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6% 인상을 요구해 온 한겨레 노조가 사측과 협상을 접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교섭 반년 만에 사측이 임금인상 재원을 1.5배 늘리겠다고 제안했지만 여전히 노조 요구안에는 크게 못 미쳐 더는 대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파업투표가 70%가 넘는 동의로 가결된 상태여서 조정마저 결렬되면 실제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지부는 24일 서울지노위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3월 임금 교섭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이다. 한겨레 노사는 10여 차례 실무교섭을 연 끝에 20일 최우성 사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유상진 지부장은 25일 노조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회사는 처음으로 임금인상 재원을 최대 30억원까지 올리는 대신 (30억원 재원 안에서) 단체협약과 함께 협의하자는 다소 진전된 제안을 했다”며 “그러나 단협 요구안을 포함하면 기본급 인상은 3.8%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임금인상 재원을 20억원까지만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었다. 그러다가 본교섭에서 처음으로 1.5배 많은 3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의 6% 인상안에 따르려면 재원은 40억원 정도가 돼야 하고, 야근 식대와 복지포인트 인상 등 단협 요구안까지 수용하려면 여기서 2억원 이상 더 필요하다.
사측은 몇 년 안에 잉여금이 바닥날 수 있어 더는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26일 “(노조 요구안을 따르면) 임금인상 후 곧바로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난센스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가용자금이 줄면 이후엔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다각화는 물론이고 회사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투자조차 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조정신청에 따라 지노위는 10일 동안 노사 양측을 조사한다. 이후 조정안을 제시하는데 이 조정마저 결렬되면 노조는 파업할 수 있다. 노조는 4일부터 이틀 동안 파업에 돌입할지 투표를 진행해 절반이 넘는 71.9% 찬성을 얻은 상태다. 노조 조합원은 한겨레 전체 임직원 500여명 중 400명가량으로 파업하면 신문발행은 어려워 보인다.
애초 노조는 지난해 임금이 동결돼 올해는 기본급 10%를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노조는 한겨레의 위상과 보도 영향력이 낮아지고 분위기가 위축됐다며 경영진에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해 왔다. 그러면서 비용만 줄이려는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임금인상도 단지 처우에 대한 요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