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2차 사건 재판을 받는 기자들이 검찰의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며 재판을 없던 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보도는 대장동 개발 비리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어 애초 검찰에 수사개시 권한이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는 3월31일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와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검사 시절 윤 대통령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보도한 이들 기자는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명예훼손 등 혐의로 지난해 8월 재판에 넘겨졌다. 허 기자에게 자료를 제공한 송평수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도 함께 기소됐다.
변호인들은 공소기각을 주장했다. 봉 기자 측 신인수 변호사는 “일단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한다”며 “가장 중요한 건 공소가 위법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이미 10년 전 있었던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연루된 것도 아닌데 개발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이 느닷없이 언론인들로 수사를 넓힌 건 검찰청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2022년 개정된 검찰청법을 보면 검사는 경제·부패범죄 사건 수사 중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 문제는 법과 시행령에 ‘직접 관련성’에 대한 정의가 없다는 점이다. 대검찰청 내부 지침에는 “범인, 범죄사실, 증거 중 하나 이상 공통”되면 직접 관련성을 인정하지만 이보다 구체적인 기준은 없어 하급심에서 판례가 엇갈리고 있다.
검찰 측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언론작업’으로 범죄 은폐를 시도했으니 직접 관련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개발 비리 배후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쏠린 관심을 돌리려 대선 경쟁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몸통이라는 거짓말을 언론에 퍼뜨렸다는 주장이다. 대장동 개발은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이 종잣돈으로 쓰였는데 윤 대통령은 이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김씨와 만난 적이 없다. 검찰 역시 김씨의 언론작업이 아직도 수사 중인 경향신문을 포함한 여러 언론사에 대체 어떻게 실행됐다는 것인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뉴스타파 기자들이 기소된 1차 사건에서도 김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함께 허위 인터뷰를 꾸몄다며 수사를 벌였지만 막상 재판에 들어서자 공모관계 입증을 포기하기도 했다.
변호인들은 기소 자체에 문제가 있는 만큼 공소를 기각할지 재판부가 판단하기 전에는 재판 진행에 반대한다는 뜻도 밝혔다. 신 변호사는 수사가 위법했던 만큼 압수된 증거들은 무효이고 일단 재판이 진행되면 검찰이 증거들을 꺼내 보일 텐데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위법한 수사를 문제 삼으며 6억원의 국가 손해배상도 청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백대현 부장판사는 “검찰의 수사개시권은 중요한 쟁점이니 재판부에서 검토해 보겠다”며 “다음 기일에 말씀 드리겠다”고 답했다. 백 부장판사는 공소장에 불필요한 경위 사실이 장황하게 쓰여 있어 재판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며 검찰에 공소장 변경도 주문했다. 2차 준비기일은 28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