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딥페이크 성범죄, 즉 성폭력특별법 제14조의 2항 ‘허위영상물등의 반포죄’가 온라인 공간에서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고 이것이 여성 청소년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집중 보도되기 시작했다. 현행법이 딥페이크 성범죄의 경우 유포되었을 때에만 처벌하고 있어,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범죄 예방도 어려워진다는 여론에 따라 법 개정 역시 이루어졌다. 그간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제기된 것이 처벌 조항의 개정이었기에,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정부에서도 관련 법안에 대한 의결이 이루어지면서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보도는 점차로 줄어드는 추세이다.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 기술이 성범죄에 사용되고, 관련 법·제도는 뒤처져 있으며 수사 기관의 대응 역시 범죄의 속도와 양태를 따라잡지 못해 피해가 확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된 문제 역시 수사 기관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사법부는 이 범죄의 특성과 피해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시키고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데 언론이 기여한 바가 크다. 8월22일 한겨레가 텔레그램의 딥페이크 채널 문제를 단독 보도한 이후, 여러 언론사에서 심층 기획 취재를 통해 딥페이크 문제의 현실과 대안을 논의하는 다수의 좋은 기사를 썼다.
아쉬운 점도 여전히 있다. 디지털 환경에 대한 친숙도와 접근성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 특성에 대한 이해도가 차이가 날 수 있기에, 대중 이해를 돕기 위해 어느 정도 범죄 양태에 대한 묘사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딥페이크 성범죄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이렇게 ‘충격적인’ 일이 일어난다는 방식의 자극적인 보도를 계속 쌓아갈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게다가, 이러한 보도들에는 어느 정도 세대에 대한 특정한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물론 현재 수사 현황들을 살펴보면 남성 청소년 피의자가 다수이며 피해자 다수가 여성 청소년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어떤 특정한 세대의 일탈적 범죄로 보는 것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분할하고 조합하면서 오로지 성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해 온 것은 오래된 일이며 활용하는 기술들만 바뀌어 왔다. 특정한 기술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성범죄를 위해서 쓰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남에도 특정 기술에 낯선 대중들이 이를 세대 문제로 치환하는 경향을 보인다.
온라인 생활만이 문제인 것처럼 보는 것 역시 문제를 바라보는 틀을 제한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사진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유용한 범죄 예방 조치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현재 여성 청소년이 교실과 사회에서 처해있는 다양한 위기 상황을 제대로 살필 수 없게 한다. 이러한 보도 방식 그리고 관계기관의 대응책 제시 방식에는 성적 대상화와 관련된 구조적 성차별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이를 개인 문제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 특정한 문제적 개인을 적발하여 처벌하고, 개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조심하면 될 것이라는 식이다. 가해 범죄자들이 딥페이크를 놀이 문화로 여기는 문제의 한편에는 이것이 왜 ‘폭력’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수사 기관과 사법부의 대응이 있었다.
현재의 딥페이크 관련 보도는 수사 상황의 단순한 전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누군가가 처벌되고 있다’라는 정보 전달은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보도에 비해 더 많은 사건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던 문제와 그 원인에 대한 논의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어른’들의 안일한 인식, 가해와 피해의 발생 구조, 글로벌 플랫폼의 무책임한 방조 행위, 생성형 인공지능(AI) 제작 기업의 성인지 감수성 부재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는 것은 교육 현장에서의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것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일들이다. 문제를 사회적인 것으로 인식시키는 데 애써온 언론이 문제 해결을 위한 더 나은 논의의 장을 만들어가는 데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