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신문의 마지막 토요판 1면엔 '디지털 시대와 종이책의 가치'

[한겨레 토요판 13년 만에 막 내려]
종이신문 활로 찾으려는 기획의도
호흡 긴 기사, 낡은문법 혁파 호평

14일 서울시 공덕동 한겨레 사옥 편집국 토요판부에서 조일준 부장이 마지막 토요판 마감 작업 중이다. /박성동 기자

“네, 토요판입니다.” 조일준 한겨레 토요판부 부장이 부지런히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14일 서울시 공덕동 한겨레 사옥 6층 편집국 귀퉁이. 토요판부는 이틀 뒤 나올 마지막 신문을 마감하고 있었다. 직원이 아직 기사 제목이 없는 1면을 인쇄해 들고 들어왔다. 조 부장 자리 뒤로 그간 발행된 토요판 1면이 형형색색 붙어 있었다. “아쉽죠. 다른 말은 못 하겠습니다.” 이제 필요 없어진다는 명함을 건넨 그는 묵묵했다.


한겨레 토요판이 16일 막을 내렸다. 2012년 1월 첫선<아래 작은 사진>을 보인 뒤 13년 만이다. 마지막 호는 디지털 시대 종이책의 가치와 쓸모를 다룬 기사를 1면에 실었다. 가장 뒷면에는 가상현실에 대한 사진을 전면으로 걸었다. 신문의 앞뒤로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게 배치했다. 조 부장은 “한 시대의 마감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과정”이라고 인사말을 썼다.

토요판은 애초 토요일 종이신문의 활로를 찾으려는 기획이기도 했다. 2004년부터 부분 시행된 주5일제에 따라 토요일에 신문을 읽는 인구가 줄면서 광고 가격과 개수도 떨어지고 있었다. 더욱이 기사는 이미 포털과 모바일로 빠르게 유통됐다. 신문의 열독률을 높이려면 속보에 영향을 덜 받게 해 오래 읽히고 소장 가치도 높이는 방법이 있었다.


토요판은 호흡이 긴 피처를 표지 이야기로 넣고 만화와 사진, 지적 만족을 주는 칼럼을 실었다. 주5일제로 길어진 주말 내내 읽을거리가 됐다. 돌고래 ‘제돌이’ 이야기를 1면에 올리는 신선한 충격도 줬다. 신문과 매거진 중간의 새 영토를 만들어 낡은 문법을 깼다는 호평을 받았다.

마감 작업 중인 마지막 한겨레 토요판 1면. 상단에 발행 날짜가 11월16일로 적혀 있다. /박성동 기자

최우성 한겨레 사장은 19일 독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디지털 저널리즘 구현에 더욱 박차를 가하려 한다”며 토요판 발행을 중단하는 이유를 밝혔다. 22일부터는 책과 교양을 주제로 한 새로운 섹션 ‘.txt’를 매주 금요일 발행해 토요판 대신 주말에 읽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동시에 몇 가지 온라인 전용 연재물도 만들 예정이다.


편지에서 최 사장은 “산업의 판도가 빠르게 변하면서 매주 토요일 아침 종이신문을 독자 한 분 한 분의 가정까지 배달해 드리는 데 어려움이 커진 현실도 한 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겨레 경영진은 5일 노동조합과 우리사주조합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토요판을 없애면 연간 3억원 가까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두 조합은 설명회 이틀 뒤인 7일 성명을 내고 신문 발행 일수가 줄면 영향력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토요판 폐지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두 사안을 억지로 연결하려고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구성원들의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며 토요판 폐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었다.

독자들의 아쉬움도 크다. 토요판을 6개월 동안 수집했었다는 29살 최태현씨는 “1면에 이미지와 제목만 들어가서 가끔 쭉 펼쳐놓고 보면 보기 좋았다”며 “포스터는 안 모아도 토요판은 모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평일 기사는 인터넷에서 읽을 수 있어도 토요판은 종이로 읽기 가장 좋은 길이와 깊이로 만들어져서 종이신문의 가치를 담고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0년 전부터 토요판을 읽어 왔다는 한 기자는 “언론사 입사를 준비할 때부터 동료들과 만나면 토요일에 뭐가 실렸는지 얘기를 나눌 정도였다”며 “제가 있는 회사도 제작비와 광고 수익 때문에 토요판을 없앤다고 구성원들에게 설명했는데 반발이 있진 않았다. 종이신문의 세태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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