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측이 질문하던 뉴스타파 기자를 밀치며 윽박 지르고 의혹 제기를 ‘헛소리’라며 무시했다. 뉴스타파 기자들은 참담한 언론관을 보여줬다며 기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후보 측은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27일 국회 소통관 앞에서 이 후보는 명태균씨와 관계를 묻는 뉴스타파에 “기자회견에 관한 질문을 해 달라”며 답하지 않았다. 당시 이 후보는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끝까지 단일화하지 않고 선거를 완주하겠다고 밝히려 기자회견을 연 상황이었다.
이명선 뉴스타파 기자의 질문은 “지난 총선 때 이준석 후보와 관련해 명태균씨가 여론조사를 4번 실시했다. 직접 의뢰하셨냐”는 것이었다. 이 후보는 “명씨는 누가 의뢰한다고 여론조사를 돌리는 분이 아니”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기자가 “명씨에게 아무런 도움을 안 받았느냐”고 다시 묻자 기자회견 주제를 벗어났다며 답을 피한 것이다.
이 기자는 10분 정도 기다린 뒤 질의응답 시간이 끝날 때쯤 다시 손을 들었다. 이 후보는 “또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한 것이라면 답하지 않겠다”며 질문을 막았다. 주변에 있던 보좌진도 “기자회견 관련 질문만 해 달라, 나중에 서면으로 질문을 보내 달라”며 거들었다. 뉴스타파는 지난 한 달 동안 전화와 문자, 팩스로 서른 번 넘게 반론을 구한 상태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 후보를 따라 수십미터 이동하는 동안 보좌진은 이 기자를 몸으로 밀치며 막아 세웠다. 이 기자는 성 상납 의혹에 대해서도 이 후보가 적힌 ‘상납 명부’를 확보했다며 질문을 이어갔다. 보좌진은 “그만한다는데 왜 그러느냐”며 고성을 질렀고 조영환 보좌관은 “헛소리를 하고 있어, 헛소리를. 헛소리하고 있잖아”라며 질문을 비하했다.
한국기자협회 뉴스타파지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뉴스타파지부는 28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언론은 질문해야 하고 공인은 답해야 한다”며 “참담한 수준의 언론관을 깊이 성찰하라”고 주장했다. 또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뉴스타파는 언론이 아니라 찌라시’라고 말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대응과 다를 바 없었다”고 평가했다.
사과할 뜻이 있는지 묻는 기자협회보에 조 보좌관은 “끝나고 이동하는데 따라와서 취재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기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답했다. 어떤 취재는 안 된다는 기준이 있느냐고 묻자 “상대방이 싫다고 하지 않느냐”며 “그럼 정치인은 무조건 답해야 하는 거냐, 내가 몰라서 묻는다”며 반문했다.
조 보좌관은 뉴스타파의 서른 차례 질문에도 그동안 취재에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는 것도 답”이라며 “명태균과 관련해서는 수백 개 언론사에 이미 답했다. 같은 내용을 묻고 또 물으니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3월 명씨의 컴퓨터를 복원해 이 후보와의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이후 이 후보가 명씨에게 비용 지출 없이 여론조사를 요구하고, 성 상납 수사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한 정황 등을 잇따라 보도했다. 27일에는 이 후보가 2013년 두 차례 성 접대를 받았다는 기록이 적힌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상납 장부’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