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보, '기후' 하는가

[이슈 인사이드 | 환경] 황덕현 뉴스1 기후환경전문기자

황덕현 뉴스1 기후환경전문기자

오늘은 여섯 장을 받았다, 어제는 여덟 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명함이다. 이 명함은 각 지역 유권자를 향한 봉사의 다짐이라기보다 선거철에 뛰어든 이들의 ‘시선끌기 티켓’으로 느껴져서 씁쓸하다. 이 티켓은 매력이 없는지, 건네진 뒤 눈앞에서 곧바로 버려지는가 하면 공공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무더기로 쌓인 게 발견되기도 했다. 나무 몇 그루가 쓸데없이 베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집 앞 지하철역에는 대형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렸다. 빌딩 한 면을 자신의 얼굴로 채운 예비후보도 있다. 어떤 후보는 걸었던 현수막이 별로라고 생각했는지 며칠 새 새것으로 갈았다. 두 후보 모두 공천에 고배를 마시며 이 현수막은 쓰레기가 됐다.


각 정당도 총선 공약을 홍보하겠다며 현수막을 붙였다. 모두 비용이다. 후보나 당만의 부담이 아니다. 환경에 대한 멍에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기후 전문가를 영입했다. 국민의힘은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을 영입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기후소송에 참여했던 박지혜 변호사와 손을 잡았다. 녹색정의당은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을 맞이했다.
기후 정책도 내놨다. 국민의힘은 기후대응기금을 현재 규모의 2배인 5조원으로 확대하고, 충남에 청정 수소 생산단지를 짓겠다고 공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11차 전력수급 계획에 재생에너지를 3배 이상 확대하겠다며 표심을 끌었다.


다만 선거운동은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 미래를 약속하면서 방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수천수만 장씩 뿌려지는 종이 명함과 현수막은 물론이고, 선거철 반짝 활용되고 버려지는 싸구려 재킷도 여전하다. 의전 차량은 전기차 등 무배출 차량이 아니라 여전히 내연 중대형 RV(레저용 차량)가 주류다.


자전거나 인력거를 동원한 친환경 선거운동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다. 과거 선거운동은 일회성이거나 특정 후보의 ‘이색 선거운동’으로 치부돼 소리 소문 없이 뒤안길로 사라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8~2022년 5번의 선거 동안 1만3985톤의 현수막이 폐기됐다. 재활용률은 30.2%에 그쳐서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률(44%)에 미치지 못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재활용률은 23.4%밖에 안 됐다.


소각되는 폐현수막에선 1군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비롯해 미세먼지(PM) 등 유해 물질이 배출된다. 무계획적 선거운동은 ‘환경 파괴 활동’인 셈이다.


지속 가능한 선거운동은 국제적 이슈다. 각국 사회·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일부에서는 친환경·탄소중립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유럽연합(EU)보다 5년 빠른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세운 스웨덴이나 영국은 선거운동을 디지털에 집중하며 소모품 사용을 줄였고, 독일은 후보가 가가호호 방문해 정책을 설명하는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는 후보가 재생 용지를 사용했을 때만 선거 비용을 보전한다.


친환경·탄소중립 선거운동은 가능하다. 선관위나 관련 법이 이를 강제하지 못한다면 각 후보, 또 정당 차원의 결심이 필요하다.


아울러 출마자의 기후변화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녹색전환연구소의 기후위기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2.5%가 ‘기후 공약이 마음에 든다면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투표를 고민할 것’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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