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피' 시대를 위한 조건
코스피가 최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국내 증시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코스피 3000 포인트 돌파를 의미하는 삼천피도 어렵지 않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한편 이와 동시에 일각선 국내 증시 훈풍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오히려 코스피가 떨어질 것이라 보고 국내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코스피를 일시적 유행을 넘어 대세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코리아 디스카운트란 1997년 외환위기 때 등장한 단
사람을 '납품'하는 한국사회가 빚은 화성 참사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은 김대중 정부는 이듬해인 1998년 노사정 합의를 거쳐 파견법을 도입했다. 국난 극복을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워낙 힘이 강했던 시기였다.파견법 도입에 따라 노동조합이 아닌 곳도 사용 사업주에게 파견 노동자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직업안정법에 따라 노조만이 근로자공급사업을 할 수 있었다.파견법 제정으로 파견노동 빗장이 풀렸지만 원칙적으로는 파견을 금지하고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을 제외한 일부 업무(제정 당시 26개 2007년 32개로 확대)에만 파견을 허용하며 파견기간도 2년으
기후 발제는 폭염과 장맛비 속 외려 힘을 잃는다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6월 날씨와 장마철 초입부터 많은 비는 본격적인 여름철 시작을 알렸다.제주에 6월 중순으로는 처음으로 하루 220㎜가 넘는 장맛비가 내리는가 하면, 전국적으로 6월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1994년과 2018년 극악의 폭염과 2022년, 서울에 하루 380㎜ 내렸던 물폭탄이 동시에 습격하는 양상이다.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여름 인도는 최고기온 50도, 중국과 태국은 40도를 넘겼다. 태국 방콕의 체감온도는 50도를 넘겼다. 브라질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은 홍수로 도시가 잠겼다. 오락가락한 날씨가 기후
한국·일본·대만의 시민 기술 단체들이 해마다 모이는 이유
시민 기술(civic tech) 단체인 코드포코리아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결성된 단체다. 2020년 2월 코로나19가 처음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을 때 시민 해커(civic hacker)들이 모여 정부가 보유한 코로나19 데이터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민 해커들은 나중에 약국에 남아 있는 마스크 재고를 보여주는 공적마스크 앱을 만들었다. 함께 공적마스크 앱을 만든 시민 해커들이 계속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만든 모임이 바로 코드포코리아다. 필자는 웹개발을 하지는 못하지만, 데이터 수집 작업(흔히 노가다라고 부르는 작업이다) 등에…
변주된 전통이 살아남는다
예쁜 오방색의 조화는 다른 나라와 구분되는 한국 단청만의 특징입니다. 고운 색의 아름다움을 많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최근 만난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씨(26)는 기자에게 한국 단청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수자는 무형문화유산 보유자로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무형문화유산을 계승하는 이를 말한다. 그는 한국 단청만의 특별한 매력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용 문양과 금색, 청색 계열을 주로 쓰는 중국 단청과 달리 한국 단청은 오색빛 영롱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안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2008년 발생한 숭례문…
'올드 스쿨'은 낡았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구단이 김경문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했을 때다. 야구 커뮤니티에는 부정적 여론이 꽤 많았다. 일부 팬들은 한화 그룹 본사와 갤러리아백화점 앞에서 트럭 시위를 하기도 했다. 트럭 시위 문구는 시대에 뒤처지는 감독 기용, 노(老)감독 할거면 노(NO) 감독이 낫다 등이었다. 나이 많은 사령탑, 즉 올드 스쿨에 대한 거부감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김경문 감독은 1958년생이다. 프로야구에서 김 감독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1965년생이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1981년생)과는 23
치열한 AI 전쟁과 정부의 예산 삭감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F-16 전투기와 인간이 모는 F-16 전투기가 드디어 공중전을 벌였다. 작년 9월의 이 전투를 미 공군은 6개월이 지나 발표했다.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로 공중에서 근접전을 벌이는 이른바 도그파이트였다. 두 전투기 모두 음속 1.5배가 넘는 속도로 날며 싸웠다. AI 조종사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해 순간적으로 대응했다. 누가 이겼는지 미 공군은 승부를 밝히지 않았다.작년 9월 미 공군이 전투 능력 평가 시험 비행을 완료했다고 밝힌 AI 전투기 XQ-58A 발키리는 조종사 없이 시속 1000km로 최
'BBC 버닝썬 다큐'는 무엇이 다른가
지난 일주일 동안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된 BBC뉴스 코리아의 다큐멘터리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봤다. 영상은 5년 전 한국 사회를 타격한 일명 버닝썬 게이트를 가해자들의 출소 시기에 맞춰 재조명했다. 수년 전 일어났던 충격적 사건으로서만 다루지 않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문제로 묵직한 한방을 날리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버닝썬 사태의 핵심이 뿌리 깊은 여성혐오라는 점을 명쾌하게 드러냈기에 충분히 강렬할 수 있었다.영상을 시청하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물음은 왜 이런 보도는 한국…
라인을 위해 지켜야 할 '선'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을 두고 경제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한일 관계까지 부담을 주는 이번 라인 사태는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를 공동 경영하는 기업인 소프트뱅크가 단독 경영 하라는 투의 지시를 내리며 촉발됐다.이미 두 달 전 행정지도가 나왔지만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뚜렷한 대응을 못 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과를 놓고 보면 초기부터 정부에 도움 요청 없이 수면 아래서 일을 진행한 네이버의 판단도 악수였다.하지만 더 큰 우려는 이 사태가 엉뚱하게 정쟁화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 일각은 라인 사태를 반일 프
너무 늦게 단죄된 위증
A씨는 2014년 대학 졸업 뒤 CJB청주방송에서 방송작가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의 첫 사수는 무뚝뚝하지만 주위 사람을 잘 챙기는 고(故) 이재학 PD였다. A씨는 촬영이 없을 땐 항상 편집실에 있던 이 PD를 재피라고 불렀다. 재피는 이 PD의 별칭이었다. A씨는 이 PD 이야기를 다룬 책 안녕, 재피에서 3년 뒤에야 이 PD가 자신과 같은 프리랜서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 PD가 청주방송 소속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제가 방송일이 처음이라 그냥 직원인 줄 알았죠.방송국 직원작가들은 방송노동자 이재학을 PD로 불렀다. 각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