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골프 라운딩 현장을 취재하던 CBS 기자의 휴대전화를 빼앗는 등 취재를 방해한 데 대해 한국기자협회 CBS지회가 “기자 겁박”이라며 대통령실에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15일 CBS지회는 성명을 내어 “대통령 경호처 직원 예닐곱 명이 차량 여러 대에서 내려와 우르르 달려들더니 (기자) 휴대전화를 빼앗고, 경찰에 입건까지 시켰다”며 “태릉골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을 단독 취재하던 CBS 기자에게 벌어진 만행”이라고 전했다.
최근 CBS는 북한의 도발 상황, 대국민 사과 직후 이뤄진 윤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거짓해명 논란 등을 단독 보도 해오고 있다. 해당 취재 과정에서 벌어진 경호처 직원들의 기자 취재 방해, 경찰 입건 소식도 15일 CBS 보도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CBS 기자는 9일 서울 노원구 태릉 군(軍) 골프장에 윤 대통령이 자주 라운딩을 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잠복취재를 하고 있었다. 이날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 현장을 포착한 취재진이 골프장 울타리 밖에서 취재를 이어가던 중 7~8명의 경호처 직원들은 기자를 둘러싸고 휴대전화를 건네라고 요구했다. 기자가 거부하자 휴대전화를 강탈한 경호처 직원들은 신원 확인 및 소지품 검사, 정보 출처를 캐묻는 등 취조까지 했다. 경호처 직원들은 경호법을 거론하며 임의동행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취재진을 경찰에 신고했다. 곧바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취재진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했고, ‘건조물 침입죄’로 조사했다.
CBS지회는 성명에서 “(기자들은) 정문에서 가까운 2번홀 그린 주변이 보여 울타리 밖에서 촬영하고 있는데, 촬영 불가와 퇴장 요청을 받아 취재에서 철수하려던 중 경호처로부터 봉변을 당했다”며 “경호처 직원은 ‘누구 제보냐’며 취조까지 했다. 그들 눈앞에서 일부 영상을 삭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고, 경찰을 신고를 받았다며 기자에게 경철서로 임의동행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다음날 우리는 대통령실이 출입기자들에게 ‘트럼프 회동 골프 연습’ 언급을 했다는 걸 듣게 됐다. 그렇게 해서 CBS가 보도했더라도 외교 대비로 둔갑할 수 있었고 여겼다면 착각”이라며 “CBS 북한의 도발이 있던 지난 10월 등 이미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라운딩을 한 사실까지 역시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CBS지회는 “‘웃픈’ 해명, 휴대폰 강탈, 경찰 입건이 대통령실의 ‘벙커 탈출법’인가”라며 “대통령실은 즉각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