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EBS 사장 임명 1주일, 내부 반발 계속

[3일 임명 집행정지 신청 첫 변론]
EBS 노사, 사장 출근 저지 이어가
보직간부 54명 중 52명 사퇴선언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체제 의결’ 위법 논란에도 강행한 신동호 EBS 사장 임명을 두고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임명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EBS 노사는 함께 신동호 사장의 출근을 막는 등 내부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동호 사장 임명 직후 김유열 전 EBS 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사장 임명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의 변론기일이 3일 열린다. 앞서 2인 체제 방통위가 임명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선임 효력을 정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었는데 이번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 시기, 내용에 따라 신 사장의 직무수행 여부는 불투명해질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체제’ 의결로 신동호 EBS 사장을 임명하자 EBS 직원들이 연일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보직간부 거의 전원이 보직사퇴를 선언하는 등 구성원들의 저항이 거세다. 사진은 임명 이튿날인 3월27일 신동호 사장(가운데)이 경기 일산 EBS 사옥에 첫 출근하려 했지만, EBS 구성원의 거센 반발로 들어서지 못하는 모습. /박지은 기자


방통위는 3월26일 전체회의를 열어 신동호 EBS 사장 임명 동의 건을 의결했다. 이번에도 대통령이 임명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인만으로 밀어붙인 의결이었다. 또 방통위는 이날 이 위원장과 신동호 사장 후보가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다며 EBS 노조가 제기한 이 위원장에 대한 기피신청 건은 “기피신청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각하했다.


방통위 2인 체제에서의 의결은 위법하고, ‘인사 알박기’라며 사장 선임 절차 중단을 요구해온 EBS 구성원은 임명 당일 곧바로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이날 창사 이래 처음으로 EBS 보직 간부 54명 중 52명은 신동호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보직 사퇴를 선언했고 EBS 기자협회를 비롯해 전체 8개 EBS 직능단체는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릴레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도 이날 성명을 내어 “결국 신동호였다. 이미 수차례 내정자로 의심하고 경고했던 ‘알박기’ 인사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우리는 가능한 모든 투쟁 수단을 동원해 불법 임명된 신동호로부터 EBS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적 책임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3월27일 신동호 EBS 사장의 첫 출근 시도는 EBS지부 조합원 등 60여명과 2시간의 대치 끝에 무산됐고, 다음날에도 보직 사퇴를 선언한 간부진이 동참해 신 사장의 출근을 저지했다. EBS 직원들은 매일 아침 신 사장을 막아서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인데 3월31일부터 신 사장은 출근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EBS 구성원이 신 사장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 중엔 그의 정치 이력과 MBC 아나운서국장 시절 부당 인사 논란 등도 있다. 방통위의 EBS 사장 공모 과정서부터 사장 내정설이 돌던 인물이라는 점 또한 그렇다.


EBS 기자협회는 3월28일 성명에서 신 사장이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미래한국당 비례후보에 지원했다가 탈락 후 선거대책위 대변인을 지낸 점을 지적하며 “EBS에 정치인 출신 사장이 온 적이 있나”라고 방통위에 반문했다. 이어 “위법성 논란에 휩싸인 2인 체제 방통위가 정치편향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신동호씨를 EBS 사장으로 임명하려 한 사건은 윤석열 정권 말기의 뒤틀린 장면 가운데 하나로 남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BS PD협회도 3월27일 성명에서 “신동호는 MBC 아나운서국장으로 재직하는 5년 동안 부당노동행위에 가담하고, ‘방송 블랙리스트’를 통한 부당 전보 인사에도 관여해 MBC에서 정직 6개월을 두 번이나 받은 자”라며 “정권에 부역하여 사익만을 추구해 온 자에게 EBS의 자리는 없다”고 밝혔다.


신 사장의 거취는 법원의 임명 처분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방통위 의결 다음날인 3월27일 김유열 전 사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신임 사장 임명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무효 확인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김 전 사장은 “그동안 EBS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논란은 있었으나 임명절차의 불법성 시비가 일어난 것은 EBS 역사 상 초유의 일”이라며 소송 이유를 밝혔다.


이 와중 신 사장은 집행정지 변론이 예정된 3일 ‘현안 논의’를 안건으로 한 EBS 이사회 개최를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시춘 이사장 등 EBS 야권 이사 5명은 3월31일 입장문을 내어 “신동호씨의 사장 임명 때문에 EBS가 정상 운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신동호씨는 이사회 개최를 요청해 왔다. 부당한 일”이라며 “우리는 신동호 사장 임명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올바로 정리되기 전에는 그의 어떠한 직무수행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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