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방에 유일하게 빛나는 서류 뭉치. 가까이 다가가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 김일성과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 팽덕회, 미국 육군 대장 마크 W. 클라크의 서명이 보인다. 이 서류는 1953년 작성된 정전협정문 사본으로, 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km 떨어진 캠프그리브스에 전시돼 있다.
‘2025 세계기자대회’ 개막 이틀째인 1일 세계 기자들은 캠프그리브스와 오두산통일전망대 등 경기도 파주시 일대의 DMZ를 견학했다. 캠프그리브스는 국내 가장 오래된 미군기지 중 한 곳으로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2004년까지 주한미군이 주둔했던 미군 반환 공여지다. 미군 철수 이후 철거 위기에 놓였지만,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2013년 민간인들을 위한 체험시설로 리모델링했고, 2022년부터는 소유권이 아예 경기도로 이전돼 2760㎡ 규모의 전시관을 운영 중이다.
이날 기자들은 캠프그리브스 곳곳에 설치된 전시 공간을 주의 깊게 둘러봤다. 과거 미군 볼링장을 리모델링해 정전 70주년 기획전시관으로 꾸민 갤러리 그리브스, 또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탈바꿈한 탄약고를 둘러보며 기자들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즈베키스탄 뉴스 통신사 던요의 나르지스 사이달리에바 편집국장은 “이곳에 오니 한국이 분단국가라는 사실이 확 체감된다”며 “이산가족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다. 언젠가 한국이 통일돼 그들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캠프그리브스를 둘러본 기자들은 직후 오두산통일전망대를 방문해 북한을 조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두산통일전망대선 날씨가 좋으면 한강과 조강, 임진강은 물론 관산반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비록 이날은 안개가 끼어 북한의 정경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기자들은 오랜 시간 망원경으로 북한을 관찰했다. 일부 기자들은 북한을 배경으로 리포트를 하기도 했다.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취재 영상을 찍은 스페인 엘 에스파뇰의 자라 아티엔자 페스토르 국제 분야 편집자 겸 기자는 “오늘 찍은 영상은 보도용으로 쓸 예정”이라며 “한국이 통일이 가능한지, 한국인들이 정말 통일을 원하는지에 대해 기사를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DMZ 견학이 제일 기대됐고, 실제로 정말 인상 깊었다”며 “특히 북한이 확성기를 통해 그들의 정보를 전파하는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