제 인터넷 댓글에서 기레기는 어색하지도 않다. 하지만 기자도 사람인지라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은 썩 좋진 않다. 유류세 인하, 100m 넘는 차량행렬 여기가 주유소 맛집. 지난 주말,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취재하고 이런 제목으로 출고한 사진기사 하나로 난 기레기가 됐다. 댓글의 내용들은 이렇
[뷰파인더 너머] (41) 응원한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사진기자 동기들과 여행을 떠났습니다. 근사한 가을 풍광 앞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오래 사진밥 먹어온 기자들이 이를 외면할 도리는 없지요.같은 해에 각기 다른 신문사로 입사해 동기로 엮인 이들이 이제 20년지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땐 물론이고, 지치고 버거울 때면 어김없이 찾아와 술잔을 부딪쳐 주는 친구들이었지요.
[뷰파인더 너머] (40) 우리는 그 '거리'를 마저 줄여나갈 수 있을까?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문제는 거리였다. 누리호 발사대에서 사람이 최대한 다가갈 수 있는 거리, 약 2km. 발사 시 치솟는 온도와 폭발 위험 때문에 근접 촬영이 불가했다.기자들의 취재가 허용된 관찰동 건물 옥상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누리호는 손가락 한두 마디 남짓했다. 전설적인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가 말했던가.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뷰파인더 너머] (39) 가을 동행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쌀쌀한 기온으로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생리적인 온도보다 마음의 온도가 더 내려가는 계절이 가을입니다. 따뜻하게 맞잡은 손길만 있으면 가을은 쓸쓸함이 아니라 추억이 됩니다. 경복궁 궁궐의 문턱을 넘는 커플들의 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서 더욱 빛이 납니다. 가을이 가기 전에 소중한 사람과 손잡고…
[뷰파인더 너머] (38) 가을 한파와 초상권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이것도 초상권 침해일까?...때 이른 가을 한파 스케치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얼굴을 어떻게 해야 하나. 얼굴이 나오게 정면 취재 후 적극적 수준의 동의를 받아야 할까, 아니면 문제가 안 생기게 처음부터 연출을 해야 할까. 이젠 시민들이 언론사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주는 시대도 지났다. 보도사진에서 인물이 존재하는 것은 필연적이라 했거늘. 사람이
[뷰파인더 너머] (37) 한가한 사진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이 시국에 이런 사진이어도 되나? 서울을 벗어나 맘 편히 볼 수 있는 사진 한 장 찍어보자고 철원으로 가는 동안에 불쑥 이런 질문이 스쳐갑니다.콤바인이 익은 벼를 훑고 지나간 자리에 볏짚이 쌓이며 만들어 놓은 무늬가 보기 좋았습니다. 동시에 제 안에서는 사진의 쓸모를 따져 묻습니다.사실, 계절이 바뀔 때 사진기자는 분주합니다. 가을 문턱엔 산으로 들
[뷰파인더 너머] (36) 추석 연휴 지난 뒤 솟아난 '스티로폼 산'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설경이 아니다. 언덕마다 하얗게 쌓인 건 다름 아닌 스티로폼 쓰레기. 길었던 연휴가 끝난 뒤 수도권의 한 자원순환센터를 찾았다. 감사의 마음을 담았던 스티로폼 상자들은 이곳에 한데 모여있었다. 그 방대함에 아연했다. 초록색 수거차량들은 줄지어 나타나 끊임없이 스티로폼을 쏟아냈다. 새하얀 산은 점점 커져만 갔다. 코로나19 이후 확산한 비대면 소비문화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