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성평등은 오는가
모험하는 여자들의 아웃도어 커뮤니티라는 수식어를 내세운 단체 우먼스베이스캠프(WBC)를 알게된 건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된 게시물을 보고서였다. 평소 울창한 숲에서, 파도를 마주하는 해변에서, 자연을 침대 삼아 잠드는 삶을 갈망했지만 어쩐지 나의 것이라 생각한 적 없었다. 초등학생 시절 아람단 활동을 하며 야영하는 법을 배웠던 것을 제외하곤, 백패킹 같은 아웃도어 활동은 안전 때문에라도 여성에겐 허락되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여자들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이동해 텐트를 치고, 파쿠르(자연 속에 존재하는 다
지지율 유념
선거철도 아닌데 목을 빼고 여론조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데드 크로스는 이미 기정 사실이고, 곧 긍정평가가 20%대로 접어들진 않을지, 우려와 기대가 섞인 관심이다. 취임한 지 이제 석 달을 바라보는 시점이다.지지율에 유념치 않는다는 윤석열 대통령,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그는 사실 데드 크로스도, 골든 크로스도 이미 경험했다. 윤 당선인의 직무수행을 평가하는 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는 경우는 여러 번 있었고, 취임 바로 전 주에 나온 갤럽조사에선 부정 48%, 긍정 41%로 그 차이가 오
극장과 헤어질 결심
요즘 극장가를 술렁이게 만드는 영화 두 편은 탑건: 매버릭(탑건2)과 헤어질 결심이다. 탑건2는 너무 많이 봐서, 헤어질 결심은 너무 안 봐서 문제다. 탑건2는 11일 기준 465만 관객을 달성했다. 아이맥스, 4DX, 돌비시네마 등 다양한 특별관에서 도장깨기를 하는 N차 관람 열기가 식지 않는 것으로 보아 500만 관객은 거뜬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마블민국인 우리나라에서 마블스튜디오의 토르: 러브 앤 썬더 개봉 1주일 만에 탑건2가 예매율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은 이례적이다.반면 박찬욱 감독에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안긴 헤
EPL 득점왕 보유국 수준이 이 정도입니까
EPL 득점왕 손흥민, 축구국가대표 벤투호의 호성적, K리그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하는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 이승우 등 근래 들어 축구계는 대중이 즐거움을 느낄 만한 이야깃거리가 많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 먼 한국 축구 현실을 일깨워주는 사건도 동시에 터졌다.지난 6월19일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인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는 경기를 앞두고 수원 유니폼을 입은 여러 명의 팬이 서울 유니폼을 입은 한 팬을 둘러싸고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도 피해자는 미성년자였다. 가해자는 같이 점핑하려다가 그랬다는 황당한 주장을…
'북한 핵실험'… 택일이 아닌 경제에 미칠 영향이 문제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100일 가까이 한국사회를 불안케 하고 있다. 인공위성 사진에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를 복원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이후 한반도의 모든 주요 기념일은 핵실험 날짜로 지목되었다.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5월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5월21일은 모두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에 좋은 날로 택일 되었지만, 아무일도 없이 지나갔다.심지어는 미국의 기념일도 물망에 올랐다. 한국의 현충일 격인 5월30일 메모리얼데이가 지목되기도 했고, 앞으로 다가올 미국의 독립
위험한 용산공원 시범 개방
독성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중세시대 약리학자 파라셀수스는 모든 물질은 독이다. 중요한 것은 노출되는 양이라는 말을 남겼다. 500여년 전 파라셀수스가 남긴 말대로 독성이 강한 물질이라도 노출되는 용량이 적고, 시간이 짧다면 인체 악영향은 없거나 미미할 수도 있다.정부가 용산공원을 시범 개방하면서 주 3회, 하루 2시간, 25년간 누적 이용해도 괜찮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이 같은 독성학적 원리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용산공원 내의 유류오염 수준이 부지에 따라 다르며, 오염 정도가 높은 지점들에서도 단시간 머무는 것만으로는 인체 피해
'1000조 투자'의 역습
투자계획 발표를 건너뛰면 정부에 찍힐까 걱정됩니다. 그렇다고 쥐꼬리 투자를 발표하면 민망할 수도 있는 만큼 고민이 깊습니다.기업들이 지난달 윤석열 정부 출범과 맞물려 투자 보따리를 줄줄이 풀고 있다.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내놓은 투자계획만 줄잡아 1000조원을 웃돈다. 5년 동안 약속한 일자리 수도 40만개를 넘어선다. 경쟁적으로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푸념을 늘어놓는 기업인들도 늘었다. 살림살이가 팍팍한 기업들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자금을 마련)해서 투자 금액을 짜고 있다는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단식
전국 3400여 곳에 달하는 SPC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들어서면 흰색 작업복을 입은 채 반죽을 만드는 사람이 보인다. 매일 새벽 출근해 빵과 케이크를 굽는 제빵기사다. 커피 등 음료와 샌드위치를 만드는 사람은 카페기사라고 부른다. 이 기사들은 원래 파리바게뜨 본사나 가맹점주가 아니라 전국 11개 협력업체에 고용되어 있었다. 그런데 기사들의 채용과 교육을 관할하고, 근태를 관리하며, 지시하고 평가하고 임금을 결정한 것은 협력업체가 아니라 파리바게뜨 본사였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을 벌인 끝에, 2017년 9월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카
'사회적 합의'란 말의 허무함
지난 3일(한국 시각), 수 개월 동안 실시간 전쟁 뉴스가 자리했던 뉴욕타임스의 온라인 톱 기사 편집이 별안간 미국 국내 소식으로 바뀌었다. 여성의 임신중지를 헌법적 권리로 보장한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뒤집는 미 연방대법원의 의견서 초안 유출 사건 여파는 그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50년 가까이 절차적으로나마 유지해온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박탈하는 움직임에 분노의 목소리가 들끓지만, 안타깝게도 트럼프 정부 이후 대법원의 보수 우위 지형이 구축된 까닭에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구태여 임신중지권에 절차적이라는 수식
고교생 논문 저자 만들어주기
별것도 아닌 일로 난리를 친다. 때로는 불의를 보고 참는 용기도 있어야 된다. 2019년, MBC 탐사기획팀의 고등학생 논문 공저자 보도 이후 제가 교수님들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깁니다. 500여건이 넘는 고등학생이 쓴 논문과 발표문을 분석하고 취재해 보도했는데, 그 중엔 제가 박사과정 당시 고등학생과 함께 쓴 논문도 있었습니다. 제가 당사자기도 했기에 교수님들께서 저의 안위를 걱정해하신 말씀이라는 생각도 듭니다.보도 1년 후, 고교생과 논문을 공저한 교수가 소속된 대학에 연구윤리위원회 처분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